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성남중진작가전 1
이돈순
분리된 도시의 삶-광주대단지사건으로부터
2020. 7. 24(금) - 8. 16(일)
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성남대로 808 T. 031-783-8149
광주대단지사건(8.10 성남 민권운동)은 오늘날 성남시가 있게 된 출발점이자 도시 서민의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역사적 사건이다. 성남 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에서 진행되는 이돈순 작가의 <분리된 도시의 삶-광주대단지사건>展은 성남시의 광주대단지사건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된 원년 전시이자 성남 중진작가전의 첫 전시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도시의 역사와 마을 지형에 대한 어린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광주대단지사건을 재구성한 신작을 선보이며, 전시장 1, 2층 공간을 활용해 작가 특유의 못 그림(철정회화鐵釘繪畵)을 중심으로 평면, 오브제,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도시 근대화 과정에 담긴 삶의 의미를 오늘의 시점에서 돌아본다.
특히 서울 판자촌 일대의 철거민 강제이주와 불모지 개척 과정에서 비롯된 산동네의 척박한 삶, 광주대단지사건(8.10 성남 민권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소환함으로써 개발 중심의 산업 자본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 뒤로 감춰진 국가 권력의 배면과 차별적 삶의 현실을 지역 역사의 맥락 안에 생생하게 풀어낸다. 그 속엔 이주와 정주, 권력과 배제, 연대와 분열, 기억과 망각 사이에 놓인 인간의 모습이 담겨있고, 희망과 절망의 불확실성에 직면한 인간 생존의 본능과 상처 위로 돋아나는 생명의 힘이 잠재한다.
성남은 불법건축물 해소와 수도권 과밀해소를 목적으로 지어진 국내 최초의 인공도시이자 전적으로 신도시로만 구성된 위성도시로서 도시근대화 역사에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광주대단지사건이 발생했던 성남 원도심은 비교적 짧은 도시역사에도 불구하고 거주자의 성장과 필요에 따라 끊임없이 생성, 소멸하면서 삶의 장소성을 형성해온 곳으로, 가파른 경사지 위에 서민들의 생활 스타일을 뿌리내림으로써 마을과 지역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특유의 생명력을 발산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성남은 외부로부터 강제된 도시이며, 삶의 공간적 분리와 이식의 역사 속에서 도시 자본축적의 획일적 과정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1960년대 이후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농업의 해체, 도시빈민의 실업 실태를 근본적으로 살피지 않고 주민의 삶을 생존과 생활의 장으로부터 한순간에 격리해버린 공권력의 남용 및 불신은 광주대단지사건과 같은 대규모 주민봉기를 야기했다. 광주대단지사건은 서울시의 판자촌 주민들을 지금의 성남 수정구와 중원구로 강제 이주시키는 과정에서 정부와 서울특별시의 일방적 행정행위에 분노한 주민 수만 명이 1971년 8월 10일부터 8월 12일까지 공권력을 상대로 도시를 점령하고 폭동을 일으킨 사건이다.
삶의 터전으로부터 유리되고 정상(正常)으로부터 분리되어 불모의 장소에 던져진 성남의 선주민은 생존의 극한환경을 이겨내며 산자락의 맨땅 위에 새 삶을 일궜다. 반면, 국가는 주기적으로 계획도시를 만들어 인구를 이식하고 주민의 삶을 자본의 지형으로 분리했다. 오늘날 행정구역상 동일한 도시에 속해 있으면서도 성남과 분당, 혹은 분당과 판교로 분리되어 각각의 심리적 거리와 배타적 경계를 생산해내는 배경에는 국가로부터 제시된 상업적 도시개발의 비전이 단순한 지리적 경계를 넘어 이윤 편향의 자본주의적 경박성과 차별적 계층의식, 맹목적 소비문화를 전사해냄으로써 깊게 뿌리내려온 구조적 공격성과 아픔이 자리한다.
의무적 포함과 강제적 배제라는 국가의 법률적 통치 시스템, 경제적 포지션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과 차별의식은 국가와 개인, 지역과 지역의 분리를 통하여 우월성을 소비하고 소비 당하며 ‘포섭되면서 배제되는’ 일상의 모습으로 내재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부단한 자성을 요구한다. 주권적 예외의 양극단인 벌거벗은 생명과 절대권력 사이에서, 사적 소외의 공간과 공적 포섭의 공간 사이에서 우리는 언제든 난민이나 이방인의 처지로 전락할 수 있다. 이는 50년 전 트럭에 실려 산속에 뿌려졌던 광주대단지의 사람들처럼, 삶의 중심에서 배제되어 불모지 위에 잉여와 익명의 존재로 버려질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재난의 시대, 사회적 열망의 체계들이 속수무책으로 와해하는 대변동의 시기에, 나는 불모지 위에서 삶을 시작했던 성남 선주민의 꿈과 절망의 현장을 소환함으로써 당면한 현실의 문제를 되짚어본다.
이돈순 작업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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