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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호크니, 일상의 변주곡 | ARTLECTURE

데이비드 호크니, 일상의 변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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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호크니, 일상의 변주곡
4년 동안의 호크니 감상기



당신이 미술을 공부한다면, 알게 모르게 정말이지 많이 스치는 그 이름, 바로 데이비드 호크니. 이번 글에선 내가 그를 5년 동안 감상해온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한다.



막상 호크니에 대해 집중적으로 배운적도, 기사를 많이 읽어본 것 같진 않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이미 그의 페인팅에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임팩트를 중시하는 몇몇 현대미술가와는 달리, 어찌보면 은은한 봄비같이 그 영향력을 보여주는 아티스트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나는 현재까지, 호크니를 총 4번 접했다고 할 수 있다. 어쩌다 책에서 그의 그림을 본다던지 하는 것 말고, 전시로는 3번, 학교 수업에서 예시 자료로 1번 접한 것이다. 그런데 호크니는 뭐랄까, 음식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호크니는 시간간격을 두고 볼 때마다 새로운 감상을 남기는 것이 정말 묘하고도 흥미로웠다.




난 주관이 확실한 사람이기에, 예술 감상에 있어서 좋다 나쁘다가 확실하다. 대부분의 내 예술 감상은 '이건 별로' 가 80프로, '괜찮다' 가 15프로, '정말이지 너무나 좋다'가 5프로 정도라고나 할까?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호크니는 시간순으로 나에게'별로' 1회, '괜찮다' 2회, '너무 좋다' 1회를 남긴,
특이한 예술가이다.



이번 글에서는 4번에 걸쳐 감상한 호크니의 작업들을 소개 할 것이고, 이 글을 쓰던 중 듣게 된 호크니의 새 낙찰 소식에 대해서도 다뤄볼 것이다.



데이비드 호크니: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MMCA



국립현대미술관의 호크니

내가 맨 처음 호크니를 접한 것은 2013년 무렵 국립현대미술관이었다. 호크니가 야외에서 조사를 마친 후 6개월에 걸쳐 여러 캔버스에 나누어 그린,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이 나의 첫 호크니였다. 사실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그가 자연을 조사하고 표현하는 방법, 그리고 여러 부분으로 나눠진 그림 형태는 꽤 인상적인데, 그 때 당시엔 배경지식이 전혀 없기에 나무 그림이구나~ 하며 넘어갔다.



Tate Britain


테이트 브리튼의 호크니

몇 년이 흐른 뒤 2017년, 난 런던의 테이트 브리튼을 방문했고, 마침 데이비드 호크니의 개인전을 하고 있었다. 그의 인기에 걸맞게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고, 자신이 선택한 시간대에 입장을 할 수 있었다. 그의 초상화부터 수영장들, 국립공원까지 유명한 작품들은 정말이지 모두 볼 수 있었다.


예전엔 단순히 동화책같다고만 생각했던 그림들을 계속 보다 보니, 특유의 기하학적인 자연표현방식(수영장의 물 표현 등)과 함께,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색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호크니의 페인팅에서 내가 느끼는 가장 주된 감정은 ‘만족감'이다.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가끔 영화같다고 느끼는 순간, 완벽하다고 느끼는 찰나의 그 감정이 느껴진다. 특히나 그가 캘리포니아에서 그린 청명하고도 날씨 좋은 나날의 만족스러운 순간을 그린 그림들에선 단순히 그림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여유를 되찾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가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며 담아 둔 바로 그 장면들을, 호크니는 그의 방식으로 변주해 관객들에게 들려주는 것이었다.


어떤 전시였는지는 테이트 링크에서 확인 가능하다.  (클릭)


왼쪽 : 호크니의  작업 / 오른쪽 : 나의 (오마주?) 작업



드로잉 수업의 호크니

호크니에게 좋은 인상을 한 번 가지게 된 후, 대학 1학년 2학기 수업에서 그의 작업을 다시 한번 만나게 되었는데, 바로 사진 연작들이었다. 미술대학의 파운데이션 과정인만큼, 교수님은 투시도법과 여러 관점들을 가르쳐주셨고, 수많은 사진들이자, 수많은 관점들이 하나의 이미지에 나타난 호크니의 사진작업을 사진과 드로잉으로 재현해보자고 했다. 여러 관점이 함께 표현되었다는 부분에서는 큐비즘의 영향을 받았을 거라 예상한다. 나는 기숙사 세탁실에서 찍은 사진들을 편집한 뒤, 그것을 다시 드로잉으로 표현했다.



이때쯤에야, 호크니는 단순히 페인팅만 하는 작가가 아니었단 것을 깨달았다.


Frieze Art Fair



뉴욕의 호크니의 신작 

Frieze Art Fair

학기가 거의 마무리될 즈음, 여유롭게 프리즈 아트페어에 혼자 다녀왔다. 사실 아트페어란 게 누구 한명의 전시가 아닌이상 부스별로 각각의 작업들을 마구 소개하는지라, 집중도 있는 영감을 얻기는 힘들지만 사실 나는 그냥 분위기 자체를 즐긴다. 눈이 즐거운 작업들, 특히나 색감과 형태에 있어서는 수많은 작가들이 있는만큼 다양한 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프리즈 아트페어에서 호크니의 2017년 신작을 작게나마 만나볼 수 있었는데, 그 아이디어 자체가 꽤나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페인팅인 줄만 알았던 그림을 자세히 보니 사진도 아닌 디지털 이미지이고, 그의 스튜디오 사진(같은 합성) 안에는 그의 연작들과 함께, 데이비드 호크니의 전신, 그리고 가구들이 있다. 어떤 면에선 가장 클래식한 현대미술가임에도,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호크니만의 방식으로 건드릴 줄은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Pace gallery



Pace gallery


프리즈 아트페어에서 부스로 참여한 Pace Gallery 를 다시 한번 첼시에서 방문했고, 그의 신작 시리즈를 제대로 감상 할 수 있었다. 사실 단순히 합성이미지인 것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만족감을 극대화 했다고도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는 호크니의 그림들은 마치 조선의 책가도를 떠오르게 만든다. 물건은 '사용' 이 아닌 '소유' 그 자체로 만족감을 느끼고, 심지어는 수집하고 진열해 그 만족감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호크니는 포토샵으로 구현하고 있었다. 사실 아이패드로 그린 시리즈는 조금 진부했지만, 이번 시리즈는 정말이지 놀랍고, 만족스러웠다.



크리스티 경매의 호크니

정말 신기하게도, 마침 호크니에 대한 글을 쓰던 중(2018년 11월 15일)에 그의 낙찰가 갱신이 이루어졌다. 그의 1972년작 ‘예술가의 초상’(Portrait of an Artist - Pool with Two Figures)이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9천만달러(약 1천억)에 낙찰. 무려 생존 작가 작품 중 역대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소더비에 대한 글을 쓸때는 뱅크시의 경매가 화제가 되었는데, 호크니의 글을 쓸 때도 이런 뉴스가 있다니 어쩌면 더 꾸준히 글을 쓰라는 계시가 아닌지생각해본다.



뉴욕 매거진의 칼럽니스트, Jerry Saltz 의 비평, instagram



사실 이번 경매는 터무니없는 가격의 미술시장에 대하여, 정말 천억원의 가치가 있는 작품인지에 대한 비판을 받았다. 거대한 빌딩을 살 수 있는 가격이자, 1억짜리 작품을 천개나 살 수 있는 (작품가 1억원 또한 성공한 예술가 축에 속한다.) 금액이 호크니의 페인팅 하나에 들어갔다는 점. 수많은 신진 예술가를 발굴하고 지원하지는 못할망정, 이미 투자가치가 분명한 작업만을 구매하는 미술시장에 대한 비판일 것이다.




호크니는 대단한 작가임에 틀림없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사랑하고 구매하는 데에는 당연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꽉 막혀버린 지금의 미술시장은 어쩌면, 새로운 호크니를 키워낼 가능성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레 걱정해본다.



어쩌다보니 이 글은 호크니에 대한 감상의 흐름, 그리고 마지막엔 간접적인 미술시장 비판까지 함유한 글이 되어버렸다. 호크니로부터 촉발된, 나의 경험이자 생각들을 모은 작은 수필집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 경험에서도 작은 만족감을 느끼며 이 글을 마친다.



All images/words © the artist(s) and organization(s)

☆Donation: https://www.paypal.com/paypalme2/artlecture

뉴욕에서 다방면의 시각적 실험 중인 Jade Black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