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안드레아스 거스키 사진전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국내 최초로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독일에서 태어나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수학한 안드레아스 거스키(Andreas Gursky, b. 1955)는 현대사회의 사실적인 면모를 포착한 대형 사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90년대 이르러 그는 원거리에서 촬영된 이미지들을 후반 작업으로 편집해 새로운 사실적이나 조작된 대형 사진 작업을 전개했다. 작가의 사진은 동시대의 단상을 실재보다도 더 사실적으로 보여주며, 대형사진이 담아낸 현대사회 속 인간의 존재에 대해 사유하게 한다. 작가는 소위 세상에서 가장 비싼 사진을 찍는 작가로 몇몇 기사에서 소개되었다. 전시장의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사진을 저마다의 카메라로 찍곤 한다. 대다수가 고성능의 카메라가 부착된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순간을 포착하는 오늘날, 예술로서의 사진은 무엇을 담아내고, 또 우린 그것에서 무엇을 보게 될까.
일반적으로 일상에서 사진을 찍을 때 거기에 존재했음을 기록하기 위한 의도를 갖곤 한다. 롤랑 바르트(Roland Gérard Barthes)는 사진을 ‘거기에 있었던 것’(çà a été)으로 정의한다.(1) 이때 사진은 ‘지표’(index)로서 존재한다. 이때 지표는 퍼스의 기호학에 기반한다. 퍼스는 기호를 도상(icon). 지표(index), 상징(symbol)으로 나누었다. 도상은 지시대상과 유사성의 관계, 지표는 인과관계, 상징은 자의적 관계를 맺는다. 퍼스는 도상과 상징과는 구별되는 지표의 특성을 총알이 지나간 구멍의 예시를 통해 설명한다. 한 구멍이 아무리 총알이 지나간 구멍과 유사할지라도 실제 총알이 그곳을 지나지 않았다면 그것은 유사한 도상일 뿐 지표에 해당하지 않는다. 즉 지표는 실재하는 존재를 전제하며 그의 흔적을 보여준다.
동시대 작업 중 이러한 지표적 특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는 레이첼 화이트리드(Rachel Whiteread)의 캐스팅 작업이 있다. 그녀의 대표작 〈House〉는 낙후 지역인 이스트엔드 지역의 주택의 내부를 철거 직전 캐스팅 한 작업이다. 그녀는 주택 내부의 시멘트를 붓고 그 외벽을 뜯어내어 집 내부의 공간이 고스란히 보여진다. 작품은 주택 내부 표면의 아주 사소한 흔적 까지도 담아낸다. 주택은 더이상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나 그녀의 조각은 부재하는 대상에 대한 기억을 환기한다. 원본이 사라진(dead) 집은 캐스팅 과정을 통해 살아서(living) 현재로 되돌아와 부재하는 것의 지표가 된다.(3)
레이첼 화이트리드(Rachel Whiteread) 〈House〉
레이첼 화이트리드의 작품은 종종 ‘사진적’ 이란 설명이 붙는데, 이는 사진이 지표의 가장 대표적인 기호로서 인식되기 때문이다. 물론 사진의 정의가 곧 지표는 결코 아니지만 사진과 지표는 매우 긴밀한 관계임은 분명하다. 퍼스 또한 지표의 기호로서 사진을 언급하였고 많은 이론가들은 ‘지표성’(indexicality)을 기반으로 사진 이론을 전개해 왔다. 물론 20세기에 실재 대상과의 변형을 꾀한 ‘회화주의 사진’(pictorial photography)의 움직임도 있었으나 주요한 흐름에선 지표성이 강조 되었다. 빅토리아 시대의 사후 사진은 사진의 지표성을 잘 보여준다. 당시 사진은 오늘날처럼 보편화 되지 못했기에 대중에겐 그 비용이 부담이었다. 따라서 일상적 상황에서 사진을 찍기 보단 사람이 죽은 후 그를 사진으로나마 남기기 위해 사후에 시신 위에 화장을 하고 몸을 고정시켜 사진을 찍었다.
빅토리아 시대의 사후 사진
이렇듯 아날로그 사진은 실재하는 대상을 렌즈를 투과된 빛에 의해 담아냄으로 실재의 흔적이 된다. 또한 사진의 기본단위가 되는 입자는 쉽게 손상되기 쉬어 함부로 변형되기 어렵다 . 그러나 오늘날 디지털 사진의 기본단위인 픽셀은 아날로그 사진과 다르게 쉽게 변형될 수 있고 대상 없이 형성될 수 있으며 심지어 원본 없는 복제가 실재를 대체한다.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이러한 디지털 시대가 하나의 ‘시뮬라크르’(simulacre)가 지배하는 사회가 되었으며 실재보다 더 실재적인 이미지의 등장으로 하이퍼리얼한 세계가 도래했다 주장한다.
안드레아 구르스키(Andreas Gursky)의 작품 〈99 Cent〉는 보드리야르의 주장을 잘 보여준다. 이 사진은 아주 일상적인 대형 마트의 실내를 촬영한 작품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사진과 같은 풍경을 일상에서 자주 마주했을 거다. 그러나 이 이미지는 합성이미지로 작가는 수개월의 후반작업(post produstion) 과정을 거쳐 실제보다 더욱 실제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이렇듯 디지털 이미지는 아날로그 사진의 폐쇄성과는 달리 쉽게 변형되는 액체성을 지니며 더이상 실재 대상을 전제하지 않는다. (4)

안드레아 구르스키(Andreas Gursky) 〈99 Cent〉
그의 사진 작업은 합성된, 실재하지 않는 이미지이다. 그러나 이는 모순적이게도 기존 사진보다도 관객에게 더욱더 실제 공간에 와 있는 것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 이는 작가가 후반 작업을 통해 원근법을 제거하여 기존 아날로그 사진에서 존재해온 하나의 눈, 즉 소실점이라는 비현실적 요소가 완전히 제거된 이미지를 만들기 때문이다. 안드레아 구르스키는 이렇게 편집된 사진을 대형 사이즈로 인화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이전의 사진보다 훨씬 더 많은 세부 요소들을 보게 한다. 즉 그의 사진은 실제 거대한 공간에서 대상을 바라볼때와 유사한 지각 방식을 반영하며, 관객들은 실제 공간에서 대상이 한눈에 담기지 않고 그저 세부적 요소들이 지각되는 것과 유사한 느낌을 받게 된다. 박영욱은 이를 인덱스의 소멸이 아닌 확장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5)
디지털매체의 등장은 존재와 지각 양식의 변화를 초래했다. 오늘날 사회는 픽셀화 되어 digit의 정보 값으로 인식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 사진이 상용화 되던 90년대 말 “디지털 사진은 지표(index)인가?”라는 질문이 대두되었다. 디지털 매체를 통해 현 사회의 이미지는 수학적 정보값으로 이루어지며, 이는 무한히 복제가능하며 쉽게 변형 가능하다. 또한 과거의 사진과 달리 대상이 없을지라도 합성, 디지털 그래픽 등의 기술을 통해 가상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에 용이하다. 디지털 사진은 더 이상 믿을 만한 지표가 아니다. 이는 단순히 지표성이 소멸 됐다기보단 오히려 아날로그 사진과는 다른 새로운 무언갈 담아냄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새로운 존재로서의 사진은 다르게 지각되며 우리에게 또 다른 미감을 선사한다. / 글.박소현이
1) 롤랑 바르트, 조광희 올김, 『카메라 루시다 – 사진에 관한 노트』, 열화당, 1997, p.58~114 2) 박영욱(2020). 사진의 인덱스에 대한 재고: 디지털사진의 존재론을 위한 시론. 통일인문학, 81, 275-320 p.282 3) 고경호(Ko Kyung ho), 김재도(Kim Jae do). (2017). 레이첼 화이트리드의 경계의 공간. 조형디자인연구, 20(2), 43쪽. 4) 위 논문, 400-401쪽.
5) 박영욱(2020). 사진의 인덱스에 대한 재고 : 디지털사진의 존재론을 위한 시론. 통일인문학, 81, 275-320, p.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