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소개
사제지연(師弟之緣)은 따뜻하게 환대하는 사람들 사이에 이뤄지는 시대를 초월한 관계라 할 수 있습니다.
사제의 연(緣)으로 연결된 서로 다른 세계들이 가진 먹墨한 울림이 내면의 맑고 고운 결을 따라 마음에 스미고, 고요히 서로를 바라보며 녹음(綠陰)이 우거지는 새로운 계절을 관객분들과 함께 맞이 하고자 합니다.
무수한 현실의 상념(想念)을 뒤로하고 다독이는 시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김민주 작가노트
나는 그림을 그리며 혼자 문답하는 과정에서 고민하며 의문시되는 것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이는 나의 생각과 감정을 반영하는 형상이 된다. 이러한 문답의 회화공간은 ‘사유와 허구’라는 방식을 통해 형성된다. 사유의 방식으로 삶에 대한 고 민이 걷기와 산책, 느림과 게으름, 수행과 묵상을 통해 형상으로 이루어진다. 허구의 방식은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 역할들 이 경계를 허물고 뒤섞이며 구분이 모호해지는 지점을 통해 형상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형성된 문답공간에 유희와 휴식, 허무와 은일, 성찰과 치유의 특성들이 반영된다. 나의 그림을 통한 일탈은 현실로부터의 거리두기를 통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일탈을 통해 다시 일상성을 회복하는 것이기도 하다. 내가 하는 고민과 생각, 상상들 이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터이다. 나의 흔적들을 보는 이들에게 삶이 너무 바빠 망각하고 있던 어떤 사유의 지점을 잠 시나마 찾아볼 수 있는 쉼을 청해본다.
◾️김수영 작가노트
지독한 현실세계를 뒤로 돌려놓고, 상상한다. 또한 내가 언젠가는 맞이한 무한한 여행을 그려내고 믿는다.
내면의 우울감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그림의 바탕이 되어 자연스럽게 사후세계에 대한 관심으로 이끌리게 되었다.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죽음 이후의 세계를 상상하면서 사후세계관이 담긴 다양한 신화와 종교에 대해 접하게 되었고, 현재는 불교적 배경으로 작업하고 있다.
나의 사후세계관은 현실과 비현실이 뒤엉켜있고 시공간을 초월하며 고대의 것들이 경계를 넘어오고 영향을 미친다. 등장 인물은 사람 형상의 불이미지로 나타나며 생명과 죽음의 이미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불이라는 요소는 빛으로 사용하기도 하며 불 그 자체로 표현되기도 한다.
또한 나는 죽음이 완전한 끝이 아닌 존재 형태의 변화라고 믿는다.
때가 되면 또 다른 세계로 인도될 것이고, 살아있을 적 내가 보았던 모든 것들이 잠재의식이 되어 하나의 사후세계로 펼쳐진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거기서 그저 끝 없는 무한한 여행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다시 다른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고 상상하고 이 것을 그려낸다.
◾️유영서 작가노트
비공식적 여백
빌딩숲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정형화된 형태에 익숙해져 있다. 그곳에는 오직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그림자의 변화만이 있을 뿐이다. 생명의 미약함조차 느껴지지 않는 화면은 사회의 적막을 보여준다. 우리는 왜 울고 웃으며 살아갈까. 이야기는 여기에서 시작한다. 개 인의 인생에서 불완전성은 불가피하다. 이는 어떠한 대상에 대해 애착을 느끼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강한 욕망은 한계를 경험 하게 만들며 때로는 깊은 심연으로 들어가게 만든다. 무한히 연속되는 무너짐은 하나의 구조물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식물 의 줄기를 굵게 만드는 방법은 자라나는 가지를 잘라주는 것이다. 설사 그 가지가 아름답더라도 말이다. 그렇게 남겨진 줄기는 땅속으 로 깊게 파고들어 스스로 단단해진다.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개인은 하나의 자연이다. 사회가 만든 기준에서 벗어나 직접 새로운 공간 을 만든다. 익숙해져 버린 일상을 깨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하나의 완벽한 상태가 되었을 때 비로소 내가 되고 우리를 이룬다. 더 큰 나무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 때로는 흔적처럼 남아버린 낭만에 대한 갈증만이 변화의 해답일 수도 있다.
도시와 자연의 공존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장 완벽한 상태이다. 도시는 자연으로부터 탄생하였기 때문에 분리할 수 없다. 자연은 도시의 숨이 되어주고 순애가 되어준다. 관계의 순환은 서로의 여백을 메워 주며 성장한다. 저물어 버린 인생과 예술의 탄생은 느리게 흘러간다. 내가 무언가가 될 거라는 믿음, 그 안에서 온기를 느낀다.
그곳이 나의 비공식적 여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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