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몼 ]
‘몼.’ 이 글자를 보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이 글자를 종이에 쓰고 글자의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세로선을 그어보면, ‘믓믓’ 이런 형태가 된다. 다시 'ㅁ‘ 속에 서로를 마주보고 있는 사람의 얼굴을 그려보면, 두 명의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안고 있는 모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타처럼 보였던 글자는 사람이 함께 존재하는 따뜻한 형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이 ’몼‘이라는 글자는, 다가오는 5월 18일부터 6월 5일까지 ’스페이스 온수‘에서 진행되는 ’임솔몬 작가(COLO7)‘의 개인전 제목이다. 제목을 이렇게 정한 데에는 간단하고도 명확한 이유가 있다. 이번 개인전에는 40여명 정도의 인원이 함께 참여하게 되는데, 작가는 다른 이들과 함께 하는 모습을 형상화시킨 글자를 전시의 제목으로 정했다고 말한다.
몼’ 드로잉_임솔몬 작가
개인전인데 40명 정도의 인원이 참여한다니, 약간 의아할 것이다. 임솔몬 작가가 총 기획을 맡은 이 전시는 사실, 거의 4개의 전시가 한 전시로 묶여 있는 형태이다. 즉, 전시 한 묶음을 작품 하나로 제출한 격이다. 각각의 전시에는 여러 명의 사람들이 참여하게 되기 때문에, 개인전 이지만 전시 참여자는 다수가 되는 것이다.
[ 친구를 찾는 미술 ]
임솔몬 작가와 그의 작업들
작가는 ‘친구를 찾는 미술’을 시작으로, 사람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퍼포먼스나 대화를 중심으로 작업을 해왔다. 친구에 대한 주제를 다루다 보니 사람 간의 관계나 사람 자체를 작업으로 보게 되었고, 사람도 작품처럼 오래 봐야 다양한 것들이 보인다는 점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지인·사람을 전시하는 작업들을 하며 자연스럽게 작가로서 기획자의 영역에 들어가게 된 임솔몬 작가는, ‘전시 하나’를 ‘작품 하나’로 생각하며 이번 전시를 구상하게 된 것이다. 많은 이들과 함께 하는 전시에 대해 작가는 아래와 같이 말한다.
"간결한 전시를 하기엔 내 인생이 너무 짧아요. 타인과 같이 전시하면 전혀 예상치 못하는 길이 열려요. 내 행복을 쫒는 것도 어렵지만, 나와 가까운 사람들의 행복과 내 행복을 공존 시키는 것은 더 어렵기 때문에 끊임없이 실험해 봐야 되는 부분인 것 같아요. "
임솔몬 작가와 그의 작업
작가는 전시에서 사람간의 관계나 사람 자체를 작업으로서 제시 하고자 한다. 사람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아닌, ‘사람 자체’를 작업으로 제시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대부분의 작가들은 자신이 아끼는 작품을 전시한다. 그 그림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그 그림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고, 그 그림에 담긴 의미를 관객이 알아주길 바라는 것이다. 사람간의 관계나 사람 자체를 작업으로 제시하는 임솔몬 작가의 마음도 이와 같지 않을까. 그의 삶 속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을 그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자 노력하며, 이들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고, 그들이 서로를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기획한 4개의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 점에 주목하여, 임솔몬 작가의 설명을 기반으로 각각의 전시는 어떻게 진행될 예정인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또한, 각 전시를 통해 작가가 무엇을 발화(發話)하길, 무엇을 발화(開花)시키길 원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 SAHAHA 미니 아트 카페 (1층) ]
전시 제목에서 ‘SAHAHA’는, ‘See Art. Hang Art. Have Art.’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그 음료와 함께 시간을 즐기는 것과 같이, 관람객은 그림을 주문하고 감상하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여러 작가의 작품이 나열되어 있는 그림 메뉴판에서 그림을 골라 주문하면, 도슨트가 주문자 근처의 아트폴에 그림을 설치해 주는 방식이다. (아트폴이란, 작가가 고안해낸 벽의 손상 없이 그림을 걸 수 있는 폴 형태의 장치이다. 부담 없이 그림을 걸 수 있는 장치를 가구화 시켜 제안해준다면, 사람들이 그림을 소유하는 문화에 한걸음 더 가까워 질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생각해냈다고 한다. )
만약 그림 감상을 더 오랜 시간동안 이어나가길 원하면 2주간 무료로 그림+아트폴 렌탈 서비스를 체험해볼 수 있다. 2주간의 무료 체험 이후, 렌탈 기간 연장 혹은 그림 교환을 원할 시에는 수익금이 해당 작가에게 지급되는 형식의 월 정액제 시스템을 통해 체험을 이어나갈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이 제안하는 방식을 통해 사람들이 돈을 지불하고 그림을 ‘소유’하는 문화가 자연스러워지고, 이로 인해 작가의 수익 구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원한다고 말한다.
[ 합체로‘몼’ (2층) ]
7명의 협업작가들은 개인 작업 1개와, 각자 한 명의 일반인 작가와 짝을 이루어 진행한 협업작업 1개를 전시하게 된다. 임솔몬 작가는, 본인이 하고자 하는 말들을 실체화 시키는 데에 특화되어있는 작가들의 사상이 다른 사상들과 어떻게 부딪히고 균형을 이루며 공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작가 본인 또한 최근에 자신의 사상을 실현시키는 것보다, 그 사상을 다른 이들의 사상과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협업 작가들의 개인 작업에 묻어난 작가의 사상을 파악하고, 이들이 일반인 작가와 함께 작업을 했을 때에는 결과물에 사상을 어떻게 조화롭게 담아냈는지 발견하며 관람하길 추천한다.
*협업작가: 김나형, 김하니, 남현빈, 박다빈, 이목하, 이한나, 홍성윤
[ 프로젝트 7교시 (2.5층) ]
참여 작가가 각각 한 교시(30-40분)의 수업을 맡아 서로 교육자가 되는 동시에 학생이 되어보는 퍼포먼스 작업이다. 관람객은 수업을 참관하듯 퍼포먼스를 관람하면 된다. 수업의 내용과 방식은 다양하며, 각 수업에는 작가 본인만의 ‘어떻게 가르치냐’에 대한 관점이 반영되어 있다.
프로젝트 7교시는 예술이 교육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인의 이야기에 영향 받아 고안된 작업이라고 한다. 주변에 교육에 관심이 많은 작가들을 섭외하여 한번 전시를 통해 직접적으로 서로를 가르쳐보는 퍼포먼스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어 기획했다고 말한다.
*참여작가: 강류, 장미, 세영(세꼬), 강범, 사라, 김해솔, 변진, 원정, 원지예, 주연, 예진, 데보라, 미정, 홍탄야
[ 임솔몬 정신 PT 전시 (1,3층) ]
작가는 전시 기간동안 일주일에 최소 4회 이상, 전시장에 출근하여 자신이 정해놓은 루틴을 실행하게 된다. 마치 PT운동에서 하루 루틴이 정해져 있듯이 말이다. 아래는 작가가 설정해놓은 루틴의 예시이다.
- 가까운 역에서 전시장 까지 가는 거리 도보 5분 남았을 때 달리기(5분이 1분이되는 마술)
- 시끝녀쇠고리 제작 (5분이상)
- 하루뇌분석드로잉 (10분이상) /아이디어페이퍼 분류 및 정리
- 작가/갤러리 지도 제작, COLO7커리어 맵 제작 (10분이상)
- 작업시간 측정/늘리기 (체력/지속력) -시간제한 없음
관객들이 전시를 체험하고 얻어가는 것이 있듯이, 작가 본인도 전시를 통해 얻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전시 기간 내의 작가의 역할을, 작품을 설치하고 끝나는 데에 제한해 두지 않는다. 스스로 부여한 역할을 실행해 나가며 전시를 실질적으로 ‘체험’하길 원 하는 모습을 통해, 작가와 관람객 사이의 경계와 한계를 허물고자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전시 ‘몼’을 통해 우리는, ‘예술가와 예술 작품이 이 세상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존재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작가의 탐구를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순간을 위한 독자적인 존재로 서의 예술’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쌓아나가야 할 시간 속에서의 ‘공존을 위한 예술’을 만나볼 수 있길 바란다. 예술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게 되길 바라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 또한 만나볼 수 있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전시 정보] 전시명: ‘몼’ 장소: SPACE ONSU (스페이스 온수)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교동 월드컵북로1길 74) 전시기간: 2020.05.18.~2020.06.05. (휴관없음) 관람 시간: 11:00AM-8:00PM 총기획: 임솔몬(COLO7) 큐레이터: 이동훈 공간/제작기획: 이다나 박다혜 조혜진 그래픽/마케팅 기획: 오선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