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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세계와 제3세계를 가로지르며 인종과 젠더의 중첩된 문제 속에서 주체로 위장된 여성 타자를 둘러싼 위선적인 현실을 드러내고 전복한다.
국제적 관광산업과 히네떼라스, <그것들!(Stuff!)>(1996~1999)
코코 푸스코는 나오 바스타멘(Nao Bustamante, 1950~)(1)과 함께 관광산업을 둘러싼 라틴여성과 음식 그리고 섹스에 대한 풍자적 퍼포먼스 <그것들!(Stuff!)>(1996~1999)을 제작했다. 히스패닉 캐리비안 지역에서 휴가를 보내는 서구 유럽인들을 대상으로 한 이 퍼포먼스는 미국과 영국, 덴마크, 스웨덴, 뉴질랜드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 순회 상연되었다.(2)
<그것들!(Stuff!)>은 연극과 같이 대본을 기초로 관객들을 극의 중요한 등장인물로 참여하게 하여 함께 극을 끌어가도록 구성했다. 카리브 지역을 찾는 국제적인 외국인 관광객들과 관광산업에 종사하는 지역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각본은 멕시코의 관광지의 주민들과 쿠바의 아바나에서 만난 히네떼라스(3) 그리고 유럽의 여러 도시로 퍼진 라틴계의 섹스워커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했다. 때문에 퍼포먼스는 관광산업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는 카리브 연안의 국가들을 비롯한 ‘제3세계 국가’들의 현실과 섹스관광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제3세계’ 여성들의 현실을 포괄한다.
극은 다큐멘터리적 요소와 연극적인 쇼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일기체로 쓰인 엽서 글은 자전적인 경험과 수집된 기록을 바탕으로 하고 이를 푸스코와 바스타멘이 무대에서 번갈아가며 낭독한다.(4) 극의 시작과 중반에 비중 있게 삽입되는 엽서 사연들은 거리의 행상, 섹스워커, 라틴계 여성 등 관광 산업을 둘러싼 화자들의 목소리는 카리브 해 관광산업에 대한 다각적인 시선을 대변한다.
쇼는 2부로 나눠지는데 여행사에서 고객들에게 가상의 관광 체험을 제공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1부는 원주민의 전통적 제의 퍼포먼스를, 2부에서는 강도 높은 상호문화적 섹스를 위한 실전 체험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주요 등장인물은 여행사 직원인 로사와 블랑카 그리고 여행사 대표인 트리플 E와 트래블 테이스터들이다. ‘남반구 전인성 건강 학회(Institute for Southern Hemispheric Wholeness)’의 총책임자인 트리플 E는 서구인 특히 유럽 백인 남성의 구미에 맞는 관광 서비스를 개발하여 비싼 비용에 불만족스러운 휴가를 보내는 대신 안락한 집안에서의 ‘후기 장소적 여행’(post-spacial travel)을 제안한다.
“다음 휴가 때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보셨나요?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싶으신가요? 많은 고객들은 따뜻한 곳으로의 여행을 일 년 내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감각적 아름다움과 고대의 경의를 목 빠지게 기다립니다. 그러나 원통하게도 열대성 폭우와 복면 쓴 도둑들, 기생충들과 가난으로 괴로워하며 돌아오게 됩니다. ...(중략)...여러분들은 완벽한 영혼의 음식이 필요합니다. 오직 사람만이 줄 수 있는. 최악의 고통을 없이 최고의 것을 경험하는 것은 어떨까요? 저희가 땀 없는 열기, 혁명 없는 제의와 이질 없는 우아한 서비스를 고안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디로도 가야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희가 배달해드립니다. 제3의 밀레니엄에 도달하게 되면서 여러분은 곧 후기 장소적 여행의 즐거움을 시작하게 됩니다.”(5)
영상과 음성만으로 등장하는 트리플 E는 관광객들 또는 관객들을 가상의 여행 속으로 이끄는 서비스의 안내자이자 퍼포먼스의 진행자이다. 트리플 E의 신분은 매우 모호하다. 우선 무대 중앙에 배치된 비디오 스크린에는 단정한 차림에 콧수염을 한 한 남자의 얼굴이 화면 가득 채운다. 어떤 배경 설명도 없이 화면 속에 떠오른 얼굴과 음성이 그에 대한 정보의 전부이다. 따라서 관객은 주어진 트리플 E의 이름과 언어, 그리고 억양으로 그에 대해 추측한다. 본명은 엘자르도 에두와르도 엔카나치온, 존스(Elizardo Eduardo Encarnacion, Jones)로 스페인계의 이름에 영미권의 성을 가졌고, 북미권의 영어 발음을 구사한다. 관객은 그의 외모와 이름, 그리고 언어적 지표로부터 그의 혈통과 배경이 제1세계에 닿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트리플 E가 북미권 혈통이라는 암시는 여행사의 주요 고객들이 속한 지역과의 혈통적인 연관성을 보여주며 여행사의 이미지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한다. 그리고 그 외의 어떤 배경설명도 제거되어 앞으로의 여행이 비역사적이고 비정치적인 이상적 파라다이스로의 관광이 될 것을 암시한다.
지치고 무료한 일상을 벗어나 색다르고 이색적인 휴가를 보내려는 서구의 관객들에게 따뜻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카리브 해는 매력적인 휴양지다. 그러나 열대성 기후와 벌레, 이질, 강도와 구걸 등으로 대표되는 ‘제3세계’의 불쾌한 요소들은 안락하고 평화로운 휴가를 방해한다. 때문에 트리플E의 여행사는 가상의 관광서비스를 통해 이러한 요소들을 제거한 완벽한 파라다이스로서의 카리브 관광을 제안한다. 이렇게 고객 맞춤형 관광체험이 시작된다. 퍼포먼스 현장에서 ‘트래블 테이스터’(Travel tasters)로 참여할 네 명의 관객을 선발한다. 일종의 신종 여행 체험단인 이들은 입장 시 배부된 티켓의 색깔에 따라 모집된다.(6)
선발된 네 명의 트래블 테이스터들은 요리사 모자를 착용하고 무대의 테이블에 자리 잡는다. 그리고 만물의 어머니이자, 대지의 수호자인 쿠타말리(Cuxtamali)(7) 여신에 대한 제의를 시작한다. 무대 위로부터 조명을 받으며 커다란 책이 내려오고 토속적인 악기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콜럼버스 이전 시대(pre-Columbian era)풍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블랑카가 레인스틱(8) 연주를 하면서 하늘을 향해 기도를 올리고 주문을 외듯이 트래블 테이스터들을 이끌며 고대의 신이 내린 대지의 풍요로움에 다 함께 감사하는 의식을 시작하면 테이스터들은 이에 제창으로 응답한다.
블랑카가 무대의 아래쪽을 레인스틱으로 지시하자 조명이 켜지고 로사가 등장한다. 음식카트를 밀며 나타난 로사는 블랑카의 낭독에 맞춰 발을 구른다. 여사제인 로사는 여신과 접신하고 블랑카는 이를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변사로써 극을 이끌어간다. 여신 쿠타말리는 물, 바람, 불이라는 기존의 세 명의 애인들을 대신할 새로운 애인으로 음식을 취할 것을 선언한다. 블랑카는 전설의 새로운 버전을 채택하게 된 것을 알리며 12번째 달의 순환에 따른 제의로 로사에게 칼춤과 피의 희생을 제안한다. 블랑카는 테이스터들과 함께 한 목소리로 “희생의 제의를!”이라고 외치며 로사에게 자기희생의 제의를 요청한다. 이에 당황한 로사는 여신이 대지에 열매 맺게 한 과일이 곧 여신이라며 테이블 위의 과일들을 칼로 내려치는 것으로 상황을 모면한다.
푸스코는 <그것들>에서 다시 한 번 관객들을 ‘전통적’인 원주민의 세계로 초대한다. 퍼포먼스는 그럴듯해 보이는 문화적 스테레오타입들로 채워져 있지만 결정적으로 전형성으로부터 벗어난다. 퍼포먼스는 민속적인 라틴풍의 배경 음악과 원주민 코스튬, 칼춤을 추는 여사제, 그리고 세 명의 애인을 둔 성적으로 충만한 여신 등 관광객들의 흥미를 끌만한 이국적인 요소로 가득 채워져 있다. 작가들은 여기에 무대 뒤편의 장면을 추가한다. 공연 내내 감지되는 로사와 블랑카의 미묘한 갈등과 신경전은 둘의 말다툼이 머리채를 잡고 서로를 밀치는 몸싸움으로 번지면서 수면 위로 드러난다.
블랑카 :로사 너 알기나 해? 니가 의식을 다 망쳐버렸잖아. 미쳤니. 네 문제가 뭔 줄 알아?
(로사는 무시한다.)
블랑카 :로사 듣고 있어? 다른 사람을 찾아야겠어!
로사 : 뭐 내가 망쳤다고? 그게 얼마나 멋진 마무리였는데!
블랑카 : 정신 차려, 네가 이상한 외계인 같은 걸로 망쳐놨잖아.
로사 : 우리 조상은 선혈 낭자한 누구 생각보단 이렇게 했을 거라고!
(로사가 비디오 재생을 한다.)
블랑카: 콘트롤 키 내놔
(콘트롤을 뺏으려고 둘이 싸운다.)
블랑카가 로사의 가발을 벗기고, 로사가 블랑카를 밀치고 가발을 벗긴다.(9)
둘의 싸움은 로사가 극의 내용을 즉흥적으로 바꾸고 주어진 역할을 축소해서 극이 전체적으로 허술하고 조잡해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블랑카가 쿠타말리의 세 명의 연인들에 대해 하나씩 소개할 때 로사는 이를 동작으로 표현하는데, 물은 바닥에 침을 뱉고, 바람은 하품을 하고, 불은 담배에 불을 붙이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어 여신이 바람을 취할 때 로사는 관객들에게 씨를 뿌리고, 물을 취할 때는 테이스터들에게 물을 대접하는데, 불과 싸울 때 로사는 블랑카를 빤히 쳐다보면서 한 번 으쓱 하고 만다. 그녀의 성의 없는 연기로 때문에 블랑카는 로사에게 여신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드라마틱한 ‘자기희생’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지만 그녀는 이를 과일을 내리치며 회피하고 극은 결국 시시하게 막을 내린다.
블랑카의 지시가 관광객의 기대와 관광담론을 대표하는 목소리라면 로사는 ‘전통적’ 제례를 실행해야 하는 ‘원주민’들의 현실이다. 로사는 ‘피의 희생’을 보여주는 퍼포먼스 때문에 자신을 희생하기를 원하지 않을뿐더러, 퍼포먼스를 제멋대로로 해석하면서 블랑카의 지시는 물론이고 관객들이 기대에 반항한다. <그것들!>은 ‘원주민’들이 ‘자아’와 ‘역할’ 사이의 간극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풍자하면서 메소아메리카의 전통적 제례를 예상한 관객들에게 실망스러운 연기로 답한다. 더욱이 로사와 블랑카가 싸우는 도중 벗겨진 가발은 이들이 ‘원주민’의 역할을 상연하는 퍼포머였다는 사실을 더욱 분명히 하며 ‘원주민’으로부터 ‘원주민다운 것’을 분리해낸다. 이처럼 제1부의 제례퍼포먼스는 ‘원주민성’이 서구 관광객들의 구미에 맞춰 상업적으로 기획된 것이라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그리고 원주민들에게 덧씌워진 판타지로서의 원주민성과 현실의 간극을 확인시키면서 식민주의의 판타지를 재탕하는 관광산업과 이에 돈을 지불하는 관광객들을 비판한다.
제2부는 신체적 교류를 극대화한 집중심화과정으로 이루어진다. 트리플 E가 다시 등장하여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교육과정은 모든 종류의 취향에 맞춰 고객을 즐겁게 하는데 목적을 둔다. 이는 가장 높은 강도의 감각적 경험과 영적인 접촉은 상호문화적 교류가 활발한 장소에서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했다. 때문에 교육은 문화 간 접촉이 활발한 장소에서 이루어질 것이며 색다른 방식의 신체적 교류를 원하는 고객들에게 친밀하고 밀도 높은 접촉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더불어 더 많은 지역의 다양한 배경의 고객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국어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처럼 집중 심화과정은 ‘감각적’, ‘신체적’, ‘색다른’, ‘높은 강도의’, ‘친밀하고 사적인 교류’ 등으로 강조되는 수사적 표현들로 설명된다. 여기에서 서로 다른 문화권에 속하는 타 인종 간의 신체적 접촉이란 백인 남성 관광객과 현지 물라타 여성 간의 국제적 섹스관광을 말하는 것이다.
카리브 연안의 국가들은 1990년대 이후 급속도로 진행된 후기 자본주의의에 대응하기 위해 아름다운 풍경과 낮은 임금의 노동력 그리고 외국인 자본을 기반으로 한 관광산업에 뛰어들었다. 상업화된 관광 문화에 식민시대로부터 지속되어 온 성적으로 충만한 물라타 여성에 대한 인식이 접합된 섹스관광은 관광산업의 주요 수입원이 되었다. 때문에 이 지역의 관광산업은 과거 식민주의의 인종에 따른 문화적 스테레오타입을 재생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것들!>는 어떻게 국제화와 그것이 동반하는 “문화적 관광주의의” 버전이 실제로 제3세계의 유색인 여성에게 영향을 미치고, 오늘날 소비자들의 “조금 다른 타자”에 대한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해 유럽과 북아메리카로 이주하고 있는 수 천 만 명의 라틴여성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우리의 비평이다.(1)
<그것들!>는 오늘날 국제적 관광산업과 국제적 섹스산업에 대한 비평이며 이와 관련된 ‘제3세계’ 여성들의 삶을 반영한다. 그리고 직접적으로는 쿠바의 ‘히네떼라스’를 모델로 한다. 쿠바의 관광산업은 설탕수출과 더불어 쿠바의 오랜 근간 산업이었다. 쿠바는 북미권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따뜻한 겨울 휴양지로 각광받았다. 미국 동부 해안 거주자들에게 아바나는 라스베가스 보다 가까웠으며 1950년대의 힙스터들에게 “낯설고, 멋지고 이국적인 아바나는 가장 화려한 장소였고 대부분의 관광객들에게 카지노 도박과 호사스러운 호텔, 아름다운 해변과 허리우드 스타들, 그리고 어두운 눈동자의 쿠바 여성은 매력적인 요소였다.(11) 쿠바는 20세기 초부터 쿠바혁명 직전인 1950년대 후반까지 국제적인 ‘창녀촌’으로 유명했다. 쿠바 혁명 이후 관광산업과 더불어 섹스관광은 사라졌지만 소련의 붕괴와 심각한 경제난 이후 다시 시작된 섹스관광으로 쿠바는 1990년대에 다시 ‘히네떼라스’로 불명예를 되찾게 되었다. <그것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한 푸스코의 비판적인 인식에 기초해 국제적 관광산업이 라틴 여성의 몸을 매개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드러내고자 했다.
따라서 2부의 집중심화과정은 국제적인 섹스관광의 상투적인 문법을 그대로 따라 이루어진다. 일반적으로 유럽의 백인 남성들과 히네떼라스는 술집이나 바에서 만난다. 룸바춤을 추면서 서로 친밀해진 후 성적 서비스와 금전적인 후원을 교환하게 된다. 집중심화과정은 표면적으로는 문화교류를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 섹스관광이 이루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단계별로 나눈 것이다. 이를 3단계로 나누어 살펴보면, 우선 로사와 블랑카의 언어실력을 관객들에게 보여준 후 관객들에게 관광에 필요한 스페인어 기초회화를 익히게 한다. 이어 관객들과 열광적인 아프리카 춤을 추며 라틴 문화를 온 몸으로 접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언어와 춤을 배우면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면 마지막으로 서로의 신체적인 접촉을 통한 상호문화적 섹스로 본 프로그램의 목적을 달성한다. 따라서 프랑스어, 독어, 이탈리아어, 영어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스페인어 회화강습은 바에서 술을 주문하고 히네떼라스를 유혹하기 위한 문장연습이며 한바탕 벌어지는 룸바춤 축제는 쿠바의 섹스워커가 남성 관광객들을 룸바춤으로 유혹하는데서 비롯된 것이다.
관광객 역할의 남성 관객과 섹스워커 역할의 블랑카 사이의 성적인 행위가 시연될 때 이 둘을 연결해주는 통역이자 핌프로 로사가 개입한다. 로사는 이 둘 사이의 단순한 의사소통의 문제뿐만 아니라 말과 행위에 담긴 맥락적 의미를 해석하고 적절한 행동을 지시한다. 아래는 이 장면은 블랑카와 남성 관객이 마주보고 의자에 앉아 로사의 도움을 받아 대화를 하는 장면이다.
로사: 운이 좋네요. 그녀가 허락했어요. 이제 함께 집으로 갑니다. 당신은 막 초반부를 지났어요. 그녀에게 침대에 누우라고 하세요. 이렇게 말해요. Echate en la cama!(침대에 누워!)
지원자: Echate en la cama!(침대에 누워!)
블랑카: 오케이
로사: 쉽죠! 이제, 그녀에게 무릎 꿇으라고 말하세요. Ponte en rodilla!(무릎 꿇어!)
지원자: Ponte en rodilla!(무릎 꿇어!)
블랑카: Ya voy! Esperate, eres muy grande!(지금 시작해요! 잠깐만, 당신 물건이 너무 커!)(12)
성관계 장면이 대화로 시연되는데 여기에 제3자인 로사가 개입하면서 이들의 성적인 대화는 로사를 통해 생중계되면서 노골적으로 강조되고 반복된다. 이 장면은 “전 결코 당신을 잊지 못할 거예요.”라는 남성고객의 진부한 대사로 마무리된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장면에서 블랑카는 자조 섞인 목소리로 자신의 처지에 낙담하면서도 “더욱 더 많은 권력과, 돈 그리고 음식, 그리고 젊은 남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노래로 극을 마무리 지으면서 관광객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 가사에 등장하는 존은 가벼운 만남과 유흥을 위해 남쪽 지역으로 여행 온 남성이다. 그는 여성을 유혹하는데 필요한 몇 개의 단어만 배우고서 “당신의 멜론과 파파야를 꽉 쥐어도 될까요?” 라고 물으면서 쿠바 여성에게 접근한다. 로사와 블랑카는 존과 같은 멍청하고 술 취한 외국인들에게 단지 달러 때문에 어울리는 것이라며 비웃음과 저주를 보낸다. 그리고 노래가 끝나자 마지막으로 트리플 E가 등장한다.
“여러분들이 완벽하게 특별한 저녁을 보내셨을 줄로 압니다. 저는 여러분 개개인 모두가 변화되어 댁으로 돌아가실 줄로 믿습니다. 저희의 일등급 트래블 테이스터스 서비스를 선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중략) 또한 단골 고객들이 이국적인 장소에서 호색적인 혜택을 쌓을 수 있도록 여행자 카드를 제공합니다. 아디오스, 본 아페티!”(13)
라고 말하며 극은 막을 내린다.
2부는 이렇게 국제적 섹스관광에서 따르는 연애의 문법을 패러디하고 비판한다. 퍼포먼스는 전체적으로 성적인 웃음을 유발하는 콩트에 춤을 뒤섞은 벌레스크(burlesque)의 형식을 따른다. 작가들은 매혹적인 라틴여성의 스테레오타입을 흉내 내고 유머러스한 풍자와 활력 넘치는 룸바춤으로 관객들을 흠뻑 취하게 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관객들이 퍼포먼스에 자연스럽게 참여하도록 유도하면서 쿠바 여성들의 현실을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재연하기 위한 장치가 된다. 더욱이 극과 극 사이에 삽입되는 엽서글은 관광지 주민의 현실과 ‘라틴 여성’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이 만들어낸 에피소드들을 제공한다. 이처럼 <그것들!>은 쇼의 성격을 띠는 극과 엽서글로 이루어진 다큐멘터리를 결합시키고, 퍼포먼스에 무대 뒤의 장면을 날것 그대로 담아내면서 허구와 현실을 단단히 결합시켰다.
전반부는 제례 퍼포머인 로사가 처해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면 후반부에서는 섹스워커인 블랑카가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 로사와 블랑카는 성적이고 영적인 인종과 젠더에 따른 스테레오타입에 구속되어 있다. 경제적 필요에 의해 문화적 스테레오타입을 ‘진정한 원주민’의 모습으로 여기는 서구의 관광객들의 기대를 부응해야 되는 현실에 처해있다. 관광지의 원주민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스테레오타입과 타협한다. 인종적인 응시의 대상이자 타자성의 기호로서의 원주민과 여성에 대한 재연은 관람객들의 문화적 기대와 함께 상연된다. 따라서 이들의 삶은 ‘원주민다움’으로 위장되어 있다. 푸스코는 이처럼 이중적인 구속 상태에 놓여있는 쿠바 여성들의 현실을 폭로하고자 했다.
따라서 푸스코와 바스타멘은 관객들을 관광지로 친절하게 안내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파라다이스로서의 카리브 해라는 관광담론에 도전하는 ‘반관광서사’를 상연하는 것이다.(14) 관광지 ‘원주민’들의 주체성이란 서구유럽의 백인 관광객들이 기대하는 ‘타자성’을 퍼포먼스 하는 모조적인 자아다. 퍼포먼스는 이러한 모조적인 자아를 거부하는 원주민 타자의 반항적인 목소리를 상연한다. 파편화되고 인위적 허상으로서의 ‘원주민성’에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으로 부터 벗어나 ‘탈동일시’를 통해 타자되기를 멈추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주체가 되고자 한다.
<그것들!>은 국제적 관광산업의 무비판적으로 참여하는 소비자들을 마음껏 조롱하고 우스꽝스럽게 만들어 비웃음거리로 전락시킨다. 서구 유럽 남성들의 말초적인 욕망을 마음대로 조종하면서 응시의 주체이자 경제력 있는 주체의 자리를 깎아내린다. 퍼포먼스에서 원주민들은 더 이상 타자가 아니며 서구 유럽의 관객들 또한 타자이미지를 고수하지 못한다. 결국 <그것들!>은 왜곡된 문화적 스테레오타입과 ‘파라다이스로서의 카리브’라는 관광신화에 깊은 균열을 만든다. 이에 따라 체험과정을 모두 마친 관객들에게 트리플 E가 기대하는 ‘변화’는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표면적으로는 말초적인 유흥과 문화적 기대를 충족 할 수 있는 혁신적인 신기술(post-site)관광으로 인한 ‘변화’를 의미하지만, 실은 관광산업과 파열음을 내는 현지인들의 딜레마를 재현하면서 관객들에게 문화적 스테레오타입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통한 ‘변화’를 요청한다.
☆Donation:
레퍼런스
1.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태어난 치카나(chicana) 멀티미디어 퍼포먼스 작가로 인종, 계급, 젠더, 수행성과 신체에 관한 주제를 다룬다.
2. 퍼포먼스는 영국의 글래스고(The National Review of Live Art in Glasgow)에서 1996년 in November 1996에 초연되었다. 이어 미국의 포틀랜드, 피닉스, 샌프란시스코, 스웨덴의 스톡홀름, 덴마크의 보르딘보르그,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등에서 상연되었다.
3. 일반적으로 히네떼라스는 쿠바의 섹스워커를 지칭한다. 쿠바의 경제적 위기 기간에 쿠바의 관광산업을 개방하게 되면서 더불어 달러를 가진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섹스관광 또한 성행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신조어들이 만들어졌는데, 성매매 행위를 포함해 달러를 얻기 위해 증진되는 외국인 관광객과 현지인들의 관계를 히네떼라스모(jineterismo) 그리고 이와 관련된 산업의 섹스워커를 히네떼라로 지칭한다. 쿠바의 히네떼라스는 일반적인 섹스워커의 개념과 다른 측면이 있다. 달러를 가진 외국인 관광객과 쿠바 여성 간에 일어나는 모든 만남이 성적, 경제적 교환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생계를 위한 히네떼라스도 있지만 달러로만 구입 할 수 있는 상품과 음식들을 구입하고자 성매매를 하는 히네떼라스도 있다.
4. 뉴욕으로부터 온 엽서에는 히네떼라스를 여성 착취로 보는 미국 백인여성의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 쿠바여성의 목소리를, 코펜하겐에서는 멕시코여성에게 치근대며 칩과 살사 따위로 그녀를 유혹하려는 백인남성을 만난 이야기를, 토론토에서는 자파티스타 게릴라 여성이 처한 전근대적 조건에 대한 동정어린 목소리를, 함부르그에서는 도시에서 소문난 성매매지역에서 브라질 여성들의 어두운 피부와 거대한 가슴에 취한 남성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치아파스에서는 메스티소와 인디언의 전쟁 중 강간당하고 아이까지 빼앗겨 미쳐버린 인디언 여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5. Coco Fusco, Stuff, The Drama Review 41, 4 (T156), New York University and the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Winter 1997. pp. 66.
6. 관람객이 극장에 입장할 때 각각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녹색의 네 개의 다른 색의 티켓이 주어진다. 그들이 받은 티켓의 색깔은 무대에 참여할 관객을 모집하는데 사용된다.
7. 메소아메리카(Mesoamerica) 지역의 신으로 알려져 있다.
8. 레인스틱은 전통 타악기로 작은 자갈이나 콩을 나무로 된 관 안에 넣어 흔들면 비나 폭우 소리가 나도록 만든 것이다. 아즈텍(Aztecs) 문명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를 연주하면 비바람을 불러 온다고 믿었다.
9. Coco Fusco(1997), pp. 117~118.
10. Coco Fusco(1997), pp.63.
11. Rosalie Schwartz, The invasion of the Tourist, The Cuba Reader: History, Culture, Politics, Aviva Chomsky, Barry Carr, Pamela Maria Smorkaloff, Duke University Press, 2009, p.252, 참고.
12. Coco Fusco(1997), pp. 79.
13. Coco Fusco(1997), pp. 82.
14. 파라다이스로서의 카리브 해라는 관광 담론은 카리브 해 지역 정부들과 제1세계 자본이 협력하여 만들어 낸 관광 책자와 광고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간 담론이다. 이는 카리브 해 지역을 현실에서 단절된 파라다이스로 보고자 하는 욕망이며 너무나 강력해서 그에 대한 대항 이야기들이 거의 서양 관광객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외국 관광객들은 이 지역의 “뜨겁고 깨끗한 공기”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즉각적으로 자신들이 “정화되었다, 축복받았다, 특별하다” 고, 지루하고 고단한 일상에서 해방되었다고 느낀다. 이런 해방감이 바로 카리브 해 관광 담론이 관광을 통해 관광객들이 얻을 수 있다고 약속한 것이다. 이경순, “카리브계 이민 작가 자메이카 킨케이드의 탈식민적 (재)해석의 정치학”, 『영미문화』, 제8권 2호(2008. 8. 31), 한국영미문화학회, p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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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llie Bly Makes the News: Watch an Animated Documentary About the Pioneering Journalist & Feminist Icon Nellie B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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