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진이 다루는 겨울의 풍경은 오래된 기억과 닮아있다. 우연히 마주하게 되는 오래된 기억은 희미하면서도 부드럽고 따스하며 또 다른 기억을 불러낸다. 무엇인가를 감각하게 하는 겨울의 풍경은 작가가 일상과 여행에서 만나 사진으로 수집되고, 수성목판화 작업을 거쳐 우리 앞에 자리한다. 임수진은 겨울이 가진 여러 얼굴들 중 눈 내리는 풍경, 새하얀 눈이 지붕과 거리, 산과 나무에 쌓여 주변을 감싸고 있는 모습을 섬세하게 매만진다. 작가는 이러한 겨울의 모습을 목판 위에 스케치하고, 물감이 닿지 않는 부분을 파낸 뒤 나무 부스러기를 걷어낸다. 그 사이 드러난 양각된 부분에 물감을 바르고, 종이를 올린다. 그리고 바렌이라는 도구를 손에 쥔 채 종이를 문지른다. 작가는 이를 반복하며 종이에 한 색씩 입혀 나가며, 손의 감각과 나뭇결을 간직한 겨울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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