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크 타티 감독은 자신의 첫 유성영화인 <나의 아저씨>(1958)가 칸 영화제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각 심사위원대상과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지만 <플레이타임>(1967)과 <트래픽>(1971)의 연속적인 흥행 실패로 빚더미에 앉게 되어 더는 자신의 영화를 제작할 수 없게 되었다. <퍼레이드>(1974)는 일반 영화와 달리 스웨덴 TV에 방송하기 위해 비디오로 촬영된 공연 기록물 혹은 프랑스 카바레 배우들에 관한 페이크 다큐멘터리다. <퍼레이드>는 <나의 아저씨>와 <플레이타임>에서 보여줬던 현대 사회의 기계화와 자동화에 대한 유쾌하면서도 신랄한 비판을 하는 것도 아니며 <윌로씨의 휴가>를 시작으로 자신의 영화적 분신이 된 ‘윌로 씨’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자크 타티 감독은 특별한 중심인물도 없고, 줄거리가 없는 이 영화에 대사를 최대한 절제하는 대신 다양한 소리를 실험적으로 사용하는 철학과 크고 작은 시청각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개그를 마지막까지 투혼을 불사르며 보여준다. 그래서 세월이 흘러 66세가 되었으나 여전히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자크 타티를 보며 존경심도 느끼고 감동을 느낄 수도 있는 한편, 온몸을 불사르는 투혼을 보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의 작품에서 가슴 먹먹함을 느낄 수 있을 테다.
자크 타티는 직업적인 엔터테이너의 세계로 입성하기 전 짧은 럭비 선수 생활을 보냈다. 그 후 1930년대에 그는 자신의 관심사인 스포츠를 활용하여 당대 스포츠 스타 스타를 흉내 내는 판토마임을 선보였고 그렇게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자크 타티가 장편 영화로 데뷔한 건 제2차 세계대전 이후였다. <축제일>(1949)로 장편 데뷔를 한 그는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총 6편의 장편만 연출했지만 배우, 시나리오 작가, 연출가 등 다재다능했던 예술가로 기억된다. 자크 타티는 거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아니었지만 판토마임과 여러 시청각 요소를 활용하는 에피소드에 집중하였다. 무엇보다 자크 타티 감독은 기성 영화의 흔한 연출 방식 대신 시청각적 코미디의 전통을 부활시키고자 독특한 사운드를 사용하는 등 수많은 실험을 진행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표현 방식을 통해 본인이 들려주고 싶은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유쾌하면서도 신랄하게 전달했기에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그를 어느 하나로 특정할 수 없는 아티스트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퍼레이드>에서 펼쳐지는 공연은 서커스 공연이다. 서커스는 고도의 훈련을 통해 육체의 유연성을 활용한 일반적으로 불가능한 동작을 보이거나 도구 혹은 짐승을 다룸으로써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공연이다. 하지만 <퍼레이드>의 서커스 공연은 일반적인 서커스와 사뭇 다르다. 관객들은 단순히 자크 타티의 판토마임과 다른 공연자들의 공연을 보고, 즐기고, 박수를 치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자크 타티가 축구, 권투, 낚시 판토마임에 이어 테니스 판토마임을 보일 때 관객들은 자크 타티와 보이지 않는 공의 움직임을 따라 모두가 고개를 좌우로 돌린다. 만약 자크 타티 혼자서 테니스 판토마임을 보였다면, 일시적인 웃음만 일으켰을 것이다. 그러나 관객들의 호응은 그의 판토마임에 하나의 리듬을 불어넣었으며 웃음은 줄곧 계속 이어진다. 특히 관객 참여의 공연은 로데오 퍼포먼스에서 절정에 다다른다. 자크 타티가 우선 짧은 로데오 판토마임을 보여주고, 관객들은 공연자의 안내에 따라 로데오 퍼포먼스에 참여하게 된다. 관객들이 당나귀 등에 올라타려고 빈번히 시도하나 끊임없이 실패하는데, 관객들의 다양한 재치 있는 표정을 목격하게 된다. 심지어 중년 남성은 아내의 만류를 뿌리치고 퍼포먼스에 참여했다가 의도하지 않는 슬랩스틱 코미디를 여러 번 보여줌으로써 공연장을 웃음으로 가득 채우는 데 일조한다.

이러한 관객들의 공연 참여는 소리와 의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공연자가 요들 송을 부를 때 관객들은 ‘하하’ 추임새를 넣어주고, 자크 타티가 지휘를 하면 관객들은 손가락으로 ‘탁탁’ 소리를 내고, 심지어 1부와 2부 사이의 인터미션도 관객의 대화와 소음으로 가득 채움으로써 절대로 조용한 시간을 용납하지 않는다. 마치 인터미션마저도 공연의 일부인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든다. <퍼레이드>는 관객의 소리에 대단히 집중을 기울이면서도 공연 장면과 관객석을 지속해서 교차하면서 보여준다. 관객석에 앉아 있는 관객들의 의상은 각양각색이다. 관객들의 옷차림은 지극히 평범해 보일 수도 있지만, 관객석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관객들을 보면 공연자의 일원으로서 자리에 앉고 있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2부 공연에서도 슬랩스틱 코미디는 진행되지만 주된 공연은 음악 공연이다. 자크 타티는 2부 음악 공연에서 익살스러운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No age, no age, for rhythm’이라는 가사를 반복하면서 부른다. 반복되는 ‘No age, no age, for rhythm’이라는 가사를 들으면서 ‘자크 타티 감독이 이 영화와 공연을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을 이 가사에 담은 게 아닐까?’라는 짐작을 하게 된다. 가사를 해석하자면 ‘리듬을 만드는데 나이는 상관없다’를 의미한다. 결국 자크 타티 감독은 우리에게 나이에 상관없이 리듬을 만들 수 있듯이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가 누군가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광대가 될 수 있다는 용기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화가 끝나기 전 어린 소년과 소녀가 공연 무대 위에 올라와 공연 소품들을 이것저것 만지면서 체험해 보는 모습이 비친다. 이 모습도 ‘No age, no age, for rhythm’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