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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먼 미래에서 온 이야기 One Day: A Story from the Distant Future | ARTLECTURE
  • 어느 날: 먼 미래에서 온 이야기 One Day: A Story from the Distant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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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비갤러리에서는 2025년 5월 28일부터 7월 12일까지 그룹전 《어느 날: 먼 미래에서 온 이야기》를 개최한다. 참여 작가 김은하, 박미라, 이준희, 홍근영은 각기 다른 매체와 조형 언어를 통해 마치 구전설화처럼 명확한 시작이나 끝이 없이 흘러다니는 단서와 암시, 이미지의 여운을 남긴다. 관람자는 그 여운 속에서 미래의 파편을 짚어나가며, 자신만의 서사를 구성하게 된다.

우리는 가끔 아직 오지 않은 시간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상상하곤 한다. 그 소리는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현실에 발 딛고 있으면서도 어떤 균열 너머에서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느 날: 먼 미래에서 온 이야기》는 그런 상상에서 출발한다. 작가들의 작업은 서사를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이미지와 형상 속에 암시된 이야기들을 숨겨 놓는다. 이들은 시대를 거치며 끊임없이 변형되고 재창조되는 구전설화처럼 완결되지 않은 형태로 존재하며 ‘이야기 이전의 장면’ 혹은 ’기억 이후의 풍경’ 같은 시각적 단서들을 남긴다. 관람자는 그 조각들을 따라 자신만의 서사를 새롭게 직조해 나가게 된다. 참여 작가 네 명은 패브릭, 드로잉, 애니메이션, 페인팅, 도자 등 서로 다른 매체를 다루며, 각자의 언어로 시간과 감각의 이질적인 층위를 관람자 앞에 펼쳐 보인다. 이들은 하나로 합쳐지지 않는 다중적 미래의 형상을 제안하며, 관람자가 각기 다른 리듬의 감각적 경험을 마주하게 한다.

김은하(b.1995)는 패브릭을 기반으로 소비 이후의 세계를 상상한다. 그는 패스트 패션의 부산물로 남은 의류에 새로운 생명과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통해, 사회적 순환 구조와 개인적 서사가 교차하는 조형적 실험을 이어간다. 최근에는 조형적 상상력을 생태적 상상력으로 확장하며, 천연 섬유를 분해하고 그 위에 자라나는 곰팡이나 버섯 같은 생물의 존재에 주목한다. 특히 섬유 실타래와 균사체 사이의 형태적 유사성은 물질과 생명, 인공과 자연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작가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으로 이어진다. 실존하지 않는 나비와 버섯, 식물의 형상들이 얽힌 그의 생태계는 기억과 소멸, 생명과 비생명의 경계를 넘나들며 존재의 지속성과 감각적 회복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박미라(b.1982)는 주로 흑백을 주조로 한 드로잉과 페인팅, 애니메이션을 통해 정적인 화면 속에서도 고요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감정의 미세한 떨림을 포착한다. 그의 작업은 연극적 무대처럼 구체적인 설정 속에서 감정과 서사의 충돌을 유도하며, 질료의 두께와 화면의 밀도를 통해 물리적 감각을 동반한 시각적 서사를 만들어낸다. 다양한 인물과 사물이 얽히고 흩어지는 화면은 다층적 구조를 이루며, ‘문’, ‘틈’, ‘구멍’, ‘눈’과 같은 장치를 통해 닫힌 세계에 균열을 내고 다른 차원으로의 연결을 시도하는데, 이 장치들은 감정의 이동 경로이자 세계 간의 접점을 드러내는 요소로, 유동적이고 불완전한 구조를 형성한다. 박미라의 작업은 감정, 기억, 이미지가 중첩되는 서사를 지향하며, 관람자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과 세계의 구조를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

이준희(b.1996)는 페인팅을 기반으로 인간과 비인간,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형상들을 그려낸다. 눈, 코, 입을 갖고 있지만 인간이라기보다는 외계 생명체나 괴물에 가까운 존재들은 작가가 구성한 가상의 시공간 속에서 단편적인 이야기의 배역처럼 등장한다. 이들은 태양, 달, 동물, 화석 등 관습적 이미지의 파편을 변형해 만들어지며, 열린 구조의 화면 속에서 유동적으로 배치된다. 최근 작업에서는 빛, 불꽃, 파장 같은 이펙트(effect) 요소가 등장해 형상에 에너지를 부여하고 장면에 감정의 진폭과 서사의 긴장감을 더한다. 이준희의 회화는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는 풍경 속에서 감각적 서사의 한 장면을 환상적으로 포착해낸다.

홍근영(b.1984)은 도자를 중심으로 작업하며, 삶의 조건 속에서 마주하는 불안과 감정의 흔적을 시각화한다. 작가는 자신이 경험한 여성으로서의 삶을 바탕으로, 인간이 감당해야 하는 고통과 책임, 관계의 무게를 재료 위에 담아낸다. 깨지고 일그러진 조각들을 이어붙이는 과정은 단절된 것을 다시 엮고, 망가진 것을 회복시키는 상징적 행위이기도 하다. 홍근영은 도자라는 매체에 오래된 믿음의 형식을 불러들이고, 이를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다. 손으로 빚은 얼굴과 형상들은 작가가 살아오며 마주한 다양한 사람들의 표정을 닮아 있으며, 고통을 감추기보다 드러내고 공유함으로써 공감과 연대의 가능성을 제안한다.

《어느 날: 먼 미래에서 온 이야기》는 시간과 기억, 감각을 통해 새로운 차원의 이야기를 제시한다. 각기 다른 매체와 감각 언어를 통해 펼쳐진 이질적인 시간들은, 우리를 미래의 잉여물과 기억의 파편 앞에 다시 서게 한다. 이 전시는 말로는 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이미지로 직면하게 하며, 아직 쓰이지 않은 미래의 서사를 상상할 수 있는 감각의 공간을 열어둔다. / 피비갤러리

  Accepted  2025-05-27 08:56

*This program is subject to change by the Organizer's reasons, so please refer to the website or the Organizer's notice for more infor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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