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으로 들어온 미술>
이돈순 개인전
디플라스틱 아트De-plastic Art_참을 수 없는 삶의 가벼움
2022년 9월 3일 - 9월 30일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openspace BLOCK'S
삶의 편리와 효율의 대명사가 된 플라스틱 사물들은 사람의 일상적 가치를 구현해 온 대체물이었으나, 짧은 쓰임 뒤에 버려지고 마는 공산품 사용 방식의 정착으로 말미암아 이제는 돌이키기 힘든 자연 재앙의 원인이 되었다. 생활 속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의 수명주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긴 반면 그 재활용 비율은 지극히 저조한 실정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지구적 차원에서 볼 때, 한번 버려진 가공 자원을 재활용하여 순환 구조를 만들기란 이미 벌어진 전쟁을 되돌리는 일만큼이나 지난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돈순의 <디플라스틱 아트(De-plastic Art)_참을 수 없는 삶의 가벼움>은 동네에서 버려진 폐플라스틱을 작가와 주민이 모으고, 이렇게 모인 플라스틱을 예술적 소재로 가공하거나 재활용하여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 가는 실험을 진행했다. 작가는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동네(태평동)가 가파른 경사지에 펼쳐진 산마을 다가구주택 단지여서 아파트 환경에서처럼 폐플라스틱의 분리배출이나 수거가 원활하지 못하다는 실정에 착안했고, 지구촌 환경의 오염원인 지역의 부산물을 체험 공방의 매개이자 창작 콘텐츠로 재활용했다.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속에 그려지는 반복적 삶의 양면성과 오늘날 가장 잘 부합하는 물질적 매체가 있다면, 그것은 플라스틱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가벼움이 지배하는 시대의 기획 속에서 끝도 없이 반복되는 플라스틱의 세례를 물질적 풍요로 인식하며 살아간다. 반면 플라스틱이 기후와 자연환경, 생명 건강, 지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과 그 심각성의 무게를 공감하면서도 그것의 생산 공정과 소비문화에 이르기까지 기업과 개인이 함께 지불해야 할 책임이나 부담에 관해서는 맹목적일 만큼 관대함을 유지하는 모순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내 안의 본능은 문명이 배설해 놓은 가공할 오염의 세계, 비대할 대로 비대해진 가벼움의 관성이 못 박아 놓은 불안정한 세계상의 위험을 직감한다. 그것은 모두의 문제이기 이전에 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생산과 소비의 과실만을 쫓아 앞만 보고 달려온 경쟁적 삶의 편향성이 주변을 돌아보지 않은 데서 기인한 결과가 상처 입은 자연의 저항으로 되돌아온다. 개발과 자본의 오랜 침투로 자정 능력을 상실한 채 궁지에 몰린 자연의 역공은 이미 인간의 대응 속도를 압도한 지 오래다. 영원히 썩지 않을 것 같은 플라스틱의 물질성과 결합한 우리의 정신과 일상은 넘쳐나는 물질적 풍요를 넘어 일회성이 지배하는 사회 풍조 속에서 플라스틱 사랑과 플라스틱 이별을 경험하며, 플라스틱 거주와 이주를 당연한 현실처럼 받아들인다. 그것은 분명 신중함보다는 가벼움에, 오래된 가치보다는 일회적인 쓰임에 경도된 현대인의 물질만능주의적 삶의 단면이기도 하다. 생산력을 앞세워 대량 소비 시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누적된 부산물들이 하늘, 땅, 바다를 뒤덮는 사이 삶의 휘발성에 지친 내면 깊숙한 곳으로 우울한 도시의 공허감이 무겁게 내려앉는다.』 (이돈순 작업 노트)
버려진 플라스틱을 미술의 오브제로 재사용, 재활용한 이돈순의 <디플라스틱 아트(De-plastic Art)_참을 수 없는 삶의 가벼움>은 지구촌이 겪고 있는 플라스틱 환경의 문제를 급격한 도시화와 전쟁 등 인간의 욕망 편향에 의해 벌어지고 있는 현실 속에 대입시킨다. ‘De-Plastic Art’는 ‘조형(造型)’과 ‘플라스틱’이라는 중의적 의미(Plastic)에 ‘분리·제거·반대’의 뜻을 가진 접두사(De-)를 붙여 환경오염의 주범인 플라스틱 문제를 공공적 성격의 조형예술 활동을 통하여 상쇄·순화·승화해 나간다는 생태적 예술로서 제안되었다. 여러 가지 재료를 이용하여 구체적인 형태나 형상을 만드는 것이 '조형예술'이라면, ‘De-Plastic Art’는 물질을 다루는 조형예술의 순기능을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방식과 결합하여 마을 공동체 속에서 담론화한다. 즉, <디플라스틱 아트(De-plastic Art)_참을 수 없는 삶의 가벼움>은 정신과 물질을 포함하는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에 대하여 고민하는 과정적 작업을 통하여 인류의 자원 활용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오늘날 폐플라스틱이 안고 있는 사회적 과제를 새로운 미술적 접근으로 제시한다.
☆Donation:
'오픈스페이스 블록스(open space BLOCK's)'는 성남 원시가지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위치해 있습니다.
블록(BLOCK)은 구조체를 구성하기 위한 최소단위이지만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힘을 모으면 완성체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의미로, 미래지향의 문화 플랫폼을 목표로 활동하는 비영리 문화단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