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이응노 미술관은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로랑 보두엥의 작품으로, 고암 이응노 작가의 작품을 건축물로 재현하는 시도를 했다. 서울에서부터 기차를 타면 1시간, 버스를 타면 2시간 30분 정도 걸리며, 역에서부터 미술관까지는 반 시간 정도가 걸린다.
아침 일찍 떠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밤이 될 때까지 미술관을 둘러보고, 또 낯선 도시를 걷고 커피를 한 잔 마실 수 있는 여유를 만들 수 있는 여행. 혼자에 익숙해지고도 너무 외롭지 않게 보낼 수 있는 적당한 시간을 마련해 볼 수 있다.





먹과 한지를 주재료를 사용하는 동양화가 고암 이응노의 작품에서 여백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데, 보두엥의 건축물 특징 역시 절제를 통한 여백의 미에서 나타난다.
고암의 작품 세계에서 한자를 추상적 기호로 활용한 ‘문자 추상’화를 연작으로 발전시킨 시기가 있다. 그중 건축가는 작품 <수(壽)> 속에서 발견한 조형적 구조를 건축적으로 재해석하기로 한다.
미술관을 하늘에서 촬영한 사진을 보면 고암의 작품에서처럼 긴 직사각형 면을 선으로 나누며 새로운 공간을 발견한다. 이러한 설계로 투과되는 빛은 공간 안에서 입체적으로 선과 면을 경험하게 해준다. 햇빛이 들어오는 창으로 고암의 작품을 새로운 각도로 이해해 본다.

현재 전시 중인 기획전 <유연한 변주 (10월 20일 ~ 12월 20일)>는 3명의 작가 정화용, 강정헌, 홍지윤을 초청해 고암의 작품과 미술관 건축 공간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작업한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보두엥의 건축물에 대한 아이디어 발전 과정 역시 드로잉과 모델링, 영상으로 함께 만나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동시대적 시각으로 고암의 예술 세계와 고암을 영감으로 한 건축물을 만나볼 기회이다.

또한 미술관은 원래의 넓은 공원 부지에 건설되어 있다. 보두엥은 관람객들로 하여 전시 관람과 동시에 산책하는 것처럼 느끼도록 내 외부를 잇는 동선을 유발하도록 설계하였다. 이러한 의도는 전시 공간 자체가 크지 않아 전시될 수 있는 작품 또한 한정적이지만 공간의 경험을 통해 간직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억을 남긴다. 자연 속에 여백이 강조된 공간에 빨려 들어가 차분하고 어쩐지 고독한 분위기 안에서 경험하게 되는 사유는 자신만의 여행을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미술관 밖으로 나오면 맞은편으로 시립미술관 건물과 조각공원을 만나게 된다.
추가정보: 대전복합터미널에는 쇼핑몰과 대형서점 입점 되었을 뿐 아니라 DTC 아트센터에서 기획전과 야외조각광장을 통해 무료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야외조각광장에서 만난 스페인 조각가 하우메 플렌자 작품 <SANNA 2020>은 초현실주의 이미지를 입체로 마주하고 있는 신비감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