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몸은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직관적으로 보여지는 피부색, 눈이나 코의 크기나 두상의 형태는 그
삶의 인종적 특징을 나타낸다. 또한 우리는 보여지는 외관적 정보를 통해, 우리는 어렴풋이 추측할 수 있다. 또한, 대상의 체형이나 걸음걸이, 자세 등을 통해서 생활 습관, 나아가 직업까지도 유추할 수도 있다. 인간의 신체는 우리가 어떠한
인생을 걸어왔는지 담고 있다. 결국 우리의 몸은 하나의 인생을 그리는 드라마인 것이다.
Altering Facial Features with H-WR,
2007/2022,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디아섹, 121×121 cm
Altering Facial Features with WH5,
2010/2022,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디아섹, 121×121 cm
인간의 신체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작가
이형구에게 있어서, 작업적 영감의 원천이자, 그를 그 여정의
탐사로 이끄는 가장 큰 존재가 아닐까 싶다. 작가 이형구는 홍익대와 예일대를 거쳐 조각을 공부한, 한국의 대표적인 조각가이다. 그의 작품은 주로 우리의 몸, 인체를 주제의식으로 둔다. 이는 그의 초기작 〈The Objectuals〉 시리즈에서부터 출발한다. 미국 유학 시절, 인종에 따른 신체적 차이를 경험한 작가는 원하는 크기나 형태로 인체를 변형할 수 있는 장치를 제작한다. 사회적 욕망일지 모르는 자신의 내부적 욕망에 따라 재해석된 이형구의
작품은 포스트휴먼의 신체성 담론을 그 만의 유머러스하고도 조형적으로 접근하였다고 평가된다.

Felis Animatus
& Leiothrix Lutea Animatus, 2009,
레진, 알루미늄
스틱, 스테인리스 와이어, 스프링, 유채
130×73×50 cm, 15.5×15×21 cm
여기서 나아가 변형된 인체 형상에서 그는 애니메이션적인 신체적 특징 등을 발견한다. 그의 <ANIMATUS> 시리즈는 해부학적 접근법을 통해
이루어진다. 애니메이션 속의 캐릭터들이 실재 한다고 전제한 채 작가 이형구는 이들을 분석하고, 화석화 하여, 신체에 대한 그의 시각을 더욱 구체화한다. 경이로울 정도로 세밀하고, 정밀하게 표현된 화석들은, 마치 ANUMATUS의 어원이 의미하는 ‘움직이게 하다’, ‘생명을 불어넣다’의
의미를 제대로 표상하고 있는 듯 하다. 이 오브제들과 관련하여 만들어진 초기 단계의 모형과 틀, 그리고 그에 대한 자료들을 작품의 일부로써 함께 전시하였다. 이를
통해 관객은 마치 한 명의 고고학자 혹은 해부학자의 아틀리에를 구경하는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배치는
관객에게 있어서, 작가가 설정한 세계관에 더욱 자연스럽게 설득당하고,
초대될 수 있도록 한다.
이번 부산시립미술관은 초기작부터 2022년 신작 〈Pink Vessel〉까지, 100여 점이 넘는 작품들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인체 모형, 오브제, 해부학 서적 등 작가가 수집해 온 아카이브를 함께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는 이형구가 써 내려가는 신체의 서사, 그 드라마를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현대미술작가조명IV-이형구>, 부산시립미술관,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