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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원리 말고 개념미술 - 에두아르 르베(Édouard Levé) | ARTLECTURE

개념원리 말고 개념미술 - 에두아르 르베(Édouard Levé)

-<Œuvres>로 시작된 개념 예술에 대한 의식의 흐름 -

/Artlecture/
by 김영주
개념원리 말고 개념미술 - 에두아르 르베(Édouard Levé)
-<Œuvres>로 시작된 개념 예술에 대한 의식의 흐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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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에두아르 르베의 <Œuvres>는 책의 형태를 차용하여 개념예술의 판타지를 문학에 실현한 작품이다. 이것은 문학과 출판의 독창적 형태와 방식, 관행, 그리고 논리에 재고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시스템 오류로 재게재, 04.27>


문학과 예술은 역사를 거듭하며 끊임없이 상호교류해 왔다. 특히 문학은 미술작품의 영감이자 아이디어 재료로서 예술가들에게 보편적으로 이용되었다. 20세기 중반으로 접어들고 다다이즘과 개념미술등이 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전위적인 예술사조들이 등장하면서, 예술은 문학에서 새로운 실험과 재발견, 그리고 확장의 기회를 포착한다.

 

‘개념미술’ 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헨리플린트는 1961년 쓴 글에서, « 개념예술은 무엇보다도 개념을 재료로 하는 예술이다. 음악의 재료가 소리인 것처럼 말이다. 개념들은 언어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개념예술은 언어를 재료로 하는 예술형식이라 할수있다 » 고말했다.

 

프랑스의 작가이자 사진작가, 조형예술가인 에두아르르베(Édouard Levé)는 2002년 출판사 P.O.L과 함께 그가 생각은 했지만 실현하지 않은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 묘사 533개를 담은 작품<Œuvres>[1] 를 발표하며 문학가로 등단한다.

 


ÉdouardLevé, « œuvres ». Published by Leséditions P.O.L, France, 2002.

 


위의 사진에서 보다시피, 말 그대로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수록한 책이다.

 

실현되지 못한 작품들의 묘사와 나열로만 이루어진<Œuvres>를 우리는 예술작품으로 여길 수있을까? 작품을 보다보니 (혹은 읽다보니) 어느 순간 자연스레 이상의 오감도가 생각났다. 이상하고 해괴하고 파격적이고 아름다운 형태로 당대 문학계를 폭격한 이상을 비롯해 르윗, 다보벤, 가와라, 홀저…보는 이의 얼이 빠지게도, 넋이 나가게도, 어리둥절하게도, 멍해지게도 만드는 개념예술 작품에 대하여 생각해보자.

 

 

1. 개념원리 말고 개념미술 원리

 

 

개념미술에서는 생각이나 관념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측면이된다. 예술가가 예술의 관념적 형식을 사용할때, 그것은 모든 계획과결정이 미리 만들어지고 실행은 요식 행위임을 의미한다. 생각이 예술을 만드는 기계가된다.”

- 솔르윗(Sol Le Witt, 1928~2007) 『개념미술에 관한 단평』(1967)




문자를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한 현대 미술은 아마 개념미술일것이다, 개념미술은 형태나 재료에 관한 것이아니라, 개념과 의미에 관 한 것이기 때문이다. 형식 자체를 중시하는 형식주의에 대한 반발의 움직임으로 나타났다는 그 탄생 배경과 같이, 개념미술이 지향하는 것은 작품의 재료나 형태보다 내용에 더 집중하는 것이다.[2]

 

헤겔에 따르면 예술의 본질은 ‘정신적 이념을 감각적 물질로 구현’ 하는데에 있다. 전통적 조각과 회화는 양감, 부피, 구조, 원근법 등의 물리적 조형요소들을 고정적 시공간에서 떼어와 우리의 시각 앞에 마주하는 오브제로 한데 펼쳐 놓는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등장한 비물질적 요소들은 작품을 구성하는 새로운 요소들로 부상하고, 이후 예술이 ‘물질적’ 매체를 통해 존재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예술의 종언을 선언한다. 개념 미술에서는 정신적 이념을 물질성을 완전히 벗은개념, 즉 언어를 사용하여 끝내 물질성이라는가죽을 벗어던진다.

 

 

MarcelDuchamp, La Fontaine, faïenceet céramique blanche, 1917.

 

 

이 헤겔의 아이디어는 개념예술에서 뚜렷하게 볼수 있다. 1910년대 말 다다이스트 뒤샹은 그림을 그리지 않는 최초의 화가가 된다.그는 오직 ‘개념’ 만으로 작품을 만들어왔다. 그 유명한‘샘 (1914)’은 시장에서 구입한 기성품 변기이다. 그 또한 « 다다는 은밀하게 그리고 의식적으로 문학과 연관되었다 » 고 말했다. 이 작품으로 뒤샹이 창조한것은 물질적 오브제로서 작품이 아니라 비물질적인관념, 즉 예술에 대한 새로운 정의일것이다. [3]

 

 


2. 개념미술의 재료로서 글

 

조지프 코수스(Joseph Kosuth)는 예술-언어’ 라는 잡지에 작품을 기고하며 « 예술가로서 내 역할은 작품의 출판과 더불어 끝난다. 나는 출품의 형식을 바꾸어 잡지에서 공간을 얻었다. 이런 식으로나는 작품의 비물질성을 강조하고, 그로써 회화와 모든 연결을 끊으려 한다 »고 말했다. 르베의 <Œuvres>와 같이 장면을 묘사하는 언어로 이루어진 작업 지시가 예술이 될때, 미술은 문학에 가까워진다. 예술작품은 전시회에 출품하는 게 아니라 글을 짓고 그것을 발행하는 방식으로도 완성될 수있다.

 


Hanne Darboven, Milieu >80<, Posthum, 1987. © Hanne Darboven Foundation, Hamburg

 

OnKawara © Date paintings, 1971.

 

Jenny Holzer, Protect me from what I want,Survival (1983–85), 1985, panneau électronique, 6,1 x 12,2 m, Times Square, NewYork.

© Photo : John Marchael, © Jenny Holzer, © ADAGP, Paris

 

 

앞서 서문에서 인용했듯, 우리는 플린트가 개념예술을 언어를 재료로 하는 예술형식” 으로 규정 했던 것을 기억해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개념미술이 가지는 가장 큰 보편성이란언어를 미술의 재료로서 해방시키는 것이다. 한나 다보벤은 숫자와 글자, 낙서를 계열적으로 늘어놓음으로써 회화가 글쓰기라는 관념을 표현했다. 일본의 작가 온가와라는 매일6, 7시간에 걸쳐 캔버스에 그날의 날짜를 적어 넣고, 그 아래 그 날 벌어진 사건을 보도한 신문을 첨부했다. LED를 이용한 제니 홀저의 작업 또한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텍스트 형태 그대로 공간에 발화한다.

 

문학은 언어를 재료로 세계에 대한 인식과 감정을 표현하는예술이다. 문학 또한 문자 기호를 사용하여 물질적 차원을 초월한 개념미술의 요소를 포함할수 있다.

 

 



이상, 『오감도(烏瞰圖)』「시제1(詩第一號)」, 1934.

 


위의 작품은 한국 근,현대문학사에서 최고의 난해시라고 불리는 이상의 오감도 중 한부분이다. 이상은 한국 현대시사를 논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시인이며, 1930년대에 있었던 20년대의 사실주의, 자연주의에 반발한 모더니즘 운동의 기수였다. 그는 전위적이고 해체적인 글쓰기로 한국의 모더니즘 문학사를 개척한 작가로 평가받고있다.[4]

 

총 15편의 시로 구성된 이 문학작품 중제 1호시를 살펴보면, X의 아해가무섭다고 그리오”라는 문장 구조를 반복하고 있다. 특정 부분만 교체하며 같은 문장구조를 반복하는이 방식은 삶을 숫자로 치환하여, 화자가 굽어보는 일상적 자아의 삶을 지배하는 의식을 표현한다. 언어 구사와 통사적 구조를 통한 이와 같은 표현방식은 미술과 문학 같은예술이 지각적(perceptual) 형식에서 벗어나 정신적(mental)이고 구상적인(conceptual) 개념(notion)으로 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3. <Œuvres>가 현대미술에 가지는 상징성

 

개념 예술은 감각적 쾌락과 아름다움에 대한 전통적인 강조에서 벗어나 아이디어와 예술적 대상의 비물질화를 선호한다. 짚고 넘어가야 할것은, 비물질성으로 한데 묶이는 이러한 새로운 예술형식들이 상징적 도구로서 텍스트를  발화하고자 한 것이다. 개념 예술은 예술의 본질과 정체성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한다. 개념 예술은 사진, 영화, 이벤트 및 공연, 신체, 기성품 등과 같은 새로운 생산 수단을 선호하여 전통적인 예술 매체, 특히 조형예술을 거부한다.

 

uvres>는 개념예술 개념으로 채워진 문학작품이다. 책의 형태를 띈 개념예술 선집으로도 볼 수있다. <Œuvres>는 엄밀히 말하면 문학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은 다른 일반적인 문학처럼 소설, 픽션등 적절한 문학적 라벨을 붙여 출판된 작품은 아니다.다만 이것은 출판되는 책의 형식적 규약에서 벗어나, 통용되는 언어적 코드와 문체를 사용하여 시도된 문학적 예술 작품이다.

 

텍스트는 작품의 조형성의 영역에 속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품의 지향성에 가깝게보인다. 그러나 개념미술과 함께 텍스트의 영역이확장되어 감에 따라 텍스트의 조형성은 생산된 그 결과물 뿐 만아니라 생산하는 과정과 행위까지 그의 일부로 포함한다. 르베의<Œuvres>또한 작가가 533개에 이르는 자신의 수많은 작품 아이디어를 떠올려 언어의 형태로 환산한 후 출판사 P.O.L과 함께 출판물로 만들어 그것을 배포하고 행위하는 과정 자체가 전통적 형태에서 해체된 새로운 조형성을 이룬다.

 

 

« 1.Un livre décrit des œuvres dont l’auteur a eu l’idée, mais qu’il n’a pas réalisées. »

1. 책은 작가가 아이디어를 얻은, 하지만 실현하지 않은 작품들을 묘사한다.”

 

 

« 533.Après avoir publié un livre dans lequel il décrit des projets d’œuvres qu’il n’apas réalisées, l’auteur en donne des lecteurs en suivant les injonctions dupublics, invité à dire les chiffres des paragraphes qu’il souhaite l’entendrelire. La lecture s’achève lorsque plus personnes ne lui demande de poursuivre. »

533. 작가가 실현하지 않은 작품 프로젝트들을 묘사하고 있는 책을 발간한 , 작가는 대중의 지시에 따라 독자들을 초대하여 그들이 낭독을 듣고싶은 단락의 번호들을 묻는다. 낭독은 더이상 아무도 계속하기를 요청하지 않으면 완료된다.”

 

 

이 작품은 그 제목에서 보여지 듯, 그간 일반적으로 여겨지던 문학과는 달리, 글로 쓰여진 예술 작품에 가깝다. 533개의 묘사 리스트에 나열된 단어들과 표현, 아티스트들의 이름, 장소들의 이름, 사물들의 이름, 코드 등 문자는 작품 제작의 구성 요소이자 조형 매체로 사용되었다. 그것은 예술작품 장르의 경계에서 벗어났지만 실재하는 작품이며, 짐짓 결연하고도 담담한 톤으로 창조해낸 새로운 문학의 예술판타지이다. 따라서 이 책은 아이디어의 보고 혹은 프로젝트 보단 문학에 개념예술을 적용시킨 작품으로 보는게 맞을 것이다.

 

오늘날 예술은 그것이 얼마나 많고 적은 물질을 사용하는지 와는 관계 없이, 모두 어느 정도 개념적 배경을 갖는다. 문화 기호학자이자 후기 구조주의자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저서« 텍스트의 즐거움(1973) »에서 문학은 더이상 세계의 재현과 모방인 ‘미메시스’도, 세계의 인지 수단인 ‘마테시스’도 될 수 없으며 텍스트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에두아르 르베의<Œuvres>는 책의 형태를 차용하여 개념예술의 판타지를 문학에 실현한 작품이다. 이것은 문학과 출판의 독창적 형태와 방식, 관행, 그리고 논리에 재고 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텍스트안의 모든 것은 무언가를 의미한다. 텍스트는 더 이상 저자의 것이 아니며, 의미 생산이 무한하게 가능한 열린 공간이다.

 


참고문헌

 

Flynt, Henry. « Concept Art», trad. fr., dans Gauthier Herrmann, Fabrice Reymond & Fabien Vallos (sld), Art conceptuel, une entologie, Paris, éditions Mix, 2008, pp.417-420.

 

LeWitt, Sol. “Paragraphs on Conceptual Art”, Art Forum, 1967.

 

Schallum, Pierre. « Hegel, lart et le problème de la manifestation : lesthétique en question », Université Laval.

 

ThevalGaëlle. « Poésies ready-made, XX-XXIe siècles. Littératures ». Université Paris-Diderot - Paris VII, 2011.

 

진중권진중권의 현대예술이야기경향신문, 2012.

 

Choi, Misook. « 이상(李箱) 시의 심미성에 관한 연구 : 「烏瞰圖 詩第一號」를 중심으로 », Revue d’Éducation de la Langue Coréenne, 119, 2006, Académie d’Éducation de la Langue Coréenne, pp. 573-597.

 

Darsel, Sandrine. « Le paradoxe de l'art conceptuel », Nouvelle revue desthétique, 11, 1, 2013, pp. 131-145.

 

Mougin, Pascal (dir.). La Tentation littéraire de l’art contemporain, Les presses du réel, 2017.

 

Barthes, Roland. Le Plaisir du texte, Seuil, 1973.

 

Salgas, Jean-Pierre. « Édouard Levé ou « la mort de lauteur » (dans lart contemporain) », 17,  Fabula-LhT« Pierre Ménard, notre ami et ses confrères », 2016.

 

Fred Guzda, « Lart conceptuel nexiste pas », 18, Marges2014, pp. 27-37.

 

Yi, Sang. Yi Sang: selected works, The Story, 2021.


각주


[1] 프랑스어로 Œuvres는 ‘작품들’이라는 뜻이다.

[2] 진중권« 진중권의 현대예술이야기 »경향신문, 2012.

[3] 진중권« 진중권의 현대예술이야기 »경향신문, 2012.

[4] 최미숙. « 이상(李箱시의 심미성에 관한 연구 : 「烏瞰圖 詩第一號」를 중심으로 », Revue d’Éducation de la Langue Coréenne, 119, 2006, Académie d’Éducation de la Langue Coréenne, pp. 573-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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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영주.Art director & Editor based in Pa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