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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에 머문 사랑과 기도 | ARTLECTURE

그림 속에 머문 사랑과 기도

-<마르크 샤갈: BEYOND TIME>-

/Art & Preview/
by YOON
그림 속에 머문 사랑과 기도
-<마르크 샤갈: BEYOND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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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마르크 샤갈은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며 사랑, 종교, 환상이라는 주제를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예술가로 그의 삶과 예술은 현실의 고통과 이상적 세계 사이에서 끊임없이 교차하며 빛을 발했다. 이번 <마르크 샤갈: BEYOND TIME> 전시는 그 여정을 따라가면서, 동화 같은 색채와 환상적인 상상력, 깊은 신앙과 인간적인 사랑이 어우러진 샤갈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마르크 샤갈: BEYOND TIME> 전시장 입구 전경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은 프랑스의 표현주의, 초현실주의 화가로,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화면 구성과 밝은 색채가 특징이며, ‘색채의 마술사로 잘 알려져 있다. 벨라루스 유대인계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러시아 제국 시절, 발레 루스의 설립자인 세르게이 디아길레프와 함께 <미술 세계>를 만든 레온 박스트 아래에서 공부했으며, 이 시기 실험 극장과 폴 고갱의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1910년에는 파리로 유학을 떠나 피카소와 입체파의 영향을 받았고, 19139월 베를린에서 열린 개인전 이후 화가로서 입지를 다졌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후인 1915, 그는 약혼녀 벨라 로젠펠트와 결혼하며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작품 속에 꿈결같은 연인의 모습으로 담아냈다. 그러나 191710월 볼셰비키 혁명으로 인해 러시아를 떠나 파리로 돌아갔으며,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나치의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하였다. 1944년 벨라가 사망하자 큰 슬픔에 잠겨 작품 활동을 중단했지만, 그녀를 회고하는 작품들을 통해 다시 붓을 들었고, 1947년부터는 프랑스 남부에 머물며 사랑과 기쁨을 표현한 수많은 명작들을 남긴 채 1985, 9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Marc Chagall, Souvenir de la Flûte enchantée, 1976, Tempera, oil and sawdust on canvas. © Chagall ®, by SIAE 2025.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마르크 샤갈: BEYOND TIME> 전시는 샤갈의 인생의 흐름을 따라 그의 유화, 석판화, 드로잉 등 170여 점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전시로, 특히 미공개 작품들이 처음 공개되었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눈에 띄는 주제는 종교와 사랑이다. 독실한 신자였던 샤갈은 성서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다수 제작했으며, 그중에서도 예루살렘 하다사 의료센터의 아벨회당에 설치된 12개의 스테인드글라스가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1959년부터 1961년 사이 제작된 이 작품은 성경 창세기에 등장하는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조상인 야곱의 아들들을 주제로 하며, 축복의 의미를 담고 있다. 샤갈은 이를 유대인들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고대 카빌라 신앙에 따르면 기도는 12개의 문을 통과해 신에게 도달한다고 믿었고, 이러한 의미를 담아 스테인드글라스도 12개로 제작되었다. 빨강, 초록, 파랑, 노랑의 강렬한 색조를 가진 이 작품은 기존의 투명한 스테인드글라스와는 달리 붓 자국과 염료의 뭉침이 혼합되어 불투명하게 빛나는 벽화 같은 느낌을 준다.

 

: 마르크 샤갈, 파리 위의 신부(La Mariée au-dessus de Paris), 1977 | : 마르크 샤갈, 꿈의 꽃다발(Le bouquet de rêve), 1964


 

샤갈 특유의 동화적 면모와 환상적인 색채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공간은 프랑스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의 천장화가 재현된 전시장이다. 이 공간에서는 1964년에 제작된 <꿈의 꽃다발(Le bouquet de rêve)>LED로 재현되어 관람객을 맞이한다. 샤갈이 제작한 유일한 천장화인 이 작품은 당시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었던 앙드레 말로의 의뢰로 만들어졌으며, ‘오페라의 유령으로 유명한 가르니에 극장의 거대한 샹들리에를 감싸고 있다. 이 천장화에는 모차르트의 <마술 피리>가 푸른 배경과 붉은 새, 천사의 모습으로,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는 호수 위에 백조로 변하는 여성의 모습으로, 아담의 <지젤>은 노란 배경 위에서 시골 소녀들의 군무를 추는 발레리나들로 표현되어 있다. 이 외에도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등 서양 음악사의 대표작들과 비제, 베르디, 베토벤 등 전설적인 작곡가들이 몽환적으로 묘사되어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숨은 그림 찾는 듯한 즐거움을 준다.

또한, 1977년에 제작된 <파리 위의 신부(La Mariée au-dessus de Paris)>에서는 샤갈의 사랑에 대한 상징적 표현을 엿볼 수 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아이를 안고 파리 하늘을 나는 이 작품은 그의 두 번째 아내 벨렌티나 브로드스키를 그린 것으로, 벨라 사망 후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 샤갈에게 딸이 소개해 재혼한 인물이다. 샤갈은 작품 속에서 신부를 사랑, 결혼, 희망, 회복의 상징으로 자주 사용했으며, 밝게 빛나는 신부의 모습은 벨렌티나에 대한 애정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작품의 오른쪽 아래에는 머리에 베일을 쓴 또 다른 여인이 등장하는데, 이는 첫 번째 부인 벨라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듯 보인다. 그러나 그녀는 슬퍼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신부를 축하하는 악단의 마지막에 함께 서 있어, 새로운 사랑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시작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신부가 아이를 안고 파리의 대표적인 명소인 노트르담 성당 위에 떠 있는 모습은 성모 마리아를 연상시키며, 샤갈이 가진 종교적 관심과 벨렌티나를 향한 깊은 애정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마르크 샤갈: BEYOND TIME>는 자신의 삶 전반에 걸쳐 사랑과 종교, 환상을 화폭에 담아낸 예술가 마르크 샤갈의 집약적인 일대기를 마주할 수 있었던 전시였다.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 혁명과 전쟁, 망명과 이별, 그리고 새로운 사랑과 회복까지 요동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샤갈은 자신만의 독창적인 색채 언어로 삶의 모든 감정을 그려낸다. 그의 작품에는 언제나 꿈처럼 떠다니는 인물들, 강렬한 색채,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믿음과 감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작품 이미지 출처

예술의 전당 보도자료 (https://www.sac.or.kr/site/main/board/pressrelease/31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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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YOON_작품에서 흘러나오는 작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