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서울국제대안영상페스티벌(이하 네마프,nemaf)의 본선진출작이 발표됐다. 본 영상제는 실험영화, 에세이필름, 비디오 아트 작업 등 영화부터 미술관에서 볼 법한 영상 설치 작업까지 전시와 상영 두가지 형태로 선보인다. 전시 영역은 탈영역우정국, 서교예술실험센터, 아트스페이스 오 등에서 전시되며, 상영에 해당하는 작업은 홍대 메가박스 등에서 상영될 예정인다. (정확한 전시 및 상영 일정은 추후 홈페이지에 개제 될 예정이다.) 영화와 미술 작업을 병행하는 필자는 때때로 영화와, 미술 영상 사이의 차이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된다. 이 난감한 질문에 상대방이 만족할 만한 대답을 내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작업을 하며 영화와 미술 영상에 구분을 두고 하진 않지만, 네마프에서 전시와 상영 영역을 나눠 두가지 분야에서 각각 출품을 받는 것을 보면 영화관과 미술관에 영상이 상영된다는 건 분명 다른 존재적 특성과 시작점을 지님을 알 수 있다.

본고에선 미술관에 영상이 편입된 출발점은 1965년 소니 포타팩(portapack) 비디오 테이프와 함께 시작된 초기 비디오아트로 규정하고 그 특징에 대해 논하겠다. 당시 미술계에선 50년대의 주류를 이루었던 추상표현주의 회화의 미학적, 상업적 특성에 대한 회의를 바탕으로 오브제를 탈피한 대지미술, 신체미술, 퍼포먼스, 해프닝 등의 움직임이 대두 되었다. 사회적으로는 급진적인 저항의 목소리가 커졌고 프랑스에선 68혁명이 발발 했으며 이런 사회적 배경은 행동주의 비디오 아트로 연결되었다.
비디오 아트는 당시 중요한 실천적 행위였던 플럭서스의 해프닝과 퍼포먼스의 계보를 잇는 측면에서 논의되기도 한다. 이는 비디오 아트가 플럭서스와 유사하게 상호작용성, 실시간성 그리고 비결정적 특성을 지니기 때문이다.(1) 그러나 일각에선 비디오 아트를 플럭서스와 다른 독자적인 특성을 지님을 강조한다. 본고에선 백남준의 비디오 작업에서 드러난 플럭서스와 연결되는 초기 비디오 아트의 특성을 살펴볼 거다. 동시에 브루스 나우만, 요안 요나스 등의 초기 비디오 작업을 로잘린드 크라우스(Rosalind Krauss)의 『비디오 나르시즘의 미학』에서 전개된 논의를 중심으로 분석하여 초기 비디오 아트의 특징에 대해 서술할 것이다.
먼저 초기 비디오 아트는 상호작용성와 비결정성 등 플럭서스 운동과 유사한 특성을 지닌다. 그중 특히 상호작용형 비디오 작업(interactive video art)은 이전의 회화 작품과는 다른 관객성을 만들어 냈다. 이전의 오브제 중심의 예술이 관객의 구분이 명확했으나 상호작용형 비디오 아트에서는 그 경계가 흐려지고 관객의 참여를 유도했다. 예컨대 백남준의 <magnetic TV> 1965 (도판 1-1)에서 관객은 작품의 형성에 직접적으로 개입한다. 본 작품에서 관객은 자석을 움직여 모니터 속 이미지를 변형할 수 있다. 즉 관객은 떨어진 눈으로 작품을 거리를 두고 관조하는 대상에서 작품의 완성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형성하는 주체적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 또한 작품은 하나의 완결된 이미지로 존재하지 않으며 관객의 개입에 의해 끊임없이 변하는 비결정적 성격을 지닌다.

백남준, <Magnetic TV>, Video installation, 1965
둘째로 비디오 매체가 처음 나왔을 당시 일부 작가들은 이것을 TV 매체에 대항하는 하나의 가능성으로 제시하기도 하였다. 이원곤은“TV문화를 비판하는 미디어로서 혹은 60년대 후반의 대항문화(counter culture)적인 입장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것이 영화와 비디오 아트의 가장 현저한 차이점”(2) 이라 언급한다. 백남준의 <TV Buddha>(1968)(도판 1-2) 이런 지점을 잘 보여준다. 작품 속 불상은 TV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데 모니터 속 이미지는 바로 그 자신이다. 즉 모니터 뒤에 설치된 카메라에 찍히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모니터에 상영된다. 이는 당시 TV를 통해 국가적으로 미디어를 통합하던 것에 대한 저항이자 쌍방향적 의사소통의 가능성을 제시한 작품으로 해석 될 수 있다. (3) 즉 ‘비디오’라는 매체는 하나의 저항적 도구, 혹은 정치적 가능성으로 사용되었으며 초기 비디오 아트의 일부 흐름은 이러한 사회 참여적 특성을 지닌다.
백남준, <TV Buddha>, 1974 Video installation, 1968
백남준의 <TV Buddha>의 폐쇄회로 비디오 카메라 설치 작업은 사회에 대한 저항적 차원에서 해석될 수도 있으나 동시에 비디오 매체에 대한 미학적 접근법으로도 분석될 수 있다. 백남준은 1974년 쾰른 현대 미술관에서 <TV Buddha>를 패러디 하여 <Video Buddha>(도판 1-3)라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 경우 불상은 백남준 자신의 신체로 대체 되었고, <TV Buddha> 와 동일한 폐쇄회로 구조하에 놓이게 되었다. 이때 작가는 모니터를 통해 타자가 자신을 보는 시선으로 자신을 보게 된다. 이는 상이 좌우반전되어 보이는 거울 속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낯선 인상을 주며 마치 타자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며 곧 모니터속 이미지는 자신에게서 분열되어 나온 또 다른 타자로 인식된다.(4) 카메라 – 모니터의 폐쇄회로 구조 속에서 이미지는 실시간으로 피드백되며 순환된다. 로잘린드 크라우스는 이러한 비디오 매체의 구조가 자아내는 심리적 상황을 비디오 매체의 주요한 특징으로 언급하며 ‘비디오 나르시즘’ 미학을 전개한다.
백남준, <Video Buddha>, Video installation, performance, 1974
브루스 나우만(Bruce Nauman)의 <Corridor Installation>(도판 1-4) 작업은 앞서 언급한 비디오 매체의 쌍방향성을 띄는 동시에 폐쇄회로 구조 속에서 나르시즘적 기재를 자아낸다. 관객들은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좁은 복도를 걸어들어가며 복도 끝에 놓인 모니터를 보게 된다. 모니터는 복도 초입에 설치된 카메라와 연결되어 복도를 걸어들어오는 관객을 투사한다. 관객은 복도에 걸어들어오며 모니터에 비친 자신을 보게 된다. 그러나 화면에 가까이 다가설수록 관객은 카메라와 멀어지며 이내 앵글 밖으로 벗어나 모니터 화면에서 사라진다. 이러한 비디오 매체는 상당히 독특한 시간성을 지닌다. 폐쇄회로 속 즉각적인 피드백은 실시간(real time)으로 전개된다. 관객은 기계를 대면하며 모니터 속에서 전개되는 시간성을 목격한다. 이미지가 순환하고 반복되는 비디오 아트 작품 속의 시간은 순차적이지 않으며 기계의 시간이다. 요컨대 관객은 비디오 매커니즘 안에서 기계의 시간에 존재하게 되며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새로운 현상학적 느낌을 자아내고 탈중심화된 주체를 경험케 한다.
Bruce Nauman. <Corridor Installation>, Video installation, 1970
마지막으로 비디오 아트는 심리적인 기제를 유도하는 동시에 비디오 자체의 형식적 매커니즘에 대해 사유하는 방향으로도 전개된다. 요안 요나스 <Vertical Roll>(도판 1-5)은 작가 본인의 신체를 사용하여 심리적 요소를 드러내며 카메라와 모니터 사이에 시차를 반영하여 매체적 공격을 가한다. 스크린 속 작가는 모니터를 빤히 응시하며 스크린 밖의 관람자에게 말을 건네는 듯 보인다. 그러나 작가는 카메라와 모니터의 주파수를 의도적으로 어긋나게 함으로써 화면에 이질적인 상이 맺히게 하여 관객의 몰입을 방해한다. 반복되는 화면을 쓸어내리는 듯한 이미지는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이는 비디오의 시간을 공간 속에 시각화 한다.(5) 이러한 시차의 반응은 관객이 놓인 시공간을 새롭게 지각하게 하며 나르시즘 기재를 경험하도록 한다.
Joan Jonas, <Vertical Roll>, Video installation, 1972
영화관이라는 폐쇄적이며 시종의 강제성을 지닌 공간에서 영상을 보는 것과, 열린 화이트 큐브에서 영상을 보는 것은 분명 다른 감각을 자아낸다. 지금까지 살펴 본 바로 초기 비디오 아트는 이전의 오브제 중심 예술과는 다른 관객성을 지닌다. 과거에 작품과 떨어진 눈을 가진 관조하는 관객에서 작품에 참여하고 일부가 되는 관객으로 변모하는 양상을 보인다. 또한 초기 비디오 아트는 TV의 대안적 매체로서 정치적 기재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점은 플럭서스의 상호작용성과 사회적 성격과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비디오 아트와 플럭서스 와의 연관을 반대하며 그를 독자적으로 바라보는 견해 또한 존재한다. 비디오 아트 작가들은 비디오의 동시적 특성을 기반으로 비디오 아트만의 인터페이스를 구축하였으며 비디오아트의 폐쇄회로 구조는 독특한 시간성을 형성했다. 이로써 관객은 비디오아트 작품을 통해 이전의 매체와는 다른 새로운 심리적, 현상학적 경험하게 되었다. / 글.박소현이
1) 김혜진. (2003). 영상매체와 현대미술 -디지털 매체의 등장과 비디오아트의 사회미학적 특징-. 커뮤니케이션 디자인학연구, 12(0), 139-159, p.147 2) 이원곤, 『영상예술』(서울: 조형미디어, 2000), p.206 3) 손병돈. (2010). 백남준과 브루스 나우만의 초기 비디오아트에 관한 연구. 예술과 미디어, 9(2),6-19, p.13 4) 김미교, 김희영. (2012). 비디오아트 형성과정에서 고찰해본 '인간화된 예술'의 인터페이스 연구. CONTENTS PLUS, 10(2), 83-97, p. 95 5) 배트코크 그레고리 『포스트모더니즘과 비디오 예술』: 로잘린드 크라우스의 비디오: 나르시즘의 미학 (자기애의 미학으로 번역), 인간사랑, 1995, pp. 94-119, p.109-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