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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창 <오랜 배회 (Lingering in Time : Koo Bohnchang’s Photography 1990 - 2021)> | ARTLECTURE

구본창 <오랜 배회 (Lingering in Time : Koo Bohnchang’s Photography 1990 - 2021)>

-삼십 년 배회의 궤적을 그러모으다 @ 베이징 싼잉탕 사진예술센터-

/World Focus/
by 최다운
구본창 <오랜 배회 (Lingering in Time : Koo Bohnchang’s Photography 1990 - 2021)>
-삼십 년 배회의 궤적을 그러모으다 @ 베이징 싼잉탕 사진예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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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구본창은 자신의 사진 작업을 “작고 조용한 존재들에 말을 걸고 귀를 기울이는 행위”라고 했다. 사진은 카메라를 통해 ‘바라본’ 무언가를 재현하는 매체인데, 이때 구본창이라는 사진가는 ‘밖’이 아니라 ‘안’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진가의 내면을 헤매던 시선이 바깥세상으로 나왔지만, 그 시선의 중심은 여전히 안쪽을 향하고 있다. 그래서 구본창의 사진은 자신을 바라보든, 바깥의 존재를 응시하든 간에 똑같은 방식으로 보여준다. 어찌 보면 숨 쉬듯이 평범한 순간들 속에서 사진가의 내면과 공명하는 한 지점을 발견하고 포획하는 것이다.

<전시 포스. Courtesy of the Three Shadows Photography Art Centre.>



 

사진가 구본창은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해외에 이름이 가장 많이 알려진 한국 사진가 중 한 명어느덧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가 된 그는 생의 절반이 넘는 시간을 사진과 함께해 왔는데지난 사십여 년간 지치지 않는 창작 활동으로 매번 새로운 이미지를 선보였다그중에서도 은은한 한국의 미를 담은 [백자 (Veseel)]와 전통 가면을 담은 [탈 (Masks)] 프로젝트육친의 죽음을 겪으며 생과 사의 순간을 관조한 [숨 (Breathe)] 시리즈 등이 많 알려져 있다.


 

물론 구본창이 지금까지 보여준 이미지의 스펙트럼은 몇몇 작업만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그는 순수와 상업의 경계를 넘나들며 많은 이들을 매혹해 왔는데 <취화선> 같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포스터와 패션광고 작업을 통해 보여준 작품들도 유명하다그리고 순수 사진의 영역으로 넘어오면 4장의 연작 구성1)실로 꿰맨 인화지2)나 포토그램을 활용한3) 실험적인 초기 작업에서 최근 프로젝트인 [인코그니토 (Incognito)]까지 이어지는데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그가 펼치는 사유의 세계가 얼마나 넓은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설치 전경. Courtesy of the Three Shadows Photography Art Centre.> 


< 전경. Courtesy of the Three Shadows Photography Art Centre.>

 



이번에 베이징 싼잉탕 사진 예술 센터에서 열리는 전시 <오랜 배회 (Lingering in Time: Koo Bohnchangs Photography 1990 - 2021)>는 구본창의 다양한 작품을 만나는 좋은 기회다전시는 작가가 삼십여 년 동안 찍은 13개 시리즈, 80여 점의 이미지와 2018 밀라노 전시에서 선보였던 1채널 비디오 작품을 포함하고 있다.

 

전시 공간 두 층으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다. 1충 전체와 2층 입구까지는 잿빛 벽면에 [태초 (In the Beginning)], [], [Stories in Ashes]처럼 조금 더 극적인 감정이 느껴지는 이미지를 중심으로 [스노우 (Snow)][시간의 그 (Portraits of Time)] 등의 프로젝트 함께 걸려 있다이후 좁은 통로를 지나 밝은색 벽을 배경으로 이어지는 2층 전시실에는 [누 (Soap)]와 [화이트 (White)], [인테리어 (Interiors)]와 [작업처럼 상대적으로 잔잔한 아우라의 작품을 걸어 놓았다 같은 이미지 배치는 시작부터 끝까지 관람객의 시선을 끌고 가면서 감정의 흐름을 죄었다 풀었다 한다.


 



<생각의 바다 12, 1990. Gelatin silver photograph with thread on paper. Courtesy of the artist.>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제일 처음 전시실 입구에서 생각의 바다 12가 관람객을 맞아준다인체 형상이 비치는 포토그램 이미지에 그물 같은 실을 덧 대형 작품이다왼편으로는 전시 서문과 함께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시리즈 걸려 있다. 1층 홀 바닥에 [Stories in Ashes] 6점이 놓여 있는 가운데 다른 이미지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으며한쪽 벽면에 비디오 작품을 상영 중이다. 2층 입구에는 이번 전시에 포함된 시리즈 중 가장 최신작인 [금 (Gold)]이 걸려 있다중국 청두의 박물관에서 촬영한 황금 소품을 포함하여 페루와 한국 박물관의 소장품을 찍은 작업이다이어서 자연광이 들어오는 통로를 따라 []가 걸려 있고다음으로 겨울 담쟁이덩굴의 흔적을 담은 [화이트] 실내 공간을 기록한 [인테리어]가 이어진다전시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작가의 대표작인 [백자시리즈이다.

 


다시 1층으로 이어진 공간에는 그동안 출간된 작가의 모든 책과 8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도록포스터 등의 아카이브를 전시하고 있다특히 이번에 포함되지 않은 초기 작품이 많이 실려 있는 열화당 사진 문고와 <디엠지 (DMZ)><은염 사진의 한 너머> 등을 통해 다른 작품들도 볼 수 있다그리고 출구 앞에는 중국 관람객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작업을 전시 중이다사진가가 그간 중국을 드나들면서 수집했던 여러 가지 골동품과 소품을 촬영한 이미지인데붉은 정장으로 제작된 사진집 [Souvenirs from China] 안에 수집품에 얽힌 이야기를 함께 풀어 놓았다작은 일상을 특별하게 바라볼 줄 아는 작가의 성향이 담긴 이미지들은 아마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 있다면 조금 더 보는 재미가 있을 법하다.

 


<태초에 01, 1991. Gelatin silver photograph with thread on paper. Courtesy of the artist.>

 




개개의 시리즈만으로 작가론 하나를 쓸 수 있을법한 사진가의 작품을 하나하나 설명하기란 불가능한 일이그래도 몇 작품만 말하자면먼저 [태초] 시리즈다이 프로젝트는 원래 원하는 사이즈의 인화지를 구하지 못해 시작했다고 한다그런데 그동안 책에서만 보던 작품을 처음 마주했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아무리 인화지를 꿰매었다는 설명을 읽고책에 실린 사진을 본다 해도눈앞에 보이는 실의 질감과 재봉질의 물성노광할 때 남은 흰 실 자국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고어두운 암실에서 오직 촉감에만 의지해 실을 꿰매던 작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쉽사리 부서질 듯한 인간의 육신과 내면을 드러내는 이미지 위로 늘어진 실의 흔적이 마치 몸속을 가로지르는 혈관처럼 느껴졌다.

 

다음은 []의 작품들이다구본창이 자신의 작품 세계에서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고 한 이 프로젝트는 안으로 침잠하던 사진가의 자의식을 바깥으로 끌어내  작업이기도 하다그는 낡은 벽의 그을린 자국과 채집 봉투 안 나비의 자취를 생의 마지막을 예감하게 하는 육친의 숨결에 겹쳐 놓았다이를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가르는 시간을 읽어내려는 듯 말이다이 사진들 또한 직접 보지 못했다면 프레임에서 흘러나오는 죽음의 아우라를 제대로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숨 01, 1995. Archival pigment print. Courtesy of the artist.>

 




하나 더 말하고 싶은 작품은 [Stories in Ashes]사진을 토치로 그을려 남은 자국과 불꽃에 흩날린 잿가루까지 고스란히 유리 프레임에 박제시 이 프로젝트는 제문을 태우며 축원을 올리던 어린 시절 기억에서 떠올렸다고 한다작품을 보고 있으면 과연 사진이라고 불러야 할지 아니면 행위 예술의 결과물쯤으로 봐야 할지 애매하기도 하다한데 이 시리즈는 독특한 제작 과정 덕분에 한 점 한 점이 복제 불가능한 이미지가 되었다. 사진인 듯한아닌 듯한 작품이 매체의 본질을 뛰어넘는 유일성을 지니게 된 것이다

 




<Stories in Ashes 071995. Burned Gelatin silver print on RicepaperCourtesy of the artist.>

 




물론 위에서 언급하지 않은 시리즈들도 모두 인상적이었다칼을 쥔 채 쏘아보는 탈의 시선과 은은한 빛으로 덮인 백자의 초상황금빛 유물의 정물과 텅 빈 채 닫혀 있는 공간이 오히려 열린 세상으로 이어지는 듯한 사진도 좋았다특히 낡은 벽에 덮인 먼지의 더께를 통해 바라본 세월의 초[시간의 그]이 와 닿았다오래되어 옅어진 흔적에 담긴 시간을 읽어 내는 작가의 시선이 무척 아름답게 다가왔다.

 

구본창은 자신의 사진 작업을 작고 조용한 존재들에 말을 걸고 귀를 기울이는 행위4)라고 했다사진은 카메라를 통해 바라본 무언가를 재현하는 매체인데 구본창이라는 사진가는 이 아니라 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세월이 흐르면서 사진가의 내면을 헤매던 시선이 바깥세상으로 나왔지만그 시선의 중심은 여전히 안쪽을 향하고 있다그래서 구본창의 사진은 자신을 바라보든바깥의 존재를 응시하든 간에 똑같은 방식으로 보여준다어찌 보면 숨 쉬듯이 평범한 순간들 속에서 사진가의 내면과 공명하는 한 지점을 발견하고 포획하는 것이다

 





<시간의 그림 121998. Archival pigment printCourtesy of the artist.>

 




마지막으로 구본창을 이야기한 몇몇 글을 읽어 보자평론가 이영준은[백자] 작업을 두고 백자를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백자 감추기라고 했다그것이 사진가가 대상에게 말을 거는 방식5)이라는 것이다평론가 김승곤은 구본창에게 사진이란 현실을 들여다보거나 인식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고 말했다그에게 사진은 자신의 가장 깊은 부분에 도달하기 위해서6) 선택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의 기획자 구젱이 전시 서문에서 이야기한 작가와의 일화가 있다그는 우리 모두 조용한 것을 좋아하지 않느냐라는 작가의 말을 전하며 이러한 성격이 구본창의 사진에 담긴 고요한7) 아름다움작가가 세상을 대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겠냐고 말

 


조금씩 다른 위의 이야기들을 관통하는 한 가지가 있다면 그건 구본창이라는 사진가의 시선이 아닐까 한다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가 무엇을어떻게 바라보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테다이번 싼잉탕 전시는 작가가 오랜 세월 동안 사진과 함께 배회하며 포착한 순간들의 기록이다이 기록을 통해 우리도 조금이나마 그가 바라보았던 세상을 만날 수 있길 바란다.


 


< 전경. Courtesy of the Three Shadows Photography Art Centre.>



< 전경. Courtesy of the Three Shadows Photography Art Centre.>





이번 싼잉탕 사진예술센터의 구본창 초대전은 작가, 갤러리와 함께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와 재단법인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해외 기획 전시 지원(Fund for Korean Art Abroad: FKAA) 프로그램 덕분에 이루어질 수 있었다. 오프닝 행사는 백여 명이 넘는 인원으로 성황을 이루었는데, 주중 한국 문화원의 김진곤 원장님께서 참석하여 축사를 해 주셨고, 주중 한국 대사관의 유창호 총영사님께서도 함께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 주셨다. 작가분께서는 아쉽게도 현장에서 함께 하실 수는 없었지만 실시간 영상을 통해 감사 인사를 전해 주셨다. 정식 오프닝 행사 전에는 VR로 촬영한 작업실을 작가가 직접 설명하는 시간도 가졌는데, 최신 기술을 활용해 마치 직접 스튜디오에 방문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해외 기획 전시 지원(FKAA) 사업은 올해 남은 기간 동안 김신욱 작가의 <네시를 찾아서> 등 여러 예술가의 전시를 지원할 계획에 있으며, 앞으로도 국내 작가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소중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기를 희망한다. 


각주 :

(1) [일 분간의 독백]과 [긴 오후의 미행] 시리즈

(2) [태초에] 시리즈

(3) [생각의 바다] 시리즈

(4) 구본창, <공명의 시간을 담다>, 컬처그라퍼, 2014, p.11

(5) 이영준, “구본창의 백자와 탈 연작 - 감추면서 동시에 보여주는 퍼포머티비티"

(6) 구본창, <열화당 사진문고: 구본창>, 열화당, 2004, p.15

(7) 전시 서문, Gu Zheng, “Capturing the Invisible is Why I Love Taking Photographs : Koo Bohnchang’s Photography”, 2021


기타 참고 자료 :

전시 카탈로그, 싼잉탕 사진예술센터, 2021

구본창, <디엠지 (DMZ)>, 눈빛, 2014

구본창, <탈>, 한미문화예술재단, 2004

매체 인터뷰 및 영상 자료


전시 일정 :

2021. 09. 04 ~ 11. 14 / 화 ~ 일 10:00 ~ 17:00

싼잉탕 사진예술 센터 (三影堂摄影艺术中心 : Three Shadows Photography Art Centre), 155A 차오창띠, 조양구, 베이징

https://www.threeshadows.cn/exhibitions/159-lingering-in-time-koo-bohnchangs-photography-1990-2021/ov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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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다운_아마추어 사진 애호가로 뉴욕의 사진 전문 갤러리에 대한 <뉴욕, 사진, 갤러리>를 출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