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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포획하는 단두대 | ARTLECTURE

순간을 포획하는 단두대


/Insight/
by 안초이
Tag : #청춘, #사랑, #역사, #사진, #포착, #순간
순간을 포획하는 단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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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예술가는 어디를 가도 예술가이듯, 예술가 손이 닿는 곳은 예술가의 공간이 됩니다. 그 공간이 일상의 배경일 때 예술은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 살 닿는 곳에서 부여받는 예술적 의미를 예술로써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예술의 힘으로 사진 속 무용수처럼 춤추듯이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중략)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말합니다. “난 평생 결정적 순간을 카메라로 포착하길 바랐다. 그러나 인생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다.”...

11초를 비교하고 경쟁하고 심지어 매일 다툼이 끊이지 않는 이 척박한 사회에서 우리는 죽을 때까지 편히 쉴 수많은 없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은 매 순간 질투하고 시기하고 불편해합니다. 한순간 그 찰나가 빛날 청춘에서도 말입니다. 시간이 1초일지라도 되돌아갈 수도, 나아갈 수도, 멈출 수도 없습니다. 시간은 모두를 편애하지 않고 차등하지 않고 똑같은 시간을 나누어 줍니다. 우리는 그 시간을 느끼며 살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이토록 치열한 사회에서 순간마다 느낄 순 없겠지요. 그 순간을 느끼고 꺼내보고 싶을 때에서야 비로소 '사진'을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사진에 '결정적 순간'을 담아낼 수 있습니다. 가지고만 있다면 영원히 잊어버릴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을 말입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묘비에는 그의 말이 새겨져 있죠.

 

사진은 영원을 밝혀준 바로 그 순간을 영원히 포획하는 단두대(1)라고요.

 

'결정적 순간'은 영원히 포획할 수 있지만, 영원히 오지는 않습니다. 순간의 찰나이기도 하며 잠시 머무르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인생에서 머무를 수 있는 공간, 삶에서 찰나로 지나가는 시간이 바로 '청춘'인 것입니다.

청춘. 누군가는 겪어갈 테고 누군가는 겪어왔고 겪고 있을 찰나의 순간. 사진으로 지나가는 그 시간과 그 순간들을 나 또한 매일매일 잡길 바랍니다.

사진 한 장이 전달하는 이야기는 백 마디의 말보다 강력합니다. 이렇게 강력한 사진들은 시간의 순간을 포획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진은 선전도구로 전락하기도, 나누어 주는 자의 목적과 의도에 맞게 조작되어버리기도 합니다.

 


<시청 앞에서의 키스>, 1950 / 로베르 두아노

 


프랑스 사진가 로베르 두아노의 <시청 앞에서의 키스> 사진은 세기의 키스라고도 불리는 작품입니다.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아서인지 품고 있는 이야깃거리도 많습니다. 누군가는 파리 거리를 걷던 연인이 기쁨의 키스를 나누는 순간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연인이 헤어지기 직전의 작별 키스를 나누는 순간이라고 말합니다. 사진가는 말이 없었지만, 낭만적인 사진은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습니다. 1950년대에 찍은 사진이지만 1986년에 포스터로 만들어 지면서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1986년에 만들어진 포스터 <시청 앞에서의 키스>는 마치 파리는 로맨스를 상징하는 것처럼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포스터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게 되자 사진 속 여자 주인공 프랑수아즈 보르네가 이 사진은 연출된 것이라며 판매 수입의 일부를 요구하는 소송을 90년대에 제기했습니다.

로베르 두아노 작가는 "그들의 꿈을 산산조각내고 싶지 않다."라고 함구했지만, 결국 법정공방까지 가게 되자 연출된 사진이라고 인정했습니다(2). <파리 시청 앞에서의 키스>는 연출 여부를 떠나 좋은 작품이라고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연출 사진이라고 인식하는 순간 다가오는 감동의 깊이는 현저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작품이 순간을 포획했다고 믿어왔습니다. 흔들리며 스쳐 간 사람들의 모습에 조화와 찰나를 느낍니다. 그런데 사실을 알고 보면 이제껏 느꼈던 감정에 진실은 무엇이었는지 혼란스러워집니다. 사진 속 여자 주인공 프랑수아즈 보르네와 남자 주인공 자크 카르토는 연극학교 학생이었습니다. 로베르 두아노가 모델 제의를 했고 둘은 파리 곳곳에서 더 나은 사진을 만들어내기 위해 자세를 취했습니다. 마들렌 사원, 콩코르드 광장, 그리고 시청 바로 옆 백화점에서 말입니다. 그러다 우연히 우리가 사랑하게 될 작품이 찍힌 것입니다. 우리는 극적인 감흥을 느꼈기에 작품에 감동한 것인데 모델과 사진가가 시간을 할애해 수차례 찍은 사진 중 하나가 나온 것이라고 인지하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사진은 연출을 판단하기 어렵고 정의 내릴 수 있는 기준이 없지만, 오해를 만들지 않도록 감상자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인민 전선파 병사의 죽음>, 1936 / 로버트 카파



반대로 헝가리 사진가 로버트 카파의 <어느 인민 전선파 병사의 죽음> 사진은 사후에도 조작이 아니냐는 논란에 시달리게 됩니다. 주인공은 스페인 내전 중 돌격하기 위해 참호 속에서 뛰어나온 순간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지기 직전 포착된 병사의 모습입니다. 실제 인물이 죽어가는 순간을 바로 옆에서 담아냈다는 사실 자체가 커다란 충격입니다. 이 사진이 진위 논란에 휩싸인 것은 유혈의 흔적도 보이지 않고 총에 맞은 흔적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로베르 두아노처럼 로버트 카파 역시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았기에 의혹이 커졌습니다. 정확한 진실은 알 수 없겠지만 사진 속 주인공의 신원이 확인되었고 주인공은 193695일 세로무리아노에서 전사한 사실이 입증되면서 논란이 수그러들었습니다. 이 작품은 오랜 시간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세상을 바꿀 힘, ‘결정적인 순간이었습니다. 로버트 카파는 진실이야말로 최선의 사진이며 최대의 프로파간다이다.”라고 말합니다. 어떤 매체보다 영원을 포착하는 그것이야말로 좋은 사진이 될 수 있습니다.

 

결정적 순간이라는 사진집으로 자신의 신념과 철학을 여실히 담아낸 사진가 또한 있습니다. 하나의 연출도 거부한, 말 그대로 순수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는 포토저널리즘의 선구자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입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오롯이 자신의 눈과 마음에 의지한 채 빠른 손가락 놀림만으로 흑백 사진을 찍었습니다.

 


<프랑스 파리, -라자르 역 후문>, 1932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프랑스 파리, -라자르 역 후문> 사진은 비가 내린 후 물이 고인 웅덩이를 막 뛰어 건너가는 한 남자의 모습을 포착했습니다. 이 사진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이라는 미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널빤지 울타리의 갈라진 틈 사이를 우연히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한 남자가 그의 그림자와 함께 물에 빠지기 바로 직전의 모습을 포착했습니다. 더 결정적으로 만든 것은 남자의 모습과 뒷배경 생-라자르 역 담벼락에 붙은 서커스단 포스터 댄서들의 자세가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결정적인 순간은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놓치기 쉽습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주변의 찰나를 자연적으로 찍었습니다.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발견한 순간들을 포착하는 것. 순간의 포착이 프레임 속 풍경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예술 그 자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빗속의 댄서> 모델 안마리아 마치니 /조던 매터

 


결정적 순간을 담아내는 사진가가 있지만, 낭만의 찰나를 담아내는 사진가도 있습니다.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이라는 제목의 사진집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은 조던 매턴입니다. 그는 사진 속에서 춤을 추는 무용수가 일상적인 공간에서 일상을 깨우는 순간을 기록했습니다. 지하철, 도서관, 공원, 길 위마저도. 예술가는 어디를 가도 예술가이듯, 예술가 손이 닿는 곳은 예술가의 공간이 됩니다. 그 공간이 일상의 배경일 때 예술은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 살 닿는 곳에서 부여받는 예술적 의미를 예술로써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예술의 힘으로 사진 속 무용수처럼 춤추듯이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Somewhere Place>, 2011 / 라이언 맥긴리


 

마지막으로 미국 풍경 속 '청춘'을 담기 위해 자동차 여행을 시작하며 사진을 찍은 작가도 있습니다. 라이언 맥긴리는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향하며 청춘을 담아냈습니다. 라이언 맥긴리가 담은 청춘은 그야말로 순수했고 자유로웠습니다. 시각화된 젊음은 극적인 아름다움을 담아내기까지 했습니다. 라이언 맥긴리의 작품 속에는 전라의 인물이 대부분입니다. 이에 대해 작가는 "사람의 몸은 흥미를 자극하는 소재"라고 말합니다. 살결의 느낌과 빛이 몸 위에서 부서져 내리는 방식을 사랑하는 이 작가의 사진은 외설적이라기보다 하나의 피사체에 불과해 보입니다. 전라의 사람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와 감정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자유로움을 주는 것은 아닐지 생각합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말합니다. 난 평생 결정적 순간을 카메라로 포착하길 바랐다. 그러나 인생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다.”


(1) 참고 : https://www.hankyung.com/life/article/2016081835161

(2) 참고 : https://www.ytn.co.kr/_sn/1406_201710151103021383_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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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안초이_철학, 예술, 문화에 관심이 있습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나는 내가 사라지기 전에 사고(思考)를 행위(行爲)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