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미술(抽象美術abstact art)이라 함은 비대상미술(非對象美術), 비구상미술, 비재현적 미술이라고도 하며, 때로는 구체미술이라고도 불린답니다. 그러니까 눈에 보이는 현실의 사물을 묘사의 대상으로 하지 않는 미술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다시 말하면 대상의 구체적인 형상을 나타내기보다는 점, 선, 면, 색과 같은 순수한 조형 요소로 표현한 미술의 한 가지 흐름을 일컫는 것입니다. 형(形)이나 색은 각각의 고유한 의미와 느낌을 가지고 있어 형과 색의 어울림만으로도 그리는 사람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모더니즘 이후 장식 중심의 미술에서 벗어나 세계를 조형적으로 정의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고, 이것은 추상 미술의 원동력이 되었지요. 추상미술은 쉽게 색면 추상과 표현적 추상으로 나눌 수 있답니다.
<Mask/잭슨폴록/oil on canvas/1941/Museum of Modern Art (MoMA), New York>
<잭슨폴록이 희랍신화의 영향을 받아 제작한 작품>
추상 표현주의란 단어는 본래 칸딘스키(1866-1944)의 초기 작품에 대해 사용하였던 말입니다. 미국의 평론가 바(Alfred Barr)가 1929년 미국에서 전시 중이던 칸딘스키의 유동적(기존 아카데미한 그림과 달리 형체가 없이 모호한)인 초기 작품에 대해서 형식적으로는 추상적이나, 내용적으로 표현주의적이라는 의미에서 추상표현주의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이후 페기 구겐하임 등과 같이 미국적 미술을 후원하던 이들이 1942년 '금세기의 전시회(페기 구겐하임 주최)'를 개최하며 추상표현주의라 불리는 작가들 작품을 출품하며 평론가들의 호평 후 유럽의 화단과 다른 미국적 정체성을 갖게 되었지요. 1945년 <뉴요커>의 저자인 로버트 코라가 잭슨 폴록과 드 쿠닝의 작품을 추상표현주의라고 하였습니다. 이들은 서로 연맹하는 클럽도 없었으며, 양식적인 구분 없이 시대에 활동했습니다. 폴록과 같은 액션페인팅 작가들은 자신의 즉흥적 감정을 바탕으로 신체를 이용해 표현하였으며, 마크 로스크와 바넷 뉴먼과 같은 색면 추상주의자들은 각기 다른 색이 가지고 있는 특징과 성질을 살려 숭고함 즉 형이상학적인 사유를 이끌어내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Going West/잭슨 폴록/oil on fiberboard/1934-35/38.2cmx52.7>
잭슨 폴록(Jackson Pollock1912-1956)은 미국의 와이오밍 주 코디에서 태어나 뉴욕 미술학생연맹의 벤튼에게서 미술교육을 받았습니다. 초기에는 위의 그림 <Going West>와 같은 지방주의의 그림을 그렸으며, 모사를 통해 드로잉 기술을 배웠지요. 폴록은 로마신화, 멕시코 벽화, 프로이드(개인)와 융(우리, 집단무의식)의 정신분석 그리고 아메리칸 대륙의 전설(인디언 부족문화와 원시생활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유럽 조형예술을 받아들여 미국적 미술로 만든 인물입니다. <Going West>는 폴록의 초기 관심사와 화풍 그리고 그의 개인사를 보여 주는 예입니다. 서부로 이주하는 선구자 가족의 이미지로서 아마도 그것은 폴록의 가족이 그가 어렸을 적 서쪽으로 그리고 나중에는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다는 사실에 대한 개인적인 진술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요.
<Eyes in the Head/잭슨 폴록/oil on canvas/137.2cmx109.2cm/1946/페기 구겐하임 소장, 베니스 이탈리아>
폴록에게 융의 심리학을 바탕으로 제작한 신비의 눈은 자신을 말하는 것이며, 개인의 내적 갈등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색과 선이 소용돌이치며 마치 끈끈하고도 가늘며 신비스러운 흰 거미줄과 같은 유기적인 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눈(eyes)이란 폴록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가 살아가며 겉으로 보이는 나 자신이 아닌 내면에 숨겨둔 또 다른 많은 자아가 자리하고 표현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각 개인의 많은 자아와 스스로 갈등하고 투쟁하며 결국 하나의 완성된 사고의 개체가 되는 것이 아닐까요?
<No1/잭슨 폴록/oil on canvas/1948/MoMa New York/폴록이 최초로 전시회에 선 보인 작품>
폴록은 기존의 화가들이 그림을 그렸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을 선택하여 그림을 그렸습니다. 보통의 화가들은 이젤에 캔버스를 올리고 작업을 하는 방식 즉 캔버스를 세워서 작업을 하였으나, 그는 캔버스 자체를 바닥에 내려놓았습니다. 즉 이젤 자체를 무시? 한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새로운 기법이라는 뜻이 아니라 기존의 유럽 미술과의 결별을 선언하는 액션이었습니다.(이러한 기법 등을 통해 미국적 미술을 유럽에 알리게 됨) 폴록은 바닥에 커다란 캔버스를 깔아 둔 채 공업용 에나멜(당시 산업화, 과학화되어 나온 물건으로 이것은 미국의 산업시대를 반영함을 의미) 그의 액션페인팅은 무의식이 미술의 근원이 되는 자동주의(초현실주의)에서 출발합니다.
폴록은 1947년부터 본격적으로 드리핑 기법을 이용하여 회화를 창조합니다. 내적인 정신성의 표출뿐만 아니라 엉클어진 실타래와 같은 형상을 만들어 내는 드리핑 회화는 현대회화의 모든 요소들을 한순간에 뒤집고 말았지요. 폴록은 막대기 등의 여러 도구와 방울방울 떨어뜨리거나 뿌릴 수 있는 물기 많은 물감 또는 전통적 물감과는 전혀 상관없는 모래 등의 재료를 가지고 달리고 뛰면서 신체 행위의 흔적으로 뿌리기를 시도하였습니다. 이러한 뿌리기에 의해 여러 가지 형상들이 복잡하게 얽히고 마치 거미줄이나 엉켜버린 그물과 같은 작품을 창조하게 되었지요. 폴록의 작품 행위를 보고 미술 평론가인 그린버그는 '액션 페인팅 action paint'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폴록은 유채 물감 대신 공업용 왁스인 듀코 에나멜 물감을 사용하였으며 캔버스를 팽팽히 당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땅바닥에 못이나 집게 등을 이용해 고정한 후 작업을 하였습니다.
<No3.호랑이/잭슨 폴록/oil on canvas, 금속성 에나멜, 노끈, 담뱃재/157cmx94.6cm/1949/허시혼 미술관 워싱턴>
신체의 제스터에 의해 계속적으로 뿌려지는 물감의 분출은 화면을 바탕과 형상이 구별되지 않는 복합적인 세계를 만듭니다. 폴록은 화면의 구성을 정교하게 계산하고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반응하고 자유로운 신체 행위 속에 내재된 무의식에 의해 회화의 공간이 결정되도록 내버려 두었지요. 그래서 폴록은 진정한 의미의 처음이자 마지막 액션 페인팅 화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폴록의 물감을 흘린 자국(drip)은 독창적이며 유일한 것입니다. 튀고 흘러내린 복잡하게 얽힌 물감 얼룩들이 두 가지 이상으로 한 번에 만나는 형태들은 화폭의 전체를 뒤덮은 올 오버(all over)공간의 화화로 폴록 자신의 내적 구조와 연결된 일관성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액션 페인팅을 통해 큰 캔버스에 접근하며 자신과 스스로 투쟁하는 신체의 격투?와 뿌려지는 물감을 통해 점차 초월된 흥분이 폴록을 지배하게 됩니다. 이 에너지는 마치 생물의 생명과 같은 시간성(탄생과 죽음의 과정 속 시간성을 일컬음)을 갖고 있습니다. 폴록은 회화가 자기 나름대로의 고유한 생명을 소유하고 있다고 믿었으며, 화가는 이 생명이 떠오를 수 있도록 노력할 뿐이라 생각했습니다. 폴록의 작품은 신체 행위를 강조하지만 결코 해프닝과 퍼포먼스가 아닙니다. 그에게 있어 행위란 행위 그 자체가 중심이 아닌 행위로부터 창조된 예술의 결과물인 화면을 중시하였던 것입니다.
1951년 말부터 폴록은 드리핑 기법을 점차 버리고 전통적인 방법인 나이프와 붓을 사용하여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소용돌이 모양의 스케치를 하면서 평면성의 추구를 버리고 그의 회화는 다시 사유의 깊이감을 갖게 되지요. 이 소용돌이 형태는 완전하게 추상적인 형태인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드리핑 기법을 사용하기 이전 초기 작품들을 연상시키는 상징적인 도형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이 시기부터 폴록은 무한히 확장된 올 오버의 공간을 버리고(기존의 작업은 캔버스의 빈 공간을 생각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캔버스 전체나 일정 부분에 물감을 뿌렸으나 1951년부터는 캔버스의 구도와 빈 공간을 계획 후 작업을 하였다는 의미) 캔버스의 공간을 결정하고 규정했다는 것입니다. 위의 작품 <The Deep>에서 보여지듯 폴록은 초기에 보여 주었던 물감 반죽의 새로운 물질성을 탐구하면서 내용면에서는 아주 치밀하게 인간 내면의 상징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의 후기 작품에서 보이는 형태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내면 깊숙이 숨어있던 무의식을 끄집어내어 연상시키게 합니다. 이것은 화가의 밑바닥에 내재되어 있는 무의식적 잠재의식의 표출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특이점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전이를 이끌며 사유의 세계로 유도합니다.
폴록의 액션페인팅은 단순히 신체 행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화가의 직관과 회화의 재료가 우연히 만나는 우연이 중요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작품이 그러한 직관과 우연만으로 창조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초현실주의의 자동 기법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폴록의 오랜 세월 동안 반복된 연습과 철학적 사고를 통해 완성될 수 있던 절제가 우연과 직관을 조절할 수 있었기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그의 작품을 현재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안티까운 것은 새로이 등장하는 미술 평론가들과 사회에 대한 억압에서 벗어나려 하다 폴록은 알콜 중독자가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1956년 그는 술을 마신 채 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로 그 자리에서 즉사하였으며, 그때 그의 작업실에는 수많은 작품들이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폴록의 작품들은 관습에서 벗어나 가장 자발적인 행위로 인해 드러나는 형태를 추구하였기 때문에 관람자에게 해석의 자유를 부여하게 합니다. 세상을 향해 과감히 새로운 도전을 하였던 이들이 뜻하지 않게 우리의 곁을 떠난 사실은 너무도 많습니다. 그들이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갔던 힘과 용기가 문득 궁금해집니다. 그들은 자기 자신을 스스로 믿었던 것이 아닐까요? 나약한 모습으로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내가 아닌, 내가 만들어 가는 새로운 세상을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꿈꾸고 도전하시길 소망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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