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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의 열두 번째 이야기 | ARTLECTURE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의 열두 번째 이야기

-온빛 다큐멘터리-

/Art & Preview/
by 최다운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의 열두 번째 이야기
-온빛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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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빛 다큐멘터리는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의 모임으로 2011년에 첫 깃발을 올린 이후 올해까지 12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는 단체입니다. 그중에서도 매년 선정하는 온빛다큐멘터리 사진상을 통해 열정을 갖고 작업하는 작가를 알리고, 그들의 프로젝트를 응원하는데 주력하고 있는데요. 올해는 온빛-혜윰프로젝트상과 온빛-신진작가상, 그리고 온빛-후지필름사진가상 최우수상 및 우수상까지 모두 다섯 분의 작가가 수상하였습니다.



온빛-혜윰프로젝트상 - 최형락


올해 온빛-혜윰프로젝트상 수상작은 최형락 작가의 <배어든 전쟁> 프로젝트입니다. 그는 국내외에서 일어나고 있는 분쟁과 재난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기록하고 있습니다. 영주댐 건설로 수몰된 마을의 이야기와 밀양 송전탑 사태를 찍었고, 동일본 대지진 현장과  시리아, 그리고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의 전쟁 난민을 찾아 프레임에 담았습니다. 프로젝트 제목처럼 우크라이나인의 삶에 ‘배어든’ 전쟁의 풍경은 평범한 삶과 전쟁이 분리될 수 없는, 전쟁이 곧 일상이 되어 버린 모습을 담담히 보여줍니다. 사진 속에는 거듭되는 공습경보 와중에도 함께 모여 춤을 추는 사람들, 살던 집이 폐허가 되어도 밭을 일구며 삶을 이어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머나먼 곳에서 참혹한 일을 당하고 있는 그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임을 여실히 느끼게 하는 장면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국 프리랜서 사진가와 저널리스트들이 현지 취재를 불허 당하는 일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위험 국가에 대한 여행 금지를 규제하는 여권법 때문인데요. 이에 취재의 자유, 그리고 외국 언론이 아닌 우리의 시각으로 세상을 기록하고 알릴 수 있는 권리를 쟁취하고자 여권법 개정 청원 운동이 벌어지고 있으며, 최형락 작가의 프로젝트 또한 청원 운동의 노력으로 기존 일주일에서 연장된 보름의 취재 기간을 허가받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배어든 전쟁> 프로젝트는 앞으로 1년 동안 후속 작업을 거쳐 전시로 소개될 계획입니다.



우크라이나, 2023년 2월. <배어든 전쟁>. ©최형락.



온빛-신진작가상 - 이두기


젊은 사진가에게 주는 온빛-신진작가상은 경기도 북부의 옛 기지촌에 살고 계신 두 할머님의 이야기를 담은 이두기 작가가 수상했습니다. 그의 프로젝트 <하나의 방, 두 개의 기억>은 의정부 빼벌마을에서 만난 두 여인의 삶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프레임 안에서 한 여인의 삶을 만납니다. 현대사의 굴곡을 만나 기지촌으로 떠밀려온 그녀의 삶은 행복한 결말을 맺는 듯했습니다. 평범한 미군을 만나 딸을 낳고, 가족을 이루었으니까요. 허나 익숙하지 않은 문화와 편견과 깨어진 믿음에 떠밀린 그녀는 홀로 한국으로 돌아옵니다. 곱게 꽃단장을 하고 찍은 사진이 파국의 시작인 줄 알지 못했을 다른 여인의 삶 또한 신산하기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녀는 친언니에게 속아 팔려오다시피 기지촌으로 들어왔습니다. 


오래전 떠났던 기지촌으로 돌아와 생의 끝자락을 함께 하고 있는 두 할머니 곁에서 젊은 사진가는 이야기를 듣고, 아주 조심스레 그들의 삶을 담았습니다. 가득히 쌓여 있는 약 봉투와 쇠락한 동네 풍경이 교차하며 그곳을 흘러갔던 세월을 보여줍니다. <하나의 방, 두 개의 기억>은 세상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젊은 작가가 기록한 우리 시대의 풍경입니다. 



<하나의 방, 두 개의 기억> ©이두기.




온빛-후지필름사진가상 최우수상 - 손승현


한국 후지필름이 후원하는 온빛-후지필름사진가상은 세 명의 작가분이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후 실시간 현장 투표로 결정되었습니다. 세 작가의 프로젝트가 투표 결과 동률이라는 멋진 경합을 거쳐, 1차 투표 다득점을 반영한 최우수상은 손승현 작가에게 돌아갔습니다. 그의 프로젝트 <Homecoming: 타향, 고향, 귀향>은 중앙아시아 전역으로 흩어진 고려인과 강제징용으로 끌려간 재일 조선인 같은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손승현 작가는 이제는 잊힌 역사가 되어버린 그분들의 삶을 기록하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한의 정서를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아마 그의 작업이 아니었다면 그들을 기억하는 사람도, 앞으로 기억해 줄 사람도 아무도 남지 않게 되었을 겁니다. 작가는 이제 아시아를 넘어 미주와 유럽까지 전 세계로 흩어진 한국인의 삶을 찾아 기록하고 있으며, 자신도 호주에서 지내며 그곳에서 만난 인연을 사진으로 찍고,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사진 작업을 통한 사회 참여를 목표로 하는 그는 사진가이자 인류학자로서 쉽지 않은 주제를 꾸준히 연구하고 정리하여 알리고 있습니다. 작가의 작업 일부는 아시아태평양평화기념관의 온라인 전시 <잊혀진 사람들>*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훗카이도 강제노동 희생자 진병락님의 유골을 유족에게 전하는 도노히라 요시히코 스님. 2014. <Homecoming: 타향, 고향, 귀향> ©손승현.



온빛-후지필름사진가상 우수상 - 양경준 & 양승우


양경준 작가와 양승우 작가는 치열한 투표 경합 끝에 공동으로 우수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양경준 작가의 <소멸 예보> 시리즈는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이라는 당면 문제를 탐구한 프로젝트입니다. 저널리즘과 철학을 공부한 작가는 자신이 선택한 주제를 철저한 데이터에 기반하여 통계적으로 고찰한 후 작업 대상(인천 연안의 작은 섬, 지도)을 선정했습니다. 그런 뒤 직접 그곳을 찾아가 채 몇 명 남지 않은 주민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그곳의 사람과 동물과 자연을 기록했습니다. 작가는 이렇게 데이터와 통계를 활용하고, 직접 발로 뛰면서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시각화했습니다.


“전통적인 다큐멘터리 문법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로 프레임을 구성하고” 싶었다는 그의 이미지는 그다지 직설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잔잔한 은유 뒤편에 담긴 주제 의식은 묵직함을 넘어 비극적인 현실을 가리킵니다. 피하고 싶지만 피할 길이 보이지 않는 양경준의 ‘소멸’ 예보를 마주하면 한편으로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그래서 그의 작업이 우리 모두에게 경보를 울리는, 다른 길을 찾아갈 수 있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소멸 예보>. ©양경준



일본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양승우 작가는 90년대 후반부터 신주쿠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군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에 수상한 프로젝트 <인간모양(人間模様)>도 신주쿠 작업의 연장선으로 결코 몰래 찍지 않는다는 작가의 신념에 맞게 그들과 함께한 순간을 담고 있습니다. 


흑백 필름 작업으로 출발하여 디지털 컬러 작업까지 이어오면서 작가도, 프레임에 담긴 사람들도, 그들이 서 있는 공간도 긴 세월을 함께해 왔습니다. 거친 뒷 세계의 풍경과 길 위의 삶과 피가 난무하는 긴박함이 담긴 이미지들은 그 자체로 강렬하게 보는 이를 끌어당깁니다. 이러한 시간의 기록은 작가가 그곳에 있지 않았더라면, 무엇보다 작가가 그들과 하나가 되지 않았더라면 남길 수 없는 것이기에 더욱 가치 있게 느껴집니다.



<인간모양(人間模様)>. ©양승우



다큐멘터리 사진가는 우리 시대의 사관이라 했습니다. 거시적인 세상의 이야기부터 미시적인 개인의 삶까지 그들의 기록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덕분에 지금 우리의 모습이 남겨질 수 있는 것이겠지요. 쉽지 않은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분들께 경의를 표하며, 계속해서 멋진 작업을 이어나가기를 응원 드립니다. 


참조 자료.

*아시아태평양평화기념관 온라인 전시 : https://asiapacificpeacememorial.com

*온빛 다큐멘터리 보도자료

*온빛 다큐멘터리: http://documentaryonbi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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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ation: https://www.paypal.com/paypalme/artlecture

글.최다운_아마추어 사진 애호가로 뉴욕의 사진 전문 갤러리에 대한 <뉴욕, 사진, 갤러리>를 출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