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심(黑心): 과정으로서의 추상
송지인의 드로잉 속의 선들은 마치 중력이 없는 우주 공간을 떠다니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응시하고 있으면 종이 위를 미끄러지는 연필의 소리나 종이를 스치는 바람이 생생하게 감각되는 착각을 하게 된다. 작품을 접했을 때 경험하는 이러한 다감각적 자극과 그로 인한 가벼운 인지적 부조화감은 이내 비규칙적인 입자들의 움직임, 혹은 진동이나 파동과 같은 이미지들로의 치환과정을 통해 안정되면서 특유의 운동성만을 감지하게 된다.
공간지은에서 개최되는 송지인 개인전 《흑심》은 지금까지의 작가의 작업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기존에 작가가 동식물이나 인간 신체의 부분들을 변형하여 부분적으로 배치하거나 여러 요소들을 이질적으로 결합시킴으로써 시적이면서도 서사적인 방식으로 입체작품을 통해 자신의 작업 세계를 구축해 왔다면, 이번 전시는 초심으로 돌아가 연필 드로잉으로 지금까지 구축해온 견고한 작업 세계를 풀어보려는 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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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작업실에서 출발한 공간지은이라는 전시장의 특성과도 연결되면서, 완성된 결과물보다는 작가가 작업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그것은 아직 굳어지지 않았고, 완결되지 않았으며, 이후의 향방을 기대하게 한다. 이 전시 자체가 작가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실험적인 ‘드로잉’인 것이다. / 전시 서문: 김가은_일부 수록 - 공간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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