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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위 요동치는 몸 - 에곤 실레 | ARTLECTURE

종이 위 요동치는 몸 - 에곤 실레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중 에곤 실레의 작품을 보고-

/Art & Preview/
by YOON
Tag : #, #신체, #에곤실레
종이 위 요동치는 몸 - 에곤 실레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중 에곤 실레의 작품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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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몸은 인간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이자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로, 사람마다 개별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몸은 오랫동안 미술의 주요 소재였으며, 특히 오스트리아 표현주의 화가 에곤 실레는 불안한 선과 음울한 색채를 활용해 독창적인 신체 표현을 선보였다. 그의 힘든 삶과 환경이 투영된 작품들은 휘몰아쳤던 실레의 감정의 단편을 엿볼 수 있다.

은 인간을 비롯한 다양한 생명체의 형상을 이루고 있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머리부터 발끝까지 를 이루고 있는 몸은 인간에게 있어 스스로의 감정을 설명하는 가장 직접적인 도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두 눈에서 눈물이 흐르면서 울고입을 크게 벌리고 손뼉을 치며 웃는 등 우리가 행동하는 모든 감정 기반의 행동이 가장 먼저 표출되는 것이 바로 우리의 몸이기 때문이다그리고 은 같은 사람이라는 지점에서 비슷한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틀에서 찍어낸 듯 똑같은 사람을 찾을 수는 없다크게는 남자와 여자작게는 손가락 끝에 새겨진 지문이라는 외형적 요소와 몸을 이루고 있는 구성 세포심지어는 DNA까지 유사한 사람은 있을지라도 동일한 이는 자기 자신 뿐이다이처럼 몸은 완전히 똑같은 사람을 찾을 수 없다는 점과 다양한 감정의 표출구가 된다는 점에서 한 사람을 정의하고 타인과 구별 짓는다이러한 특성 덕분인지 선으로만 그려진 고대 동굴벽화에서부터 사진과 구별되지 않는 극사실주의적 신체의 모습까지 은 미술 작품 속에서 가장 오랫동안 그려졌던 대상 중 하나이다.

 

오랜 역사 속에서 몸을 그려낸 많은 화가가 있지만찬양과 비난을 동시에 받았던 천재 화가는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표현주의 화가 에곤 실레(Egon Leo Adolf Ludwig Schiele, 1890-1918)이 가장 대표적이다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의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전시에서 드로잉부터 수채화까지 다양한 그의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소재는 몸특히 옷을 거의 입지 않고 있는 누드화와 자화상이라는 특징이 있다에곤 실레는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선들과 생기 없고 음울해 보이는 색채를 이용해 인체를 그려내고 있다이는 실레 이전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아름다움을 추구한 신고전주의감정과 상상력을 강조한 낭만주의나 사실주의에서 볼 수 있었던 인체와 많은 차이를 보인다다비드들라크루아쿠르베모네르누아르가 그려냈던 화사한 풍경과 색채부드러운 살결과 두 뺨 아래 따스한 체온이 느껴질 것 같은 과거의 인물 표현과 달리 실레의 작품은 앙상한 느낌을 강조하는 라인과 메마르고 차가운 듯한 피부를 그려낸다이렇게 그의 인물들이 주로 음울하게 보이는 이유는 짧고 거친 그의 삶과 주변 환경이 종이 위에 그대 반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에곤 실레의 유년 시절 그의 아버지는 결혼 전부터 앓았던 매독으로 사망했고 남편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던 어머니의 무덤덤한 태도에 실레는 큰 충격을 받게 된다이후 어머니와 평생 소원한 관계로 지내며 여동생에게 부적절할 정도로 집착하기도 했다복잡했던 가정 외 학교생활도 그리 순탄치 못한 것으로 보인다실레는 고등학교에서 유급을 당한 후 16살에 어머니와 삼촌을 설득해 빈 미술 아카데미에 입학해 화가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그리고 이 시기 그의 스승인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를 만나게 되었다실레는 3년 동안 다닌 학교를 자퇴하고 신 예술가 그룹을 결성한 후 1911년 첫 개인전을 통해 미술계에 큰 충격을 주게 되었다그러나 바로 다음 해인 1912실레는 누드모델이 되어주었던 빈곤층 소녀들 중 한 명의 고발로 미성년 소녀들을 그렸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재판에 섰다당시 경찰은 100점이 넘는 포르노 그래픽적 그림과 아이들이 드나들 수 있는 곳에 에로틱한 그림이 있었다는 점에서 유죄를 선고해실레는 24일간 감옥에 투옥되었다. 1915오랜 연인이었던 발리 노이칠을 버리고 에디트 하름스(Edith Harms)와 결혼 한 실레는 1차 세계 대전에 의해 프라하에서 군대 프로파간다용 그림을 그려 제출하는 조건으로 작품을 그리는 것을 허락받고 행정병으로 복무했다그리고 종전 직전 1918년에 열린 전시회에서 큰 주목을 받으며 신예 작가로 떠올랐으나 스페인 독감으로 인해 임신 6개월 차 아내가 사망한 3일 뒤인 10월 31일 28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실레가 살아간 28년 동안사회 역시 혼돈으로 가득 차 있었다. 19세기 빈(Wein)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수도이자 대도시로산업화로 축적된 자본을 쫓아 많은 이들이 기차와 각종 기계의 주요 생산지인 빈으로 몰려들었다현대의 대도시가 그러하듯빈 역시 부르주아의 화려한 삶 뒤편에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열악한 노동환경성매매그리고 각종 질병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았다특히, 1850년대 카메라가 발명된 이후 유행하기 시작한 포르노그래피와 3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성매매 종사 여성의 존재는 빈이 욕망과 혼돈으로 가득한 도시였음을 보여준다당시 사회에서 쾌락을 추구하는 모습은 마치 에피쿠로스가 말한 삶의 목표인 쾌락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빈의 불안정한 사회적 상황 속에서 그것은 쾌락이라는 가면을 쓴 또 다른 형태의 고통이었을 것이다사람들은 현재의 고통을 잊고 잠시 위로받기 위해 성적 쾌락을 추구했으며이를 통해 돈을 버는 이들은 짧은 기쁨을 대가로 또 다른 고통을 감내해야 했을 것이다.


사회적 변혁으로 가득 찬 시기에 보인 10년 남짓한 짧은 작가 생활에도 불구하고 에곤 실레는 작품의 제작 시기별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초기 1907-1909년경 실레의 작품은 그의 스승이었던 클림트와 아르누보의 영향을 받은 모습을 보인다실레의 대표적인 주제라고도 볼 수 있는 누드는 1910년부터 등장하기 시작해 독자적인 스타일을 갖추게 된다거리의 매춘부나 미성년자 여성의 누드를 그리며 자신의 감정을 피사체에 그대로 담아내던 실레는 1912년 감옥에 다녀온 이후 그의 그림은 죽음부활과 같은 주제를 다루며 점점 더 풍부해지기 시작했고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해 나갔다.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에서 만나볼 수 있는 에곤 실레의 작품들은 그의 전성기라고 불리는 1912년 이후에 제작된 작품들을 주로 만나볼 수 있었다그중에서도 자화상과 누드 작품을 짧게 소개해 보고자 한다.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 (1912), 패널에 유화 물감과 불투명한 물감레오폴트미술관 소장

 


에곤 실레의 대표적인 자화상 중 하나인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Self Portrait with Chinese Lantern Plant, 1912)일 것이다이 작품은 전시의 포스터에서도 사용될 만큼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흰 벽을 배경으로앙상한 가지에 매달린 붉은 꽈리 열매와 나란히 서 있는 에곤 실레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실레는 마치 흘겨보는 듯한 표정으로 화면 밖의 관람객을 응시하고 있으며꽈리와 등을 맞댄 듯한 구도로 배치되어 있다이 작품에서 유독 채도가 높은 붉은 색으로 표현된 꽈리는 인물보다 먼저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꽈리는 마치 주머니 속에서 열매를 보호하듯 감싸고 있는 열매 특유의 독특한 생김새 덕분인지 서양에서 보호와 안전의 상징으로 여겨진다실레는이 식물을 통해 보호받고 싶은 자기 내면을 투영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특히 창백하고 멍이 든 듯한 얼굴은 자신신의 연약함을 더욱 강조하는 듯하다.

 


파란 스타킹을 신고 앞으로 몸을 숙인 누드’ (1912), 종이에 연필과 과슈레오폴트미술관 소장

 


사람의 몸은 특유의 비율과 관절과 뼈의 구조그 위를 덮고 있는 근육의 모양 등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하어 형태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잘 그리기 어려운 대상 중 하나이다특히 우리는 주로 인체를 보는 각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평소에 보기 어려운 각도에서 사람을 그린다는 것은 더욱 높은 난도를 가지게 된다그러한 지점에서 파란 스타킹을 신고 앞으로 몸을 숙인 누드’(Nude with Blue Stockings, Bending Forward, 1912)는 에곤 실레의 천재적인 그림 실력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앞으로 숙이고 있는 여성을 위에서 바라보고 있는 이 그림은 섬세하게 인체를 재현해 냈다작품 속에서 척추뼈가 보일 정도로 마른 여성은 부유층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오롯이 파란 스타킹만을 신고 있는 여성은 당시 매춘부처럼 보인다그러나 가슴이나 성기와 같은 포르노 그래픽적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밋밋한 등을 보여줌으로써 작품 속 여인 그 자체에 집중하도록 한다.


에곤 실레는 을 통해 쾌락이라는 가면을 쓰고 자신의 심리 상태와 사회에 대한 불만을 표현했을지도 모른다그가 의식하지 않았다 해도빈 사회의 혼란은 그의 자화상과 누드를 통해 드러난 몸의 표현에 심리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또한천재적인 재능으로 빠르게 성숙한 화풍을 완성한 그는뛰어난 그림 실력과 달리 질풍노도의 20대 초반을 격렬하게 지나야 했다불안한 가정을 뒤로한 채오직 자신과 예술을 중요하게 여겼던 젊은 청년에게 급변하는 도시와 극단적인 자본주의의 이면은 내재된 혼돈과 불안을 더욱 예술로 표출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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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YOON_작품에서 흘러나오는 작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