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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 질 때 다시 만나 | ARTLECTURE
  • 땅거미 질 때 다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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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 질 때 다시 만나'에서 땅거미가 진다는 말은 해가 진 뒤 어스레한 상태라는 뜻으로 새로운 날 그리고 새로운 어둠이 찾아오는 지점을 가리킨다. 김도경 작가와 김상덕 작가 두 명의 합작이 보는 이로 하여금 가상의 세계 속 펼쳐지는 독창적인 예술 세계로 이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가상의 생물들은 주로 어둠속에서 활동하며 작가들과 가장 밀접하게 교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나타낸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땅거미 질 때 만나자는 약속은 어둠 속일지라도 예술과 다시 하나 되기를 바라는 소망을 뜻하며, 한편으로는 두 작가가 예술을 대하는 태도를 표방한다. 모두가 잠든 밤 시작되는 예술과의 긴밀한 만남의 이야기를 '공간독립'에서 펼치고자 한다. 

<이토록 치밀하고 친밀한 지옥에 대하여>
글_조하빈

유의점: 본 전시는 관객의 주관적 몰입 경험을 필수 요소로 하는 일종의 RPG게임입니다. 관객은 장난감 병정이 되어 공포와 스릴의 절체절명을 즐기며 가상의 공간 속에서 마음껏 희로애락의 최대한도를 넘나들 수 있습니다. 부디 즐겁고도 끔찍한 시간이 되시길. 

스스로가 지옥에 갈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이 지옥과 다름없다고 믿는 사람이나, 죽음도 불사하는 기개를 가진 자도 어쨌거나 죽기보다 살기가, 무존재보다는 유존재가 나은 법이니까. 하지만 지옥은 마냥 비현실적이고 멀기만 할까? 김상덕과 김도경은 공상의 세계를 상정하여 현실과 비현실을 가르는 경계선에 대한 재인식을 시작한다. 혹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지옥은 아닐까? 어쩌면 지옥이 이미 도래한 것 아닐까? 까마득한 이세계(異世界)가 타인과 자아, 현실과 비현실, 괴물과 히어로와 귀여운 캐릭터가 뒤범벅된 친밀한 지옥이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라고, 땅거미가 질 때 당신을 또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속삭인다. 

김도경은 훗날 본인이 도착할 사후세계를 직접 구상한다. 나를 성가시게 하는 것들, 신경 쓰이는 형상들, 갖고 싶었던 물건, 내가 맺고 있는 관계들, 기억과 감정을 담은 조각들로 형성된 지옥에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이 아닌 인간을 닮은 기묘한 형상인 눈사람은 불이 가까워지면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자신의 존재의 유약함을 망각한 듯 벌건 촛불이 타오르는 케이크 성으로 기나긴 발걸음을 재촉한다. 바닥의 동그란 구멍을 통해 차원과 차원 사이를 이동하는 눈사람은 케이크 성에 도착하지만 성은 이미 다른 눈사람들에 의해 점령당해 이어폰 낀 저격수에 의해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뼈로 만들어진 공간에서 저 멀리 빛나는 핑크색 이상향의 문을 응시하는 눈사람과 차원을 넘기 위해 골프하는 눈사람, 끝없이 이어지는 목표들과 도달하지 못한 낙원은 현실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중첩된다. 언제나 건너편의 행복과 지상의 도원경을 염원하는 인간의 욕망이 민낯을 드러낼 때, 우리는 혹여 망후(亡後)에조차 불행을 견디는 삶이 지속되리라는 비참한 사유의 미로에 빠진다. 박완서의 <도시의 흉년>에는 이런 구절이 등장한다. 

사람이란 누구나…가장 맹목으로 열중했던 것에 돌발적인 멀미를 느껴서 한 걸음 물러나 그것들에게 심한 낯가림을 할 때가 있다.

김도경이 창조한 지옥은 어쩌면 살아있는 우리에게 보내는 돌발적인 멀미, 맹목으로 열중했던 것에서 시선을 들어 낯가림을 시작하라는, 삶에 대해 각성하고 경계하라는 경고 메시지. 조밀한 현실 속 틈새에서 대피소(shelter)를 찾으라는 아름다운 죽음의 메시지 그것이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의 등장은 김상덕의 작업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특유성이다. 이제 이 연약해 머지않아 보이는 캐릭터들의 파괴와 살생이 시작된다. 점차 몸집이 커지는 별은 파괴력과 잔인함 또한 배가된다. 뒤쫓아 오는 다양한 종류의 괴물들과 작은 병정들의 삶을 건 술래잡기가 이어지면서 관객은 게임 속 병정들이 되어 박진감과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관객은 기존 물리적 공간에서의 액티비티를 온라인 네트워크상의 공간으로 이주시킨 가상의 놀이를 통해 새로운 몰입적 경험을 제공받는다. 그 사이 관객들은 가상의 공간이라는 환경적 특성에 안심하고 대피소라는 현실로 돌아올 때쯤 깨닫는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괴물과 문 틈새로 엿보는 낯선 존재의 불쾌한 시선을. 자. 이제부터 너는 더 이상 관객이 아니다. 지금껏 내가 지켜본 먹잇감에 불과하다. 공포스러운 상상이 현실에 구현될 때 우리는 더 이상 게임이 즐겁지 않다. / 공간독립

아티스트토크 : 6월 5일 (일) 오후 4시

  Accepted  2022-05-30 10:27

*This program is subject to change by the Organizer's reasons, so please refer to the website or the Organizer's notice for more infor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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