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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에밍 (胡介鸣 : Hu Jieming) _ The Things 2020 | ARTLECTURE

후지에밍 (胡介鸣 : Hu Jieming) _ The Things 2020

-일상에서 찾아낸 아름다움 @ 모진스콩지엔 (魔金石空间)-

/World Focus/
by 최다운
후지에밍 (胡介鸣 : Hu Jieming) _ The Things 2020
-일상에서 찾아낸 아름다움 @ 모진스콩지엔 (魔金石空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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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아마 심플함의 미학으로 이해하면 좋을 듯한 그의 표현(low-tech aesthetic)처럼 새 시리즈 또한 비교적 스트레이트 한 사진 작업이다. 아마 50mm 표준 렌즈만을 사용한 것도 이러한 의식의 영향이지 않을까? 주로 거대한 크기의 미디어 설치 작품을 통해 사회와 역사, 문화가 간직한 의미를 좇던 후지에밍이 이번엔 시선을 조금 좁힌 듯 보였다. 그리고 그 새로운 시선 안에서, 한 뼘 더 예민한 예술가의 감각으로 아름다움을 포착했다. …… 그래서인지 그의 장면 하나하나가 보는 이의 마음과 공명하며 울리는 듯했다. 어쩌면 우리에게 예술이 필요한 이유가 이런 것은 아닐까? 때로는 아주 작은 위안이 힘든 시기를 견뎌낼 수 있는 큰 울림이 되어 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The Things 2020> 전시 포스터



2021년의 우리는 수많은 비일상이 일상이 되어 버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마스크, 거리 두기, 자가 격리. 모두 미증유의 바이러스가 바꿔 놓은 세상의 풍경이다. 일상에 갇혀 버린 시간이 끊임 없이 이어지고 있다. 변해 버린 세상에서 예술가들의 삶 또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작년에 예정되었던 많은 전시가 취소되었고 작업을 위해 새로운 곳을 찾아가거나 하는 일도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예술가란 누구인가. 그들은 언제나 우리보다 한 뼘쯤 예민한 존재이지 않던가. 예술가들은 자신을 가둔 환경에 정주하지 않고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순간으로 시선을 돌렸다. 




<전시 전경, Courtesy the artist and Magician Space>




베이징 798 예술촌의 모진스콩지엔(Magician Space)에서 열리고 있는 후지에밍(Hu Jieming)의 전시 <The Things 2020>도 그러한 사유의 결과물이다. 1957년 상하이에서 태어난 후지에밍은 중국 현대 미술계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잘 알려진 그의 작품 중 하나는 2000년에 만든 사진 콜라주 <메두사의 뗏목  (The Raft of the Medusa)>이다. 풍랑이 치는 바다에 위태롭게 떠 있는 뗏목을 코카콜라 캔이 떠받치고 있고 흑백의 인민들과 마오쩌둥 사진, 컬러풀한 선동자의 이미지가 어지럽게 얽혀 있다. 중국 문화혁명기의 갈등과 혼란을 19세기 프랑스 낭만주의 화가 테오도르 제리코의 작품에 빗대어 만든 이 작품은 후지에밍을 모르더라도 한 번쯤 본 기억이 날지 모른다. 그는 한국에서는 2016년 부산 비엔날레의 참여 작가로 <Synchrony>를 선보이기도 했었다. 



<전시 전경, Courtesy the artist and Magician Space>



2020년, 자가 격리와 거리 두기 등으로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 후지에밍은 그동안 간과했던 주변의 풍경을 천천히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랬더니 이전까지는 스쳐 지나갔던 사물 하나하나가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고 했다. 그저 평범하기만 했던 일상의 장면이 품고 있는 형상과 색이 마음에 와닿았다. 그는 사람의 눈과 가장 비슷하다는 50mm 표준 렌즈만을 써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사진을 찍었다. 시간을 들여 그들을 응시하다가 자신의 마음을 찌르는 어느 한순간 셔터를 눌렀다. 그다음엔, 작가의 표현을 따르자면, 두 번째로 바라보는(second gaze) 시간을 가졌다. 디지털 후보정을 통해 매 장면의 주제가 되는 특정한 색을 뽑아내어 극대화했다. 이 과정에서 작가가 느낀 인상의 형과 색이 강조되고 다른 것들은 희미해졌다. 이렇게 한번은 렌즈를 통해, 또 한번은 화면을 통해 대상을 바라보는 시간을 거치면서 초록, 빨강, 노랑, 혹은 사이언과 같은 색상에 번호를 붙인 이미지가 탄생했다. 모두 시간을 두고 마음을 주어 응시했기에 포착할 수 있던 순간이었다.



<Hu Jieming, The Things Series - Red No.19, 2020, pigment inkjet print, 110.8 x 150cm, courtesy the artist and Magician Space>



모진스콩지엔의 전시에는 총 서른 점의 이미지가 걸렸다. 갤러리 이그제큐티브 디렉터인 무진펭(Mu Jinfeng)은 후지에밍이 직접 공간 구성을 스케치하여 사진을 걸 자리를 정했고, 또 어떤 이미지를 프레임에 넣고 어떤 이미지는 프레임 없이 전시할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해 주었다. 작가의 의도를 충실히 반영한 전시는 주황/노랑의 톤에서 시작하여 파랑/초록으로 이어졌고 다시 빨강의 공간으로 연결되었다. 간유리 사이로 비치는 노란 부엌의 시간과 붉은 창문을 가로지르는 기둥의 그림자가 선명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마지막에 다채로운 멀티-컬러가 펼쳐졌다. 이미지가 품은 아름다움의 절반이 색을 통해 드러났다면 나머지 절반은 질감을 더하고 빼며 만든 형상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시든 관목의 가지에서 떨어진 초록 잎사귀와 비스듬히 걸린 수건을 지탱하는 금속 막대기, 프레임 중앙을 관통하는 얇은 유리관과 같은 사물의 표면이 시선을 끌어당겼다.



<Hu Jieming, The Things Series - Blue No.21, 2020, pigment inkjet print, 84.3 x 150cm, courtesy the artist and Magician Space>



후지에밍은 원래 유화를 그리다가 90년대 초 미디어 아트 작업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이후 이십여 년 동안 그의 작품은 다양한 영상과 최신 기술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그리고 다시 지난 몇 년간은 작가의 말처럼 기본으로 돌아갔다 (back to basic). 아마 심플함의 미학으로 이해하면 좋을 듯한 그의 표현(low-tech aesthetic)처럼 새 시리즈 <The Things 2020> 또한 비교적 스트레이트 한 사진 작업이다. 아마 50mm 표준 렌즈만을 사용한 것도 이러한 의식의 영향이지 않을까? 주로 거대한 크기의 미디어 설치 작품을 통해 사회와 역사, 문화가 간직한 의미를 좇던 후지에밍이 이번엔 시선을 조금 좁힌 듯 보였다. 그리고 그 새로운 시선 안에서, 한 뼘 더 예민한 예술가의 감각으로 아름다움을 포착했다.  


어찌 보면 우리의 2020년은 후지에밍의 2020년과 그리 다를 바 없었다. 똑같은 일상에 갇힌 시간이 반복되었고 밖으로 나가 작은 숨 한 번 고르기조차 쉽지 않았다. 솔직히 모두가, 물론 나도, 이제는 지쳐 버렸다. 한데 후지에밍이 말해 주었다. 자신이 발견한 일상의 순간을 통해 보여 주었다. 우리를 가두고 있는 일상을 아주 조금만 돌아보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즐거움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그래서인지 그의 장면 하나하나가 보는 이의 마음과 공명하며 울리는 듯했다. 어쩌면 우리에게 예술이 필요한 이유가 이런 것은 아닐까? 때로는 아주 작은 위안이 힘든 시기를 견뎌낼 수 있는 큰 울림이 되어 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Hu Jieming, The Things Series - Orange No.4, 2020,  pigment inkjet print, 80 x 53.4cm,  courtesy the artist and Magician Space>



참고 자료 :

전시 보도 자료, <The Things 2020>, Magician Space, 2021

<Introduction of Hu Jieming>, ShanghART Gallery, 2007

<Hu Jieming Works 1994 - 2014>, ShanghART Gallery, 2014

“Dialogue with Hu Jieming”, Zhang Qing, ShagnghART Gallery, 2010-01-15

“Imagination is Reality”, Brittney, Art Radar Journal, 2018-05-19

“Hu Jieming’s Different Realities”, LuxArtAsia, 2018


전시 일정 :

2021. 03. 02 ~ 04. 17 / 화 ~ 토 10:30 ~ 18:30

모진스콩지엔(魔金石空间 : Magician Space), 798예술구, 베이징

http://magician.space/exhibition/hu-jieming-the-things-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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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다운.아마추어 사진 애호가로 현재 뉴욕의 사진 전문 갤러리에 대한 기행기 출간을 준비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