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iki de Saint Phalle at work on Nanas in her studio on the outskirts of Paris, in 1971 © JACK NISBERG / CONDÉ NAST / GETTY IMAGES
여성 예술가들은 어디에 있(었)을까?
유명하다는 박물관의 상설 전시를 보고 난 다음이든 어느 오래된 명작들의 크레딧을 보고 난 다음이든 이런 질문은 우리 머릿속을 한 번쯤은 스쳐 지나간 적이 있을 것이다. 몇몇은 그들이 그저 수가 적었다거나 그들의 작품은 종종 미술관 지하에 미공개 컬렉션으로 절대 꺼내지지 않을 것처럼 쌓여 있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전 세계 여기저기서 슬금슬금 고개를 내밀고 있는 여성 작가들에 관한 전시들 덕에 이제는 이런 추측도 조금씩 힘들어진다.
그렇다면 또 혹자는 그들이 찾아보기 힘들 만큼 수가 적은 것은 아니나, 특별히 비범하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하고 되물을 수 있다. 종종 « 여류 예술 », « 여성주의운동 » 등으로 묶이던 여성 예술가들의 작품은 남성 예술가들의 터에서 여성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분리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여성 작가들의 작업은 « 여성성 »이라 불리며 그들을 예속하는 걸쇠로 작용하는 이 특징을 그들의 작품에서 지우기 위한 하나의 투쟁 과정을 늘상 포함하곤 했다.
언제나 예술엔 여성 작가들이 있었다. 문제는 예술의 역사가 그동안 꽤나 편견 어렸다는 것이다. 근래까지도 여성에 관한 창작의 명성을 차지하는 것은 남성 예술가들이었다. 스스로에 관한 작품에서조차 이름을 올리지 못할 만큼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 외면당하여, 역사가 그들을 잊었을 뿐이다.
Adélaïde Labille-Guiard, Autoportrait avec deux élèves (1785), New York, Metropolitan Museum of Art
여성 예술가들에게 교육의 문이 열린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프랑스 예술학교들이 여성 누드모델이 아닌 여성 입학 지원자를 받기 시작한 것은 고작 1897년부터이고 영국의 왕립 아카데미와 슬레이드 예술학교는 그보다 조금 이른 1860년부터였으며, 18세기 프랑스의 위대한 초상화가 아델라이드 라빌-귀아(Adélaïde Labille-Guiard)와 마리 앙투아네트의 전속 화가 엘리자베스 비제 르 브랑(Élisabeth Vigée Le Brun) 등 극소수의 여성 예술가들이 아카데미 입성에 성공한 이후에도 여학생들은 누드화를 다루는 데생 수업을 비롯해 신화, 예술사 수업 등 다양한 수업의 참석이 거부되었다. 예술 고등 교육에 여성들이 참여할 수 없었다는 것은 곧 결국 여성들이 예술 운동에 참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여성이 그동안 가정의 영역에 강하게 종속되어 있었다는 점도 예술사 속 여성의 존재를 지우는 데에 크게 기여한다. 여성이 본인의 작은 취미 생활 그 이상으로, 어딘가에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거나 사회적 활동으로서 예술 활동을 영위한다는 것은 굉장히 받아들여지기 힘들었고, 여기엔 여성이 피사체로만 존재하는 남성 지배적 예술 사회에서, 여성에 관한 창작이 여성이 침범할 수 없는 남성적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는 점이 결정적인 장애물 중 하나로 작용한다.
Niki de Saint Phalle au milieu de ses Nanas à la galerie Alexandre Iolas, 1965 © Niki Charitable Art Foundation/DR © André Morain
Niki © Maudits français
« 나나(Nana) » 시리즈로 유명한 프랑스의 누보레알리즘 작가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 Phalle) (1930-2002)은 « 나는 세계를 원했고 세계는 남성에게 종속되어 있었으며, (…) 나는 잘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으므로 아무것도 나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고 말했다.
니키 드 생팔의 나나 시리즈의 여성 조각상들은 남성적인 시선에서 순종적이고 교태롭게 묘사된 획일적인 여체에서 벗어나 기쁨에 젖어 뛰어노는듯이 역동적으로 빚어졌다. 그가 겪었던 폭력적이고 차별적인 사회에 대한 적개심과 혐오를 여과 없이 드러내며 석고 이미지 위에 거침없이 총을 쏘는 사격 회화 작품을 지나, 오랜 친구이자 연인 장 팅겔리를 비롯한 지인들과 우정을 나누며 시작한 나나 시리즈는 임신한 친구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Niki de Saint Phalle, Black is different, 1994 collection MAMAC, Nice, Donation de l’artiste en 2001 ; Niki de Saint Phalle, Nana noire upside down, 1965-1966, collection MAMAC, Nice, Donation de l’artiste en 2001, © Niki Charitable Art Foundation / Adagp, Paris, 2020
세상의 모든 여성을 표현한 나나 시리즈의 나나들은 파리의 퐁피두 센터, 런던의 테이트 갤러리, 스톡홀름의 현대미술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 세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그중 60년대 중반 미국의 반인종차별 시위를 지지하기 위해 제작한 « 검은 나나 » 중 한 작품은 지난 4월 13일 개막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는 « 가면무도회 »전에서도 관람이 가능하다. 2022년 7월 31일까지. https://artlecture.com/project/8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