미디어 아트 페스티벌은 원(圓)을 좋아해??!!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가 전세계의 정치, 경제 상황과 맞물려 크게 대두되며 국내에도 유행처럼 들이닥쳤습니다. 예술계에서도 기술을 적극 받아들여 작품활동을 전개했고 정부, 기업 주도로 그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들이 늘어났습니다. 기존의 ‘과학’, ‘융합’ 등의 담론이 ‘첨단기술’로 수렴되면서 예술과 기술이 융합된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매체의 발달과 맞물려 미디어 아트가 두각을 드러내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편, 미디어 아트는 구상적, 개념적인 예술 현상으로 아직까지 장르적으로 명확한 정의가 없고 이미지가 정립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미디어 아트를 사이에 두고 우리는 어떠한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최근 예술계의 큰 특징 중 하나는 미디어 아트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아 선보이는 페스티벌 형태가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각 페스티벌은 참여 작품들의 성향이 광범위하고 연 1회 짧은 기간 운영되기 때문에 시각적 메시지가 중요합니다. 이런 점에서 페스티벌 포스터는 사람들에게 최초로 선보이는 이미지로써 콘텐츠의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시각화 하고 의도와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매체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 포스터는 개별 작품의 특성보다는 작품들의 상위 개념으로서 미디어 아트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구축합니다. 최근에는 온라인 플랫폼, SNS를 통해 3D 그래픽과 모션 포스터 디자인을 확대하여 그 의미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 포스터를 통해 시각적 메시지를 가늠해보고자 합니다. 

국내에서 매년 진행되고 있는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 3건을 대상으로 살펴봤습니다. 흥미로운 결과를 도출했습니다. 바로 많은 포스터에서 ‘원형(圓形)’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20~2022 언폴드엑스 페스티벌

언폴드엑스(Unforld X)는 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로 2010년부터 진행됐던 ‘다빈치 크리에이티브’를 모태로 합니다. 제작 지원사업을 통해 완성된 작품의 결과 발표를 비롯하여 해외 초청 작품으로 구성하여 연 1회 페스티벌로 개최되고 있습니다. 2020년 포스터는 노랑색의 배경 위에 민트색 원형 오브제가 갈라진 종이 틈, 보이지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부터 굴러 나오는 모션을 활용했습니다. 2021년 포스터 중앙에 원형의 배경이 점점 확대되면서 화면을 가득 채우는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2022년 포스터에서는 원근법을 활용한 사각 구조물과 입체 원형을 배치시켜 마치 안에서 밖으로 튀어나오는 듯한 효과를 줍니다. 

2019 제로원데이

2021 제로원데이

제로원데이(ZER01NE DAY)는 현대자동차에서 운영하는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로. 기업의 창의 인재 육성 플랫폼의 일환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예술과 스타트업의 미래 비전을 실험하는 플랫폼으로서 지원사업을 통해 완성된 작품의 결과와 스타트업의 사업 구상 발표, 해외 초청작품으로 구성하여 연 1회 개최되고 있습니다. 2019년 포스터는 마치 물방울을 연상하는 원형이 불규칙하게 분할되고 확대되며 공간을 부유합니다. 이 원형들은 서로 뭉치기도, 흩어지기도 하면서 새로운 배열과 규칙을 만들어냅니다. 2021년에서 작은 원형은 부드럽고 유연하게 움직이며 다양한 파편을 이어주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주체가 됩니다. 

2019 파라다이스 아트랩

2020 파라다이스 아트랩

https://youtube.com/shorts/OPd9IQOKmho?feature=share

파라다이스 아트랩 페스티벌은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로 매년 국내10작품을 선정하여 6개월간 제작 과정을 거친 후 페스티벌에서 선보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흔히 보기 힘든 초대형 작품으로 구성되고, 가장 큰 규모로 선보이는 페스티벌로 손꼽힙니다. 2019년 포스터는 세로형 곡선이 좌우로 움직이고 원형의 구가 좌우에서 튀어나오고 사라지며 배경과 조응합니다. 나른하고 몽환적인 선의 움직임과 원형 구의 빠른 속도감이 대비되면서 원의 특징이 도드라져 보입니다. 무채색과 핫핑크 칼라의 대비도 눈에 띕니다. 그 맥락을 이어 2020년 페스티벌 포스터에도 보라빛 원형 구가 등장합니다. 3인칭 시점과 동일한 위치에서 튀어 오른 원형의 구는 복제되어 개수가 늘어나고,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정해진 위치에 머물렀다가 다시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원(圓)의 둥근 모양은 사전적 의미로는 기하학 곡선으로 출발하여 다시 처음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는, 끝도 없는 완전한 조형형태입니다. 원은 회전의 항상성과 무한한 움직임의 순환을 가진 동적 형태이고 동시에 특정 방향성이 드러나지 않는 정적인 형태이기도 하지요. 어느 방향으로도 기울이지 않고 중심 대칭적이라 시각적으로 함축성이 강하고 집중력을 갖습니다. 또한 한 점으로부터 같은 거리에 있는 궤적으로 둘러싸인 도형으로 공간감과 안정감을 느끼게 하고요. 이런 특징으로 말미암아 원형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태양, 우주, 달 등의 하늘과 관련된 것으로 중요성을 가지고 바퀴, 원반, 고리, 시계 등 역동적이며 완성형, 반복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위에서 본 3건의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 포스터에서 표현되고 있는 원형은 배경과의 대비, 반복과 확산의 움직임, 변형된 모양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원형들은 이미지 속 배경색과 대비를 보이면서 포스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이며, 움직임까지 더해지며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지요. 단순한 모양으로 규칙적이고 동일하며 운동성, 연속성, 연속성, 순환성, 완전성,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는 원의 속성을 담아 모션 기반의 정보시각화를 시도한 것으로 원의 상징적 의미와 운동성을 적극 발현시키고 있습니다.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 포스터에서는 왜 원(圓)이 자주 등장할까요? 

굴러가기 쉽고, 자칫하면 튕겨 사라지기 쉽지만 모나지 않고 어디에나 부드럽게 어울리고 균형 잡힌 형태로 발랄한 자유와 안전한 통제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원이야 말로 지금의 미디어 아트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체험적 속성’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첨단기술의 매커니즘을 활용한 작품의 직접 체험, 경험과 닮아 있습니다. 미디어 아트는 전통적인 예술 형태에서 벗어나 직접 경험하는 데서 그 미학을 찾을 수 있습니다. 로보틱스, 키네틱, VR, 인공지능 등 그 개념 자체는 경험과는 거리가 있지만 예술과 접목됨으로 사람들은 작품과 상호작용하여 직접 경험하고 터득할 수 있습니다. 포스터에서 단순한 규칙으로 이루어진 기계적 배경에서 원형의 움직임은 의외의 힘과 에너지를 전달하고 생동감을 전달하며 공간감을 획득하게 하는 요소가 됩니다. 두 번째로 포스터에서 원은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으로 자주 프레임 바깥으로 이탈합니다. 프레임 안과 밖으로 새로운 상상의 공간을 생성하고 시선을 계속해서 확장시킵니다. 이처럼 미디어 아트는 기계적 재현, 복제 가능성을 가지고 예술 기능의 변화를 찾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예술의 진보적 잠재력, 즉 예술이 작품의 의식가치로부터 벗어나 전시가치로 나아감에 따라 사회적 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시켜 줍니다. 

최근의 미디어 아트씬은 다양한 제도의 도움과 자본의 투입으로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더불어 해외의 것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페스티벌이 전국 곳곳에서 열립니다. 이제 각 페스티벌의 다양성을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작가군을 육성하고, 암묵적으로 용인되어 오던 기술 경로의존성을 탈피하고,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예술성을 눈여겨 보고, 각 페스티벌의 강점을 살린 더욱 풍요롭고 다채로운 페스티벌을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