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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함과 헌신으로 완성된 '결정적 순간' | ARTLECTURE

꾸준함과 헌신으로 완성된 '결정적 순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Henri Cartier Bresson, 1908~2004)-

/Artist's Studio/
by 김현진
Tag : #브레송, #사진, #순간
꾸준함과 헌신으로 완성된 '결정적 순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Henri Cartier Bresson, 1908~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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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나에게 사진이란 찍고자 하는 사건의 내용과 그 사건을 표현하는 시각적 형태의 엄밀한 구성을 동시에 인식하는 찰나의 행위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을 발견하고, 이와 동시에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마주한다. 우리 자신은 이 외부 세계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또한 동시에 외부 세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 두 세계 사이에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두 세계는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결국 하나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 세계와 소통해야 한다.” _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에 결정적 순간을 남긴 것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 1908~2004)의 말이다. 사진에는 우연한 순간이 포착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이 행운의 결과라는 의견도 있지만 세계에 담긴 리듬과 아름다움을 작은 사각형 안에 완벽하게 담아낼 수 있었던 건 그만큼의 훈련과 노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 사진이란, 머리와 눈과 그리고 마음을 하나의 축에 놓는 것이다. 그것은 삶의 방식이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뛰어난 작품의 탄생 배경에는 어김없이 꾸준한 노력과 작업에 대한 열정, 그리고 헌신이 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삶과 사진에 대한 태도 또한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라이카 카메라는 그의 손에서 떠난 적이 없었고 언제나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대변했다. 그림을 배웠던 이력과 타고난 직관, 거기에 신체의 일부처럼 카메라를 지니고 무수한 사진을 찍었던 훈련이 더해져 결정적 순간은 완성되었다.

 

한 가지 일에서 어떤 경지에 다다른 사람들에게 일관되게 발견되는 면모에는 통찰력과 깊이 있는 시선과 함께 겸손함이 있다. 20세기 최고의 사진작가로 불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개소리다!"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그는 모든 인간은 다 같으며 유명인을 찍을 때와 평범한 사람들을 찍을 때 자신의 태도에 차이는 없었다고 말한다. 사진가로 사람들 속에 스며들기 위해 자신을 최대한 숨겼고 본인 사진을 거의 찍지 않았던 점도 그의 이런 면모를 대변한다.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카메라와 한 몸이 되어 거리를 누볐고, 완벽한 순간이 발생할 때까지 기다리길 마다하지 않았던 그. 사진 찍히는 걸 극도로 싫어했던 앙리 마티즈의 촬영 일화도 기억할 만하다. 마티즈의 작업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며칠 동안 그의 작업실에 없는 사람처럼 머물며 공간에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터져 나오는 재채기처럼 셔터 소리가 녹아들 수 있을 만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는 그. 찰나에 존재했다 사라지는 결정적 순간은 그런 노력으로 만들어졌다.

 


A fruit vendor sleeping against a wall in the red light district of Barrio Chino (1933)

 

 

 

이 세상 모든 것에는 저마다 결정적인 순간이 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프레임 속에 담기는 대상의 구도를 특히 중시했다. “이 세상 모든 것에는 저마다 결정적인 순간이 있다고 믿었던 그는 완벽한 구도의 순간을 직관으로 알아챘다. 젊은 시절 사냥을 즐겼던 그는 한 방의 총으로 날아가는 새를 맞추는 경험이 촬영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찰칵, 가장 정확하게 대상을 낚아채는 한 방. 그 순간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외쳤다. “Yes, Yes, Yes!”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형식미를 달성해야 예술이라 부를 수 있다는 것을 그의 작품은 상기시킨다. 작품이란 작가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예술가를 통과하면서 재배치되고 재구성된 세상을 보여주는 것. 이렇듯 현상이나 표피 안에 숨어 있는 세계의 진실과 아름다움을 자기만의 형식을 통해 드러내는 것이 예술가의 임무일 것이다.

 


Swiss painter and sculptor, Alberto Giacometti (1961)

 

 

멈춤 속의 움직임, 미묘한 반복과 닮음꼴의 우연적 만남, 표면의 세상이 숨기고 있는 진실이 새어 나오는 찰나 - 그의 사진에는 이런 게 담겨 있다. 언젠가 찰나에 잠시 머물다 사라진 세계의 얼굴, 미세한 표정이자 세계의 주름살 같은 것. 브레송이 방아쇠를 당기듯 직관으로 포획한 현실의 사냥감이 우리 앞에 남았다. 직관이라는 가위가 잘라낸 사각형에서 삶의 숭고함과 유머, 세계의 질서와 리듬, 진실을 엿본다.

 


A group of people in front of a wall filled with small windows. 1933

 

Women spreading out their saris before the sun 1966



 

그의 사진 속 경험하지 못했고 가보지 않았던 시대와 장소, 보지 못한 사람들과 사물, 그것들을 바라보다 이내 그리워졌다. 눈 앞의 세계는 아름다운 것으로 가득 차 있는데 잘못 오려낸 프레임 때문에 추한 것으로 오도되고 있는 건 아닌지. 어떻게 바라 보느냐, 언제, 어디를 잘라 내느냐와 같은 미세한 차이가 아름다움을 결정한다.

 

 

꾸준한 노력과 헌신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 줄 수 있음을 알려 주는 또 한 명의 예술가가 여기 있다. 한때 맹목적으로 자신과 사진을 믿었던 그를 떠올리면 우리도 자신을 조금 믿어봐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직관을 따라, 기다림에 지치지 않고 묵묵히 걸어갈 수 있다면 말이다.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죠. 계속 레이더를 켜고 또 켜는 거예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 사진 출처 : https://www.magnumphotos.com/photographer/henri-cartier-bresson/



all images/words ⓒ the artist(s) and organiz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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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현진 (춤추는 바람)

작은 목소리로 작은 것을 이야기합니다. 삶은 미약하고 사소한 일로 이루어져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