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9회 부산독립영화제에서 대상(영화주먹상)을 수상한 김휘근 감독의 〈뿔을 가진 소년〉(2017)은 산속에 사는한 소년을 둘러싼 인물들을 조명하는 영화다. 어느 사전을 찾아보든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정의는 큰 맥락에서 볼 때 거의 동일하다. 일반적으로사전에 정의된 인간은 동물의 일원이지만 조직사회를 이루며 언어와 도구를 사용하는 등 다른 동물에서 확인할 수 없는 고도의 지능을 소유하고 다른동물과 달리 독특한 삶을 영위하는 고등동물이다. 하지만 〈뿔을 가진 소년〉은 이와 같은 인간에 관한정의를 지적 혹은 반박한다.

작중에서 인물들로부터 추적을 당하는 한 소년은 머리에 뿔이 달린 ‘사슴소년’이다. 그런데 사냥꾼들이 그 소년을 쫓는 이유는 소년의머리 뿔로 보약을 달여 먹으면 완전히 회복할 수 있다는 괴상하고 이상한 이야기를 진심으로 신봉하기 때문이다. 보다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은 미신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쳐 있다. 가정을 부양해야 하는 ‘준배’는 암이 온몸에 전이되었을 뿐만 아니라, 갑작스러운 아내의 임신 소식을 듣고 나서 생존 욕구가 폭발해 살고자 더 거세게 발버둥을 친다. 한편 ‘희진’은 사랑하는동생 ‘진아’가 예기치 못한 불치병으로 쓰러지자 수단과 방법을가리지 않고 살리고자 애쓰려 한다.

이들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상대를 살리고자 하는 인물들은 처음에는 작은 희망을 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작은 불씨마저사라지기 시작하자, 살아남기 위해 혹은 살리기 위해 절박한 절망을 품고 마지막으로 발광하는 몸부림을치기 시작한다. 절박한 절망을 마지막 소망으로 여기기 전까지 인물들은 거리 위에서 보약을 파는 장사꾼혹은 민간요법을 가장한 상술을 비웃었다. 그러나 막상 구석에 몰리자 그들의 절실함은 안타깝게도 맹목적인믿음으로 변질되었고, 그들은 결국 단 하나밖에 없는 사슴 소년의 뿔을 차지하기 위한 처량한 사냥에 엮이게된다.

이처럼 〈뿔을 가진 소년〉은 극 중 인물들이 겪는 심리적 변형과 피를 볼 수밖에 없는 추격전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여기는 ‘인간’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저격한다. 고도로 발전하고 있는 기술 덕분에 차원이 다른 삶을 영위하고 있으므로 고등동물이라고 규정하는 게 옳을지 몰라도, 극한에 몰리는 순간 인간은 어느 존재보다 가장 나약하다. 이와 함께, 사슴 소년을 사냥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근거 없는 잘못된 믿음으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자본주의 사회 속 인간의폭력성을 환기하기까지 한다. 결국 김휘근 감독은 〈뿔을 가진 소년〉을 통해 인간의 나약함과 잔인함을독특한 설정으로 풀어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양쪽에서 들려오는 총성 뒤 블랙아웃으로 이야기를 정리하는대신, 일정 시간이 흐른 후 인물들의 얼굴을 대조 방식으로 포착하며 명확히 끝맺음했기에 <뿔을 가진 소년>의 궁극적인 메시지가 더 날카롭게 느껴질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