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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8 근대시대의 몸(The Body of the Modern Era) | ARTLECTURE

No.28 근대시대의 몸(The Body of the Modern Era)

-몸과 미술(The Body and Visual art) -

/Artlecture/
by Celest
No.28 근대시대의 몸(The Body of the Modern Era)
-몸과 미술(The Body and Visual ar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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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이 그림은 우리가 몸에 대해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 즉 온전함과 균형, 이상적인 형태를 의도적으로 부순다. 그 부서짐은 화가 한 사람의 실험이 아니다. 거기에는 근대라는 시대가 인간에게 가한 분열, 기계에 종속되고 식민주의적 시선에 의해 타자화되며 분석의 대상으로 분해된 몸이 캔버스 위에 굳어진 것이다. 피카소가 그린 것은 한 시대를 대변하는 몸이었다. 그리고 그 몸은 오늘날에도 다른 형태로 반복된다.

*근대시대의 미술과 몸; 피카소의 파편화된 몸


그림 1. 피카소, <아비뇽의 처녀들(Les Demoiselles d'Avignon)>, 1907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Pablo_Picasso


 

세기의 천재로 불렸던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의 그림 속 인물들 앞에 선 감상자들은 종종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아마도 뒤틀리고 조각난 얼굴과 동시에 여러 방향을 향하는 신체, 어느 각도에서도 온전히 파악되지 않는 몸의 형상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몸은 하나의 시점에서 파악된 몸이 아니다. 그것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바라본 시선들이 겹쳐 하나가 된 몸이다. 1907년에 완성된 <아비뇽의 처녀들(Les Demoiselles d’Avignon)> 앞에서도 이러한 불편함은 강렬하게 느껴진다(그림 1). 이 작품에서 여인들의 몸은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는 하나의 통일된 신체가 아니라 파편화되고 일그러진 몸으로 나타난다. 원시적이고 폭력적인 이미지로 보일 수도 있는 <아비뇽의 처녀들>에서 제시된 몸은 아름다움과 완벽함을 표상하기 위한 대상이 아니다. 거기서의 몸은 서로 다른 시선과 시간, 그리고 감각이 충돌하는 다소 낯선 영역으로 구현된다.

 

<아비뇽의 처녀들>이 발표된 1907년 전후의 파리는 산업화와 식민 확장이 빠르게 진행되던 급격한 전환기의 도시였다. 19세기 말부터 이어진 산업혁명은 인간의 몸이 기계와 함께 작동하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냈다. 공장 노동자의 몸은 특정 동작을 반복하는 부품들의 집합으로 재편되었다. 노동하는 신체는 분업화된 공정 속에서 분해되었고, 인간은 자신의 몸을 자신의 몸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경험하기 어려워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1907년 피카소는 파리의 트로카데로 민족학박물관(Musée d'Ethnographie du Trocadéro)에서 아프리카와 조각과 마스크들을 접하게 되면서 서구의 원근법적 시선 바깥에 존재하는 또 다른 신체의 언어를 발견하였다(그림 2). 그것은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인식되는 신체의 가능성이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탄생한 <아비뇽의 처녀들>은 한 사람의 키를 훌쩍 넘어서는 대형 캔버스 위에 다섯 명의 여성을 그린 작품이며, 작품의 배경은 당시 바르셀로나의 유곽 거리인 아비뇽 거리(Carrer d'Avinyó)’였다. 그러나 이 그림이 단순한 풍속화로 보이지 않는 이유는 그 다섯 개의 몸이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통일된 하나의 몸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선과 방향이 충돌하는 몸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림 2. Les Demoiselles d’Avignon, 1907, detail of top right woman’s face, via MoMA, New York; next to Wooden Dan face mask, 19th-mid 20th century, via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next to Les Demoiselles d’Avignon, 1907, detail of bottom right woman’s face, via MoMA, New York; and Mbanga mask, Central Pende, Bandundu, Democratic Republic of Congo via Apollo Magazine

출처: https://www.thecollector.com/picasso-and-african-art/


 

르네상스 이후 피카소 이전까지 서양 미술은 단일한 시점을 전제로 해왔다. 화가는 한 곳에 서서 대상을 바라보고, 관람자도 그 동일한 시점에서 그림을 감상한다. 이 원근법은 세계를 바라보는 하나의 철학이었다. 중심이 있고 주변이 있으며 보는 자와 보이는 자의 위계가 명확한 세계였다. 즉 세계는 하나의 중심적 주체에 의해 조직될 수 있는 질서로 이해되었다. 몸 역시 그 질서 안에서 이상화되고 통합된 전체로 그려졌다. 그러나 <아비뇽의 처녀들>의 몸들은 그 질서를 거부한다. 왼쪽의 세 인물은 이베리아 마스크를 연상시키는 단순화된 얼굴로 그려져 있고, 오른쪽의 두 인물은 아프리카 마스크의 영향이 뚜렷한 각진 얼굴과 해부학적 일관성을 따르지 않는 방식으로 재구성된 신체를 가지고 있다. 특히 오른쪽 아래의 인물은 앉아 있음에도 얼굴이 정면을 향해 뒤틀려 있으며, 등을 보여주는 몸과 정면을 향한 얼굴이 해부학적으로 불가능한 방식으로 공존한다. 다시 말해, 한 몸 안에 여러 시점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미술사가들은 이것을 큐비즘(Cubism)으로 가는 결정적 전환점으로 본다. 큐비즘은 하나의 대상을 여러 시점에서 동시에 보여주는 기법인데 그 핵심은 시간의 압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의 얼굴을 실제로 안다는 것은 정면도 보고 옆모습도 보고 여러 표정과 각도를 통해 쌓아온 경험의 총체이다. 피카소는 그 과정을 하나의 평면 위에 동시에 펼쳐놓는다. 서로 다른 순간들이 하나의 화면 안에서 겹쳐지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파편화된 몸은 오히려 더 많은 경험과 시간을 동시에 담아내는 새로운 신체의 형식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을 새로운 형식 실험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근대라는 시대는 인간의 몸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분해되는 대상으로 만들었다. 산업화가 몸을 노동력으로 분해하는 동안, 식민주의는 타자의 몸을 원시적인 것으로 타자화했고 해부학과 심리학은 몸을 분석 가능한 대상으로 만들었다. 피카소가 아프리카 마스크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근대 유럽의 식민주의적 시선과 분리될 수 없다. 다섯 여성의 몸은 파편화되어 있지만 그들의 눈은 관람자를 직시한다. 파편화된 것은 몸이지만 눈빛은 완전하다. 르네상스 누드화의 몸이 수동적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이 몸들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저항하는 듯한 긴장감을 갖고 있다.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을 보며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이 그림은 우리가 몸에 대해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 즉 온전함과 균형, 이상적인 형태를 의도적으로 부순다. 그 부서짐은 화가 한 사람의 실험이 아니다. 거기에는 근대라는 시대가 인간에게 가한 분열, 기계에 종속되고 식민주의적 시선에 의해 타자화되며 분석의 대상으로 분해된 몸이 캔버스 위에 굳어진 것이다. 피카소가 그린 것은 한 시대를 대변하는 몸이었다. 그리고 그 몸은 오늘날에도 다른 형태로 반복된다. 소셜미디어는 우리의 몸을 이미지로 잘게 쪼개고, 알고리즘은 그 조각들을 다시 모아 새로운 몸을 만들어낸다. 그림 속 다섯 여인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비뇽의 처녀들>이 지금도 불편하다면, 그것은 이 그림이 여전히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어지는 칼럼에서는 20세기 몸과 미술에 관한 이야기를 지속하고자 한다.

 

 

몸과 미술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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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Celest_시각예술가로 활동하며 예술철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