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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 클레, 예술의 연결 | ARTLECTURE

파울 클레, 예술의 연결


/Art & History/
by jiaopal
파울 클레, 예술의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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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나는 이 세상에서 이해될 수 없는 존재이다. 내가 편안하게 머무는 곳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과 죽은 사람들 사이에 있다. 보통의 경우보다는 조금 더 창조의 핵심에 다가가 있지만, 아직 충분하다고 할 만큼은 아니다.” - 파울 클레의 묘비에 있는 글.

소재가 흥미로웠던 탓에문득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러브  아트

한글 제목으로 개봉한  영화의  제목은 ‘Words and Pictures’. 직역하면 글과 그림이다 영화 속에선 제목 그대로 글과 그림의 관계를 보여주는데성공한 화가이자 교사인 디나(여주)   잘나갔던 시인으로 활동했던 마커스(남주) 마치 글과 그림의 의인화를  보여주는 것처럼 서로 티격태격하며 대립 구도를 이루기도 하고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서로가 글이 더 위대하다아니다그림이 더 위대하다는 주장을 펼치며 싸움을 벌이는 장면이다.







학생들로부터 디나 선생님은 말이란 것은 다 가짜라고 했어요.”라는 말에 열이 받는 마커스는 교대에 위와 같은 전시를 하게 되고디나는 아래와 같이 반격한다.







수천 개의 말보다 그림 한 장이 더 낫다.”라는 글귀와 함께 반격한 디나사실 이 장면이 나올 때더 분량이 길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아쉽게도 하나의 에피소드에 그치고 만다.



결국 디나와 마커스는 다른 로맨틱 코미디 영화와 다를 것 없이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이 영화가 주려던 메시지를 임의대로 해석해보자면결국 글과 그림은 떼려야 뗄 수 없다정도의 메시지가 될 것 같다실제로 예술은 각기 그 분야와 특징이 다르다고 해도다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될 명백한 사실이다.



파울 클레(Paul Klee, 1879~1940) 대표적으로  사실을 몸소 실천하고증명한 아티스트라   있다그는 본래 어렸을 적부터 바이올린 연주를 시작해 음악가의 꿈을 꾸었지만넘치는 상상력과 예술의 끼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는지 그는 미술가의 길을 걷게 된다.

클래식 음악을 추상 미술로 표현하려 했던 칸딘스키와 절친한 친구로 지냈던 그 또한 어렸을 적 재능을 잊지 않고 음악과 회화를 결합하려는 여러 시도를 했다클레는 특히 바흐의 음악을 좋아해 바흐의 대위법을 회화로 표현하고자 했다음악의 멜로디를 으로다양한 박자 구조를 도형의 형태와 크기하지만 파울 클레의 이러한 시도가 담긴 회화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안타깝지만 사실상 클레의 결합 시도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클레는 이후 색채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그는 특히 프랑스 화가인 로베르 들로네의 영향을 받아 그의 색채를 실제 본인의 그림에 많이 활용하게 되는데이때 클레는 아주 혁신적인 융합예술을 만들어 낸다.



밤의 회색으로부터 나오자마자, 1917/18




클레는 음악뿐만 아니라 문학에도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밤의 회색으로부터 나오자마자라는 작품을 통해 시와 색채를 결합한다시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밤의 회색으로부터 나오자마자

타오르는 불처럼 무겁고귀하며강하게 되어

신으로 충만한 저녁으로 기운다

이제는 푸른 하늘에 둘러싸여 만년설 위를 떠돈다

현명한 별을 향하여


다소 추상적이고단번에 알아채기 어려운 클레의 그림엔 시적인 제목이 붙기 시작한다이는 당시 독일의 아방가르드 화가들을 후원하는 헤르바르트 발덴(Herwarth Walden)의 요구 때문이었는데그 이후 클레의 그림은 풍경 속의 검은 기둥들’, ‘도시의 보석’, ‘현재의 여섯 경계 안에서’ 등 시적 감성이 깃든 제목을 그림에 붙이게 된다덕분에 화가인 그에게 언어의 마술사라는 별명 또한 붙게 된다.

선의 예술가라고 불리기도 했던 클레는 문자와 기호뿐만 아니라 수채화파스텔유화잉크 등 한 가지 재료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재료를 섞어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보이는 걸 재현하는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도록 하는 것이 회화의 역할이라고 했던 파울 클레.

독일에서는 너무 앞서나간다는 이유로본고향인 스위스에서는 무절제하고 혁명적이라는 이유로 동시대 사회에서 제대로 된 인정을 받지 못했던 클레는 문학음악회화 등 예술의 연결성을 일찍이 이해해 융복합문화예술을 몸소 실천했던 예술가였다.


나는 이 세상에서 이해될 수 없는 존재이다내가 편안하게 머무는 곳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과 죽은 사람들 사이에 있다보통의 경우보다는 조금 더 창조의 핵심에 다가가 있지만아직 충분하다고 할 만큼은 아니다.”

- 파울 클레의 묘비에 있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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