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드리안의 작품을 설명하는 글들을 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표현들이 있죠. 신조형주의 또는 De Stijl 등인데요, 이들 신조형주의자들은 영적인 조화와 질서가 담긴 새로운 이상을 표현할 길을 찾고자 했으며, 형태와 색상이 본질적 요소로 단순화되는 순수한 추상성과 보편성을 지지했는데, 수직과 수평으로 시각적인 구성을 단순화하였고, 검정과 흰색 그리고 원색만을 사용하고자 했습니다. 이런 그들의 아이디어는 다양한 방면에 영향을 미치는데,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 입생로랑은 1966년 쇼에 몬드리안을 오마쥬하는 디자인을 선보입니다.... 몬드리안은 외모로 드러나는 차갑고 사무적일 것 같은 이미지와 달리 음악과 춤에 관심이 아주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De Stijl결성 시에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사상에 함께 동참할 음악가도 끌어들였는데요, 바로 몬드리안의 친구로 알려진 Jakob van Domselaer입니다. 그의 음악은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유럽 여행에서 기차여행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겠죠. 프랑스의 TGV, 독일의 ICE 등 초고속 열차들을 타보는 것은 한국에 고속철이 도입되기 전까지만 해도 유럽 여행의 필수 코스 중 하나였으니까요.
여러 유명한 노선이 있겠지만 뒤셀도르프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노선은 멋진 들판 풍경이 볼만 합니다. 뒤셀도르프에서 북쪽으로 달려서 오버하우젠에 도착한 후 서쪽으로 방향을 틀면, 기차는 곧 네덜란드 국경을 향해 빠른 속도로 운행을 계속합니다.
2차 대전 격전지 중 하나인 아른험을 거쳐 위트레흐트 동맹으로 유명한 위트레흐트를 거치면 암스테르담에 거진 도착한 셈입니다.
만약 여러분 중 4월이나 5월 같은 봄날에 이 빠른 속도의 열차를 타게 될 기회가 생기신다면 아른험을 지나면서 펼쳐지는 전원 풍광을 한번 유심히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의자에 몸을 누이고 반쯤 감은 눈으로 빠른 속도로 달리는 열차에서 멀리 떨어진 들판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몬드리안의 명작인 composition의 이미지가 네덜란드의 튤립 들판 한가운데에 떠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까이서 보면 이런 느낌의 알록달록 튤립들이 초고속 열차의 빠른 속도에 희미해지면서 꽃들의 다양한 색상에서 근본적인 3 원색의 느낌이 가장 강하게 살아나기 시작하고 이윽고 색과 색(면과 면) 사이에 색을 구분 지어주는 선들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원거리에서 촬영된 네덜란드 tulip field 풍경
정말 놀라운 경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열차는 몬드리안이 태어나고 자랐던 아머스푸르트 곁을 지나가지는 않지만 열차의 경로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기 때문에 우리는 몬드리안이 자라면서 바라본 자연의 풍광이 어떠했을까를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View from the Dunes with Beach and Piers, Domburg, 1909, oil and pencil on cardboard
Compositie 8
Composition II in Red, Blue, and Yellow 1929
몬드리안이 바라본 자연의 풍광은 고속열차의 속도가 올라갈수록 그의 미술 화풍이 변해가는 과정 처럼 차례로 우리 눈에 들어 옵니다.
맨 위의 튤립 들판 이미지가 본질적 요소로 분해 재결합되는 과정을 거쳐 수직과 수평으로 단순화되고 나면 바로 위의 composition의 이미지로 남겨질 수 있다는 사고의 발상이 놀랍습니다.
몬드리안의 작품을 설명하는 글들을 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표현들이 있죠.
신조형주의 또는 De Stijl 등인데요, 이들 신조형주의자들은 영적인 조화와 질서가 담긴 새로운 이상을 표현할 길을 찾고자 했으며, 형태와 색상이 본질적 요소로 단순화되는 순수한 추상성과 보편성을 지지했는데, 수직과 수평으로 시각적인 구성을 단순화하였고, 검정과 흰색 그리고 원색만을 사용하고자 했습니다.
이런 그들의 아이디어는 다양한 방면에 영향을 미치는데,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 입생로랑은 1966년 쇼에 몬드리안을 오마쥬하는 디자인을 선보입니다.
런던 테이트 갤러리의 연구에 따르면 몬드리안 자신이 그의 "회화에서의 신조형주의"에서 이러한 제안을 직접 설정했다고 하는군요.
다시 말해서 몬드리안의 미술은 "오직 원색과 무채색, 오직 정사각형과 직사각형, 오직 수직이거나 수평인 직선"으로 요약되는 것이죠.
그가 바라보았던 자연의 모습에서 순간순간 변화하는 모습을 제거하고, 본래의 모습이 갖는 본질만을 남기기 위해 원색과 직선을 사용하게 된 것인데요, 왠지 직선은 네덜란드의 농업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농업이 발달한 나라들은 대부분 최고의 경작 성과를 올리기 위해 기계들을 많이 사용하게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경작을 할 농장의 경계를 수직선과 수평선을 사용해서 분리된 사각형 모양으로 나누게 됩니다.
우리나라 역시 과거의 논과 밭은 산과 들에 걸쳐서 이리저리 휘어지고 끊기고 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지만 서해안 개간사업 등을 통해 새로이 등장한 대규모 농지들은 직선으로 구분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죠.
네덜란드의 농촌 풍광은 그러나, 단순히 공간을 수평적 분리한 모습에서 그치지 않고, 농업에 필요한 물을 끌어들이기 위해 사용되었던 풍차들이 평지 위에 수직으로 솟아 오른 모습을 보여 줍니다.
뒤셀도르프에서 암스테르담으로의 기차 여행은 바로 이런 작가가 어린 시절에 보았던 자연 풍광이 가지고 있던 다양한 요소들이 탁월한 사고력을 거쳐 조화와 질서가 어우르는 새로운 가치로 탄생하게 되는 과정을 느끼게 해주는 경이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몬드리안은 외모로 드러나는 차갑고 사무적일 것 같은 이미지와 달리 음악과 춤에 관심이 아주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De Stijl결성 시에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사상에 함께 동참할 음악가도 끌어들였는데요, 바로 몬드리안의 친구로 알려진 Jakob van Domselaer입니다. 그의 음악은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De Stijl 그룹에 참여하는 동안 작곡된 Proeven van Stijlkunst ( 예술의 스타일에 관한 연구)을 들어보면
De Stijl에 참가하며 몬드리안의 예술적 지향점에서 영향을 받은 감성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오른손으로 음의 높이를 바꾸어 가며 음악이 진행되지만 이 모든 음들은 왼손이 연주하는 베이스들과 지속적으로 화음을 이루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사실 특별할 게 없죠. 그런데 뭔가 처음 제시된 주제를 가지고 화성법적인 전개를 해 나가며 자연스럽게 다음 주제로 넘어가야 할 일반적인 음악 스타일과 달리, 베이스에서 제공된 음계를 다양한 음의 높이를 이용해 사운드를 수직적으로 표현하려고 하는 단순한 멜로디의 상승과 하강이 반복되는 느낌이랄까요?
이런 시도는 훗날 특정 멜로디를 높이고 낮추면서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음악을 만들어가는 미니멀 음악의 스타일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집니다.
그러나 몬드리안을 빼면 이 작곡자를 음악적으로 지지했던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새로운 이론에 기반한 음악 작품은 음악적으로 성공을 거두지 못하게 되고, 그러면서 점차 몬드리안의 영향이 약해져 가는데요, 그래서 이 작곡자의 후기 작품들을 들어보면 (피아노 협주곡 1번, 교향곡 1번 ) 그가 몬드리안의 영향을 받았던 음악과 달리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스타일의 음악들이 섞여 있는 약간은 과도기 적인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피아노 협주곡 1번의 카덴자 부분은 쇼팽 스타일이 많이 보이지만 그러다가, 1악장 종결 부분으로 달려가는 음악의 모습은 러시아 민족주의 스타일을 연상케 하기도 하네요
이렇듯 세기의 천재 미술가였던 몬드리안의 사상적 영향은 미니멀 음악이라는 새로운 음악 장르의 탄생에도 미치게 됩니다.
이렇듯 음악을 좋아했던 몬드리안이 알게 모르게 음악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그 반대로 그가 음악으로부터 새로운 구원(영감)을 얻어 내기도 하는데
바로 재즈입니다.
그가 재즈를 처음 접한 것은 파리 시절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본격적으로 재즈를 즐기기 시작한 것은 역시 미국 이주 이후 시기일 것입니다. 유럽 대륙을 휩쓰는 전쟁의 광풍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간 몬드리안은 뉴욕에 정착하게 되고 이곳에서 당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재즈 음악들을 접하게 되는데요
몬드리안이 좋아했던 뮤지션들, 한번 들어보시죠
Pinetop Smith
Andy Kirk and his twelve clouds of joy
Woody Herman
신지학 등을 통해 구원과 조화 등을 추구했다고 알려진 덕분에 우리는 몬드리안이 상당히 금욕적이고 규칙적인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며 그와 재즈를 연결시키는데 흥미를 느끼고 있는데요, 그가 재즈에서 아주 흥미롭게 생각했다고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면 재즈가 그에게 단순히 유흥적인 요소로 다가온 게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2014년 테이트 리버풀은 아주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시도합니다. 몬드리안이 실제 작업하던 스튜디오를 실사이즈로 재현해 내는데요
남아 있는 파리 시절 스튜디오 사진을 토대로 재구성한 몬드리안의 공간은 화로와 테이블 등이 좁은 공간 안에 비좁게 자리 잡고 있으면서 그의 그림에서 느꼈던 모서리 없이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일 거라는 일반의 생각을 뒤집습니다.
이 스튜디오의 사진을 본 순간 저에게 든 생각은 몬드리안이 그림 속에 구성해냈던 세계는 연속적으로 끝없이 확장될 수 있는 평면을 색과 선을 통해 이상적으로 분할해 나갔던 곳인데, 실제 그의 삶은 ( 사실 모든 인간의 삶은) 조화와 평온이 지배하는 끝없는 평면이 아니라, 수도 없이 단절되고 또 그 단절된 만큼의 많은 모서리들이 들어찬 한계가 명확한 공간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런 비연속적인 삶의 측면은 뉴욕에서 접하게 된 재즈를 통해 새로운 지평선을 열어 주게 됩니다.
몬드리안이 많은 관심을 보였던 것은 재즈에 있어서 syncopation이라는 요소라고 하는데요
당김음이라고 하는 Syncopation은 음악의 요소 중에 beat라고 하는 것을 흔드는 기법입니다.
beat는 on-beat (강박)과 off-beat (약박)이 반복되면서 리듬을 만들어 내는 요소인데 이 배열을 부분적으로 바꿔버리는 거죠.
이론적으로는 초등학교 시절에 배운 강박과 약박이 있는데 약박을 강박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배워 왔는데
이런 예는 어떨까 합니다.
4박자 곡은 강박 약박 중간강 약박 이렇게 비트가 진행된다고 하죠.
그러니까 이 곡의 첫마디를 부른다면 '학'을 제일 강하게 그리고 '종'을 '학'보다는 약하게 그렇지만 '교'나 '이' 보다는 좀 더 강하게 부르는 것입니다.
그다음 학교종이를 하악교종이로 발음을 바꿔서 한번 불러 보시겠어요?
이렇게 바꿔서 불러보면 학에 있던 강세가 두 번째 악으로 옮겨 가면서 리듬에 미묘한 변화가 생기게 되죠.
트롯을 부를 때 리듬으로 해보면 느낌이 생기실 거에요
다시 말해 리듬의 핵심 요소인 비트를 비틀어 버리면서 생기는 리듬의 미묘한 변화로 인해서 음악에 새로운 생기가 돌게 됩니다.
재즈를 즉흥적이라고 많이 들 생각하시는데, 사실 재즈도 어느 정도는 악보에 적힌 대로 상당히 정확하게 연주해야 합니다. 단 이런 싱코페이션 등을, 실제 연주하는 동안 상황에 맞춰서 연주자들이 즉흥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 줌으로써 동일한 곡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게 되는, 다시 말해 듣는 청중 입장에서는 즉흥적인 재미가 많이 부여되는 효과가 생기는 것이죠.
몬드리안은 재즈 연주에서 특히나 이런 요소에 아주 즐거워했다고 하는데요, 어린 시절 유토피아를 보았던 네덜란드의 전원과 인간의 예술적 지성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파리 같은 유럽에서 정신없는 뉴욕의 한 복판에 들어서게 되지만, 전쟁의 포화를 떠올리게 하는 그래서 인간의 감정에 가장 충격적인 잔인한 폭력으로 대체되어 버린 유럽에 비해, 복잡하고 시끄럽지만 그렇기에 유럽과 다른 풍요와 즐거움이 넘치는 인간미 넘치는 뉴욕의 모습이 그에게 새로운 유토피아를 제시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위의 사진은 1940년대 뉴욕의 밤 풍경입니다. 재즈를 즐기고 거리로 나온 몬드리안 앞에 펼쳐졌음직한 광경일텐데요, 유럽에 비해 수없이 많은 인파와 차량들이 도로를 따라 이리저리 연속적으로 이동하는 와중에 신호등이 켜지면 이 거대한 움직임의 연속성이 순간적으로 비연속적인 특이점에 도달하게 될 겁니다.
마치 아래의 작품에서 연속적인 선의 흐름 위에 중간 중간 찍힌 도트(점)들 처럼 말이죠.
이런 도시 속의 흐름에서 아래의 작품들이 연상되시나요?
Victory Boogie Woogie
그의 작품들을 통해 앞에서 해본 생각을 다시 한번 정리해 보면 유럽 시절에 완성을 이룬 그의 추상 작품들 (Composition)이 끝없이 확장될 수 있는 면(삶) 위의 3 원색(근본 요소)을 수직선과 수평선으로 ( 인간의 이상)으로 분할해 나가며 이상적인 세계를 동경했다면 뉴욕에서 새로이 시도하는 작품들인 부기우기 시리즈들은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가는 직선들(삶의 다양성)이 다양한 외부적 충격에(희로애락) 비틀어져 방향을 틀고(방황) 그러나 지속적으로(어떠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전쟁 같은- 삶은 계속되는 것이니까) 전진하는 동안에도 찰나의 비연속적인 순간들이 끊임없이 그 안에 존재한다는 삶의 현실에 대한 화가의 새로운 인식이 드러난 것 일 것입니다.
예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두 축인 음악과 미술은 이렇듯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창조를 향해 나아간다는 사실을 몬드리안을 통해서도 재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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