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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 | ARTLECTURE

반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


/Art & History/
by 허연재
Tag : #반 고흐, #유화
반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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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반 고흐의 첫 유화 작품인 <감자 먹는 사람들>은 시각적으로 비릿한 흙 내음이 자욱하다. 그의 초기 작품 중 완성도가 있는 작품이며, 고흐의 종교적 신념이 매우 잘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사실 이 그림은 비난과 조롱을 많이 받아 아트 딜러 였던 동생 테오도 판매를 꺼렸던 작품이다....

작품마다 고유의 색이 있고 뇌로 맛을 느끼게 만든다. ‘빨간색’하면 사과를 떠올리고 사과의 달고 새콤한 맛을 생각하면 어느새 침샘이 고이는 연상 작용처럼 시각 예술은 우리에게 간접적인 체험과 상상을 할 수 있게 만든다. 특히 아티스트가 힘든 시기를 이겨내면서 그린 그림은 작가의 내면이 함께 전달된다. 그래서 좀 엉성해 보이는 그림이라 할지라도 특별하게 다가온다.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빈센트 반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은 그의 작품 중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손꼽히며, 보고 있으면 힘든 노동, 피와 땀, 흙 내음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듯한 인상을 건넨다.


반 고흐의 첫 유화 작품인 <감자 먹는 사람들>은 시각적으로 비릿한 흙 내음이 자욱하다. 그의 초기 작품 중 완성도가 있는 작품이며, 고흐의 종교적 신념이 매우 잘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사실 이 그림은 비난과 조롱을 많이 받아 아트 딜러 였던 동생 테오도 판매를 꺼렸던 작품이다. 반 고흐가 주변에 눈을 돌리고 테오에게 요즘 트렌드인 작품에 대해 자문을 구하고 인상주의 작품을 일찍이 따라했더라면 그의 회화 스타일이 조금은 더 일찍 자리 잡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하지만 고흐는 그림을 통해 부를 원했거나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인물은 아니었다는 점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그러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 빈센트 반 고흐, 감자 먹는 사람들, 1885

 

<감자 먹는 사람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무엇인가? 둘러 앉아있는 인물들의 시꺼먼 얼굴, 이들의 저녁 식사를 책임져 주는 작은 등불, 칠 흙 같이 어두운 내부 환경 등 많은 부분들이 있다. 그림 속 다섯 명의 인물들은 탄광촌에서 일을 하는 광부의 식구들이며, 해가 진 후 힘든 노동을 끝내고 테이블에 둘러 앉았다. 이들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듯한 감자를 나눠 먹는 중이다. 가운데 여성은 감자를 맨손으로 집어 빨리 먹어보라 권유하는 듯 커피를 따르고 있는 여성에게 건넨다. 아무리 감자가 따듯하다고 한들, 초록빛이 가미된 진흙 색 내부의 공기는 차갑게 다가온다.

마치 렘브란트의 명암법처럼 모든 조명들이 꺼진 듯 전체적인 톤이 어둡다. 인물들의 피부색도 거무튀튀하고 얼굴 역시도 그림자가 많이 져서 광대뼈와 팔자 주름이 부각되 실제 나이보다 상당히 들어 보인다. 육체적으로 힘든 하루를 마무리 하는 이들의 허기진 뱃속을 따듯하게 데워주는 것은 흙 내음이 자욱한 감자다.

감자는 노동 하위 계층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농작물이었다. 토양 상태나 온도에 예민하지 않고 잘 자라며 타 곡물에 비해 포만감과 영양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16세기 중반까지 유럽인들은 감자에 대한 존재는 알았지만 먹는 것을 거부했다. 고된 노동을 하는 토착민들이나 원주민들의 음식이라고 여겼기에, 주식으로는 치지 않았다. 이러한 감자는 탄광촌 노동자들에게는 포만감 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고 이들의 에너지 원천이 된다.

 

▲ 감자 먹는 사람들 스터디, 1885/ 반 고흐는 <감자 먹는 사람들> 작품을 위해 수 십 개의 습작을 그렸다.



▲ 반 고흐, Head of a Woman (Gordina de Groot), 1885/
반 고흐는 <감자 먹는 사람들> 작품을 그리기 이전에 광부들과 노동자들의 초상화를 여러 개 그렸다.

 

그림의 소재로 택하기에 감자와 시꺼먼 손을 가진 노동자들은 매력적이지 않았으나 이들은 반 고흐가 그림을 시작할 수 있게 마음을 건드린 사람들이다. 반 고흐가 선교사 생활을 하며 변덕스러운 성격과 빈곤한 행색 때문에 전문적으로 전도를 할 수 없었지만 그는 차선책으로 이들을 화석처럼 기록으로 남기기로 한다. 왕이나 귀족이 아닌 이들을 그림으로 남긴다는 것은 쓸모 없어 보이지만, 고흐의 시각에서는 해가 지고 뜨는지도 모르고 일을 하는 광부들의 노동과 희생은 매우 신성한 존재였다.

필자 역시도 반 고흐의 그림을 좋아하지만, 우중충하고 진흙 같은 이 작품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작업으로만 여겼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 그림에 시선이 오래 머무른다. 그 어떤 일을 하든 노동의 대가로 단 열매를 따기 위해서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땀방울과 성실함을 요한다. 그림 속 광부와 식구들이 소박한 저녁을 먹고 또 다른 내일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반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은 세련 된 그림은 아니지만 인간의 욕구가 최소한으로 채워질 수 있음에 감사해 하며, 끝없는 욕망을 비워낼 수 있게 하는 그림인 듯 하다.



▲빈센트 반 고흐, 식사하고 있는 4인, 1885

 
▲ 빈센트 반 고흐, 석판화 버전의 감자 먹는 사람들, 1885


▲빈센트 반 고흐, 휴식(장 프랑수아 밀레 모작), 1888./
<감자 먹는 사람들> 과 주제는 동일한 노동자이지만, 후반 작업에서 색감이 상당히 환해진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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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허연재.테이스티 아트(Tastea Art): 일상 속에서 예술을 통해 풍요로운 삶을 만드는 미술사, 미술 인문학 강의를 하고 글을 씁니다. / <바라보니 어느새 내 맘에>2020 저자. / 브런치 @tasteaart / 인스타그램 @tastea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