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의 물 위에서 반사되는 이미지들은 마치 미지의 환상의 거울처럼 보인다 . 그림 속 울타리 너머로 펼쳐지는 풍경과 호수 위의 표류하는 기묘한 메아리 , 침묵속의 조용한 해류 ,늦여름 공기가 맴도는 듯한 풍경의 가장자리에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흰색 카누가 떠 있는 이 호수는 왠지 불안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오는듯 하다. 피터 도이그의 1990 년 작품 하얀카누 (White Canoe)는 1980년에 개봉한 ‘13 일의금요일’ (1980 년, 숀 S. 감독)이라는 공포 영화의 한 장면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한다.
Peter Doig, White Canoe, 1990/1
피터 도이그는 자신의 작품에서 어린 시절의 기억 , 신문, 잡지, 영화, 사진 등 대중문화의 이미지들을 참조하는 작가로 알려졌다 . 하지만 카누 호수를 다룬 이 시리즈 그림들 은 13일의 금요일 이라는 영화를 작가가 직접 언급한 유일한 그림 일 것이다. 작가는 영화에서 얻은 인상과 시간의 흐름이 확산되어 섞이는 감각을 거대한 캔버스 화면 위에 회화로 결합시킨다. 이것은 영화의 장면 뿐만 아니라, 설명되지 않은 나쁜 꿈에서 나온 것처럼 보이는 덧없는 이미지를 관찰하는 감각을 통해 발현되는 상상력의 한 형태이다 .
그의 또 다른 작품들을 보면 카누 시리즈처럼 반드시 특정 영화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관객에게 화면 안의 이미지와 사건들의 시간이 스며들도록 회화적 장치를 사용한다 . 큰 캔버스 위에 유화라는 전통적인 재료를 구사하는데 있어 완전한 회화 이지만 그의 그림 을 보고 있으면 왠지 스크린 앞에 서 있는듯하다.
거기에는 간혹 사진 앨범으로 부터 야기된 기억이 깨어나온 듯한 감각을 제공하며 , 초월적인 순간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관람객을 그림 속으로 끌어들이고 , 이야기의 일부가 된 것처럼 느끼게 한다 .사실 피터 도이그의 삶의 여정은 또한 그의 작품에 드러나는 배경들이 된다. 1959년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난 그는 해운회사를 다니던 아버지를 따라 1960년 트리니다드섬 그리고 캐나다로 이주했었고 다시 런던으로 돌아와 세인트 마트와 첼시 스쿨에서 수학후 2003년에 다시 트리니다드로 이사했다. 1980년대부터 꾸준히 그의 작업 속에는 자신이 경험한 자연 풍경들이 반영되며 기억으로 물드는 화면을 만들어 낸다 . 이런 피터 도이그의 삶의 경험은 그의 캔버스 직물에 포함되어 있는듯하다 . 심리적 회화와 서스펜스 그의 어린 시절의 기억과 광대한 풍경사이 의 화면은 영화화된 기억처럼 스크린을 연상시키는 큰 형태의 캔버스의 화면에 물감으로 펼쳐진다 . 그의 큰 캔버스는 작품의 표면을 좀더 관찰하고 그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는 심리적 기질을 가지고 있다.
캔버스 위에 이미지들은 종종 움직이는 "미적" 느림을 상기시킨다. 이러한 요소들은 앙리 베르그송 Henri Bergson 이 말한 설탕물이 녹는 시간 동안 일어나는 "기간" 으로 심리적인 차원으로 그림을 마주 했을때 관람자의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일어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 거기에는 분위기, 장면,상황 등 인식 메커니즘은 불러일으킬 수 있는데 아마도 특정 유형의 영화와 도이그의 그림이 서로 확장되는 것은 일종의 불안한 심리를 통한 관객들의 집중을 통해 드러난다. 피터 도이그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판타지나 공포 장르와 관련된 장면, 신비한 순간들은 추상화와 형상화 사이에서 진동하는 화면 속에 비정형적이고 이상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곤 한다. 어떤 면에서 회화의 매체가 그것을 구성하는 특성, 즉 재료의 유동성, 때때로 확산된 색상의 혼합, 터치, 또는 형상과 매우 상대적인 형태의 추상화를 향한 명백한 긴장으로부터 발현된 화면의 시 공간을 만들어 낸다.
독일 표현주의를 떠 올리게 하는 마루가(Muruga) 와 같은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배에 탄 남자들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을 겪고 있다. 작품의 하부 , 특히 어두운 부분의 파도를 연상시키는 형상은 추상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이 그림은 추상과 형상 사이의 표현에서 작품 속에 일어나는 사건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 .
Peter Doig, Maruga, 2002-2008
피터 도이그의 회화성이 영화를 향한 경향이 있는 것은 이처럼 역설적인 줄거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왜냐하면 관람객들은 이미지에서 뭔가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듯 알 수 없는 모호함에 대한 기대감 혹은 걱정 또는 불안, 희망으로 특정 내러 티브의 미스터리를 발전시키기 때문에, 피터 도이그의 캔버스에 일종의 서스 펜스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시네마토그래피적 감각: 회화의 시간성 피터 도이그의 그림은 확산된 시간이 계속 움직이는 것처럼 , 적어도 수수께끼 같은 시간성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서 화가의 시간은 관객의 시간뿐만 아니라 캔버스 위에서의 실현 시간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피터 도이그의 회화는 풍부한 질감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그림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유화라는 재료들을 통해 반응되는 결과이다. 작가는 자신의 생각하는 그림의 완성에 도달할때까지 색을 칠하고 말리며, 긁고, 얇거나 투명하게 혹은 두텁게 한다. 이렇게 캔버스 안에 생성되는 시간은 유화의 얼룩, 번짐, 녹는 질감, 붓질에 의한 흔적들로 화면의 질감들로 무생물의 이미지가 일련의 모양과 색상처럼 생생하게 살아난다. 그가 그리고자 하는 모티브, 이미지, 이야기들은 이렇게 캔버스 표면에 흡수된다. 피터 도이그의 그림은 우리를 감각적이고 다양한 페인트 질감으로 이끌면서 그가 캔버스에 만든 시간으로 우리를 몰입시킨다. 영화의 시간은 한 이미지가 다른 이미지를 뒤따른 방식이라면 피터 도이그의 위와 같은 작업방식은 한 캔버스 화면 위에 유화라는 매체가 만들수 있는 감각들의 서사들이 쌓이면서 획득되는 회화의 시간성이다.
Peter Doig 100 Years Ago (Carrera), 2001
또 다른 회화의 시간적 구축으로 심연을 만드는 미국 추상 표현주의 대표적인 화가 마크 로스코의 회화를 살펴보자. 그는 색채들이 안개처럼 캔버스 위를 떠다니는 듯한 기법인 색 면 멀티폼 (다층 형상) 이라는 방식으로 캔버스 위에 물감을 한 겹씩 씌우며 회화의 감각적 밀도를 만들어 낸다. 결국 그림에서 구상은 완전히 사라지고 색채만이 살아남았다. 좀더 단순해지는 색 면의 모양이지만 알 수 없는 깊이의 심연의 사각형의 형태로 큰 캔버스의 위에 완성된다.
“그림을 응시하면 마치 음악이 그런 것처럼 당신은 그 색이 될 것이고, 색에 젖어 들게 될 것이다" 라는 화가의 말처럼 색들은 ”천천히 호흡하는 거대한 생명체로 거듭난다" 마크 로스코
Mark Rothko White center (yellow, pink and lavender on red) 1950
그의 거대한 그림들은 50 센티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마주하게 되도록 전시되는데 관람객들은 작품의 앞에서 색면의 표면과 깊이를 식별하는 사이 심연의 세계 안으로 몰입하게 하는 현상들을 만들어 낸다.
피터 도이그와 마크 로스코는 회화의 시간 성은 화면에 쌓아 올리면서 구축된 화면을 만들어 내지만 표현방식으로서의 차이에 기반을 두고 있다. 마크 로스코가 우리에게 불러일으키는 시간은 거의 기하학적 모양의 두 개 또는 다섯 개의 평면의 적용에서 비롯되어 관람자에서 드러내는 것으로 모호하게 떠오르는 기억 같은 내부 풍경과 같다면 피터 도이그는 관람자의 좀 더 주관성이 발현되는 외부 풍경을 보여준다. 피터 도이그의 회화적 감각은 추상화와 형상화 사이의 망설임 속의 풍부하게 쌓아 올려지는 회화성이 더 뚜렷하기 때문에 영화적 시간으로 더 지지가 된다. 추상과 형상 사이 다양성이 진동하는 화면의 시간 성에서 회화의 시네마토그래피적 감각은 좀 더 확장 될 수 있다.
영화를 위한 회화
피터 도이그는 영화에 대한 애정의 실천이 그의 삶과 일상에도 있다. 그가 2003년 트리니다드의 포트 오브 스페인으로 이사했을 때, 그곳의 작은 카리브해 영화제가 있었는데 이후 마을에 오래된 영화를 보여주는 영화관이 없었고 그는 오래된 럼주 증류소를 개조하여 tStudioFilmClub 을 설립한다. 현재까지도 트리니다드에 거주하는 예술가인 체 러브레이스(Che Lovelace)와 함께 이곳을 운영하며 대중들에게 다양한 영화들을 소개한다. 매주 한 편의 영화가 상영되는 이곳에서 그는 보통 상영 당일에 포스터를 그리는데 대부분의 경우 거의 본능적으로 손으로 그려지고 매우 빠르게 그리는 기법을 사용한다. 이 포스터 그림들은 사실 정보 도구이지만 , 그의 작품의 전형적인 영화적 요소 , 특히 관람자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데 그가 기억하는 주요 장면을 모티브로 삼거나, 영화의 내용과 매우 자유롭게 연관시키거나, 자신의 회화 작품의 도상학에 대한 변형을 보여준다.
Peter Doig, ”BLACK ORPHEUS“ 2003
그는 마르 셀 카뮈의 "흑인올르페 1959” 의 영화 포스터를 그리기 위해 자신의 그림에 자주 등장했던 모티브중 카누를 그려 넣으면서 그림과 영화에 제공하는 연관성에 대한 그의 반복적인 회화적 모티브에 더 많은 측면을 추가했다. 2003년 흑인 오르페의 상영을 위한 포스터 그림을 시작으로 그는 StudioFilmClub 이 상영한 모든 영화에 대한 포스터를 손으로 직접 그렸다. 그리고 2017년은 그가 이 영화 클럽을 위해 그린 166점의 포스터가 CAC Malaga 현대 미 술관에 선보이기도 했다. 피터 도이그 영화 포스터는 그가 아틀리에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큰 캔버스 위에 그려지는 작품들은 아니지만 그가 그려내는 포스터는 회화와 영화 사이의 또 다른 차원에서 자유롭게 그려지는 영화를 위한 회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