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전시 전경, Michel,2021
지언 전시제목 <미셸>은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나요?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릴게요.
고요손 전시는 14일간 진행되었고 매일 다른 미셸이 음악과 함께 전시에 20분 가량의 움직임을 부여했어요. 미셸의 움직임이 끝난 후 남아있는 잔재들을 관람하는 형식이에요.
미셸은 고요손인 저, 15명의 미셸, 글을 쓰시는 지언님, 보러 와주신 관람객, 그리고 이 전시를 모르고 있는 다수의 사람이 될 수도 있어요. 다수 무명의 누군가라고 봐주시는 게 가장 맞을 것 같아요. 가장 초반 기획은 미셸 공드리라는 감독의 영화 속 세팅을 현실에 가지고 나와 관람객들과 교감하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이 되었어요. 하지만 초기 단계에서 저의 생각을 덧붙여 진행을 하다 보니, 결국엔 미셸이라는 이름 안의 다수와 제가 만들어 내는 조각이 어떻게 소통하고 변모하는지에 더 집중하게 되었어요. 나아가, 어디에 이 형태가 놓이고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매우 가변적인 모습을 띠는 조각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런 전시의 형태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지언 첫 개인전을 <미셸>을 15인의 퍼포머와 함께 기획한 계기는 무엇일까요?
고요손 14일간 단 한 명의 미셸과 함께 하게 되었다면, 비교적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겠지만 저는 작업 과정에 있어서 리스크를 수반하는 것을 흥미롭게 느끼는 편이에요. 오히려 제가 예상하지 못한 부분들이 생겨나는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고요. 매일 다른 미셸이 제 조각과 함께 움직일 때 발생하는 돌발상황들은 새로운 그림과 연출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제가 이미 그려낸 청사진보다 더 재미있는 장면들을 보여준다고 믿거든요.
매일 직업도 성별도 다른 미셸과 함께 하는 것이 예상치 못한 리스크와 새로운 형태의 실수들을 증폭시키고, 그것이 오히려 제 조각들이 다양하게 읽히게 하고 독특한 장면들을 생성하는 것 같아 15인의 미셸과 함께 하게 되었어요.

전시전경, Michel,2021
지언 전시의 구성이 매우 독특한데요. 어떻게 전시를 구성하게 되었는지,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어디인지 궁금해요.
고요손 전시의 구성 이전에 제가 이번 전시를 통해 실험해보고자 했던 것은 “조각에 사람의 일상적인 움직임을 부여했을 때 다르게 읽히는 모습들”이었어요. 그것을 목표로 하다 보니 미셸이 조각을 먹기도 하고, 조종하기도 하고, 키우는 달팽이의 놀이감이 되기도 하고, 같이 씻는 모습도 연출하게 되었어요.
또한 사람들이 작품을 대할 때 조심스러워 하던 부분들을 이번 <미셸>에서는 과감히 건드리고 싶었고요. 일반적으로 만지면 안되고, 조심히 다루어야 하고, 특정 거리를 두고 관람을 해야 하고. 이러한 경고들을 무시하고 이미 정립되어 있던 규칙들을 부수고자 했어요. 규칙이 깨진 파편들이 다양한 구성을 만들어낸 것 같아요.
공을 들인 부분은 단연 ‘조화로움’이었어요. 모든 요소들이 얼마나 조화로운지, 미셸을 조각들의 일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동선이 중요했어요. 사람을 움직이는 조각이라고 생각을 하며 이 조각들끼리 어떻게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스며들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러므로 가장 자연스러운 동선을 위한 디스플레이에 공을 들였고요.
전시전경, Michel, 2021
지언 개인적으로 달팽이를 기르는 미셸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달팽이는 자웅동체이며 소화기관이 없어 삼키는 것과 배출하는 것이 같다는 점이 상징적이라고 느껴졌어요.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와 같은 예술가도 떠올랐고요. 혹시 달팽이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고요손 말씀하신 달팽이의 그런 생물적이고 학술적인 특징보다는 ‘속도’와 ‘시각적인 효과'가 더 중요한 이유였어요. 14일간의 전시에서 매번 다른 달팽이의 행위가 (조각에 올라가 있거나, 집에 들어가 있거나) 영상이나 사진으로 기록되는 것이 좋았어요. 특히, 케이지에 달라붙었을 때 보이는 몸체라던가, 눈이 움직일 때가 달팽이만이 가진 시각적 특징이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관람객들이 무생물로 가득한 전시장에서 생명력이 느껴지는 조각을 관찰하는 모습과 그것을 제가 다시금 관찰하는 것이 좋았고요. 덧붙이자면, 어렸을 적에 달팽이를 키워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전시전경, Michel,2021
지언 예상을 매우 빗나간 추측이네요.
고요손 하지만 지언님의 추측들을 모아보아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전시전경, Michel,2021
지언 이번 전시는 매우 한정적인 인원만 관람이 가능했는데요. 이러한 상황이 전시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시나요?
고요손 이번 전시 <미셸>은 특히 사람의 움직임과 시간을 느끼고 같이 호흡을 맞추며 관람해야하는 전시였어요. 공간대비 관람하기 가장 적합한 인원이 15명 정도라고 생각했고요. 한정된 열다섯 분께 더 감사하고 세심하게 전시를 전달했다고 느껴요.

전시 전경, Michel, 2021
지언 많은 협업을 해오신만큼 다음 협업도 기대가 되는데요, 꼭 함께 해보고 싶은 인물이나 예술분야가 있나요?
고요손 무모하거나 막연하게 생각해온 것은, 스포츠 경기에서 혹은 스포츠 선수와 협업을 해보고 싶어요. 선수들이 저의 조각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많이 상상한 것 같아요. 특히 하키장이나 축구장에서 어떻게 제 조각이 파괴되고 놀아나는지가 궁금해요. 물론, 단순한 파괴가 아니라 어떤 담론이나 의미가 있는 변화였으면 좋겠어요.
지언 전시를 놓친 관람객들을 위한 장치가 있다면?
고요손 인스타그램 미셸 계정으로 7월 18일에서 7월 31일까지 오후 7시에 미셸이 그들의 시점으로 찍은 영상과 사진을 관람하실 수 있어요. 미셸은 사실 그 현장의 관객들과 현장에 없는 관객들에게도 자신을 보여주고 있어요. 재미있는 점은 미셸에 따라 셀카로 자신만 찍기도 하고 음식만을 찍기도 하고 전시 전경만을 찍기도 해요. 그런 점이 미셸만의 독특한 아카이빙으로 남는 것 같아요.

전시전경, Michel, 2021
지언 <미셸>의 막을 내린 지금 기분이 어떤가요.
고요손 시원섭섭하네요. 저의 14일이 스며들어가서. 이 배열로 놓인 작품들을 다시 한데서 볼 수 없다는 점이 슬프기도 합니다.
지언 개인전 이후의 계획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고요손 우선 단체전이 하나 예정이 되어있어요. 다른 협업이 계속될 것 같아요. 패션 브랜드와 음반 쪽과 협업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9월에 코리아나 미술관에서 주최하는 C-Lab에서 <Milky Way>라는 전시가 있어요. 랩메이트들과 함께 별을 보러 가고 랩메이트들이 제가 제작한 별관측 장치 조각을 이용하여 별을 관측하는데, 그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코리아나미술관에서 상영할 예정이에요.
지언 인터뷰 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고요손 네. 수고 많으셨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하늘은 까맣게 흐려졌고, 그와 다시 만나게 될 날을 기다렸다. 미셸인 그의 막이 내려졌고, 또 다른 누군가로 다시 태어날 그를 기대하는 밤이다. 다가오는 <Milky Way>에서 그는 어떠한 방식으로 우주를 우리에게 보여줄지 상상해본다. 자료 제공: 고요손 사진: 양이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