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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요세프 쿠델카 | ARTLECTURE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요세프 쿠델카


/Art & History/
by 노용헌
Tag : #사진, #소설, #영화, #역사, #체코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요세프 쿠델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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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때가 되기를 기다린다어떤 때는 아무것도 찍지 못한다다른 사람들이라면 사진이 될 만한 것을 애써서 만들어냈으리라그는 시간이 흘러가도록 내버려 둔다쿠델카는 아이들우연외로움시간추억죽음믿음을 응시한다.” 

-요세프 쿠델카(Josef Koudelka) 사진집 글 중에서- 




    



1967년 요세프 쿠델카는 그의 첫 직업이었던 항공엔지니어를 그만두고 사진가로서 길을 결정한다. 1968년 소련이 자신의 조국 체코슬로바키아 프라하를 침공했을 때, 그는 P.P(Prague Photographer)라는 익명으로 사진을 찍고 해외로 몰래 반출하고 언론에 기고했다. 1984년 그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쿠델카는 P.P라는 익명으로 활동했고 1969년 로버트 카파 골든메달을 받는 등 최고의 보도사진가로서 매그넘(magnum)에 합류하였고, 그는 1970년 체코슬로바키아를 떠나 영국, 잉글랜드로 정치적 망명을 떠나게 되었다.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우연히 만나 바람둥이 토마시를 사랑하게 된 테레자는 화가인 사비나를 만나게 되고, 웨이트리스에서 사진작가로 1968년 프라하의 봄으로 불리는 체코 민주화 운동의 사진을 찍고 잡지사에 기고하게 된다. 그 설정은 마치 쿠델카의 작업을 연상하게 만든다.    




  


체코 국경을 넘자 그는 소련 탱크 행렬과 마주쳤다그는 사거리에 차를 세우고 탱크가 지나갈 때까지 삼십 분을 기다려야만 했다검은 군복을 입은 흉측한 전차병이 사거리에 자리를 잡고 보헤미아의 모든 도로가 자기 것이라는 듯 교통을 정리했다토마시는 “Es muss sein! 그래야만 한다!”라고 되뇌었지만 금세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정말 그래야만 할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P61>     


당시에는 참을 수 없었고 역겨웠던 그 나약함또한 자신의 나라로부터 추방당하게 만든 그 나약함에 그녀는 측은함을 느꼈다그녀는 자기가 약한 사람들의 편약한 사람들의 진영약한 사람들의 나라에 속했다는 것을 깨달았다또한 그녀는 그들에게 충실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는데그것은 그들이 약했기 때문이고 연설 중에 연신 숨을 돌렸기 때문이다그녀는 마치 현기증에 끌리듯 이런 나약함에 마음이 끌렸다자신도 나약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마음이 끌린 것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P129-130>       



 



테레자는 파괴된 시청을 바라보았고이 광경에 불현 듯 어머니가 떠올랐다자신의 폐허를 과시하고자신의 추함에 자부심을 갖고 소매를 걷어 흉하게 잘려 나간 손을 보이며 모든 사람에게 상처를 보아 달라고 강요하는 그 변태적 욕구그녀가 십여 년 전 빠져나온 어머니의 세계가 다시 그녀를 찾아와 사방으로부터 그녀를 옥죄어 오는 듯근래 들어 모든 것에서 어머니가 떠올랐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P222>     


사진 속에서는 한 젊은 남자가 어떤 사람의 멱살을 잡고 있었다그 주변 사람들은 그 모습을 구경하고만 있었다사진 아래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다부역자 처벌

테레자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이 사진은 그녀가 찍은 것이 아니었다그녀는 카레닌과 함께 어두운 프라하 거리를 지나 집으로 돌아왔다그녀는 탱크를 찍었던 그날을 회상했다그들 모두가 얼마나 순진했던가모두가그들은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걸었다고 믿었는데 그러기는커녕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소련 경찰을 위해 일했던 것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P230>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줄리엣 비노쉬의 주연으로 영화 <프라하의 봄>으로 만들어졌다. 영화는 당시의 정치적 상황이라든지, 4명의 주인공들, 지식인들의 고뇌보다는 성적인 메타포가 강렬하게 전달되는 듯 하다. 물론 소설 속에서도 나오지만 육체적 가벼움은 예술적 키치로서 무거운 가치와는 상관없는 개인의 키치적 가치로 일탈을 이야기한다. “테레자의 꿈은 키치의 진정한 기능을 고발한다. 키치는 죽음을 은폐하는 병풍이다”라고.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죽음에 대해서 테레자의 반려견이 카레닌을 통해서 이야기 하고, 영화 <프라하의 봄>은 마지막 장면 시골마을에서 한 파티에 갔다가 토마시와 테레자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운전 장면이다. 테레자가 운전중인 토마시에게 묻는다. ‘지금 무슨 생각해?’ 토마시는 대답한다.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     

      

인간의 삶이란 오직 한 번뿐이며모든 상황에서 우리는 딱 한 번만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과연 어떤 것이 좋은 결정이고 어떤 것이 나쁜 결정인지 결코 확인할 수 없을 것이다여러 가지 결정을 비교할 수 있도록 두 번째세 번째혹은 네 번째 인생이 우리에게 주어지진 않는다역사도 개인의 삶과 마찬가지이다체코인들에 역사는 하나뿐이다토마시의 인생처럼 그 역시 두 번째 수정 기회 없이 어느 날 완료될 것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P357>     


Einmal ist keinmal, 한 번은 중요하지 않다한 번이면 그것으로 영원히 끝이다유럽 역사와 마찬가지로 보헤미아 역사도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보헤미아 역사와 유럽 역사는 인류의 치명적 체험 부재가 그려 낸 두 밑그림이다역사란 개인의 삶만큼이나 가벼운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깃털처럼 가벼운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가벼운내일이면 사라질 그 무엇처럼 가벼운 것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P358>     






1970년 체코를 떠난 쿠델카는 이후 유럽의 집시들을 찍기 시작했고, 유럽인들의 일상을 촬영했다. "왜 집시를 찍게 됐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모른다"고 답했다. "사랑하는 여자에 대해 그 여자를 왜 사랑하느냐고 묻는 것과 같은 것"이라면서 "무언가를 즐기거나 누군가를 사랑하려면 그 이유를 모를 때 더 즐길 수 있고 더 잘 사랑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인간의 삶과 보편적 가치를 이야기하는 데 집시는 매우 강렬한 피사체였다"고 말했다. 1987년까지 무국적자로 유럽을 떠돌던 그는 1987년 프랑스에 귀화, 프랑스 문화부에서 주최한 '국립 사진 그랑프리상'을 수상했고, '망명자Exiles' 시리즈로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전시를 했다.    


  




나의 사진은 나의 삶의 기록이다나의 사진들은 내가 매일매일 자는 곳이고 먹는 방법이고 나와 함께 있는 것이다나의 사진들은 일기는 아니지만 세계 속에 내 자신의 투영물이다.”

-Josef Koudelka-


all images/words ⓒ the artist(s) and organiz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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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노용헌_사진기자 - 사진을 찍을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고 사진관련 일로 생활하고 사진찍으며 사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