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lecture Facebook

Artlecture Facebook

Artlecture Twitter

Artlecture Blog

Artlecture Post

Artlecture Band

Artlecture Main

리처드 롱 – 걷기 | ARTLECTURE

리처드 롱 – 걷기


/People & Artist/
by 정유진
리처드 롱 – 걷기
VIEW 10467

HIGHLIGHT


롱의 작품은 보관하기 어렵다. 날씨에 따라 다른 모양으로 변할 수 있다. 이런 특징들은 대지미술이 가진 기본적인 요소다. 롱의 예술은 기본적으로 행위에 기반한다. 대지 위에서 행위하고 그 결과를 사진으로 남긴다. 그의 사진들은 관념적 사진에 가깝다. 각각의 이미지들은 자연 속 시간의 기록, 행위의 기록이다. 수없이 오고 가기를 반복했던 걷기의 기록. 예술적, 미학적이라기보다 다큐멘터리와 같은 형식을 담는다.

사십 년째 걷는 것으로 예술하는 작가가 있다. 작가의 이름조차 몰랐던 2009년 여름 그의 사진들을 처음 봤다그리고 기억에 아주 오래 남았다.

 

1964년생. 18세 리처드 롱은 영국 브리스톨 근처 웨스트 잉글랜드 미술대학 West of England College of Art 학생이었다눈 내리던 겨울날 눈밭 위를 혼자 걸었다작은 눈덩이를 만들어 굴리기 시작했다눈사람을 만들 만큼 커진 후뒤돌아보았을 때 눈덩이가 지나간 위로 길이 나 있었다롱은 사진을 찍었다언젠가는 사라질 눈길을 기록하고 자신이 눈덩이 만드는 행위에 <Snowball Track>이라 이름 붙였다.


 

리처드 롱 <Line made by walking, England> 1967년 © Richard Long


 

3년 후 런던 새인트 마틴 대학 Saint Martin's School of Art에서 공부하던 1967년 어느 날 워털루 역에서 기차를 잡아탔다한참을 달려 외곽으로 나오자 벌판이 보였다롱은 기차역에 내렸다그리고 벌판으로 들어갔다. 왔다 갔다 같은 구간을 반복해서 걸었다반복되는 걷기몇 시간이 지나자 아무것도 없던 땅 위에 눈에 보이는 길 한 줄 만들어졌다사진기를 들어 찍었다그의 첫 작품인 <Line made by walking>이다.


그렇게 그의 걷기는 시작되었다영국을 떠나 아일랜드스위스캐나다오스트리아인도네팔중국히말라야까지 갔다걸어서 길을 만드는 작업에 지질학적사회적형이상학적어떠한 개인적 의미도 담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걷기는 섬세한 작업 같아 보인다.



 리처드 롱 <A Line in the Himalaya> 1974년 © Richard Long

 

 

예술 작품이 돈을 주고 사는 것이며 보안이 잘 되는 장소에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요즘은 완성되었다가 사라지는 일회성 작품들이 낯설지 않다일회성일시성 성격을 가진 미술 작품 역사는 짧다.

 

롱은 대지 미술가 Land Art 또는 시스템 아트 Systems art라 불린다대지 미술은 1960, 70년대 개념미술에서 확장되어 나왔다이 시기 부유한 기득권들이 예술을 후원하고 운영하는 상업주의를 거부하는 작가들이 나타났다이들은 오랫동안 내려온 전통적인 방식으로 오브제를 만들고 그것에만 초점이 가있는 미술계에 반기를 들었다대지 미술은 우리 주위 세계를 확장된 개념 미술로 생각하는 첫 번째 운동의 일부분이었다시스템 아트 또한 이러한 일환으로 나타난 운동이다.

 

롱의 대지 미술은 60, 70년대 나타난 미국식 대지미술과 좀 다르다롱은 돈으로 부동산을 매매한 대지 위 흙을 불도저로 파내는 등의 인위적인 대지 미술을 좋지 않게 바라봤다미국 인디언 정신을 더 선호했다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보존하면서 예술하길 원했다.



리처드 롱 <A Line in Bolivia> 1981© Richard Long

 

 

이 작품 <볼리비아에 선>은 작은 돌들을 발로 차며 걸어서 직선 길을 만들었다길이 아주 매끄럽지 않지만 자연스러워 보이는 이 길에 대해 작가는 평평한 암석 지대인 데다가 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손으로 하는 것보다 효과적인 작업형태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땅에 널려있는 재료들을 자연과 최대한 조화롭게 선택하고 사용한다.

 

롱은 1989년 영국 터너상(Turner Prize)을 수상했다세계적인 상을 수상한 이후에도 그는 항상 자연 어딘가로 들어간다그에게 자연은 잠시 휴식하러 떠나는 곳이 아닌 경험하며 발로 느끼는 공간이다한참을 걷다가 문득 이 곳이다 싶은 장소가 나타나면 작업을 시작한다.



리처드 롱 <PADDY-FIELD CHAFF CIRCLE> 마하라슈트라 인도 2003 ⓒ Richard Long

 

 

롱의 작품은 보관하기 어렵다날씨에 따라 다른 모양으로 변할 수 있다이런 특징들은 대지미술이 가진 기본적인 요소다롱의 예술은 기본적으로 행위에 기반으로 한다대지 위에서 행위하고 그 결과를 사진으로 남긴다그의 사진들은 관념적 사진에 가깝다각각의 이미지들은 자연 속 시간의 기록행위의 기록이다수없이 오고 가기를 반복했던 걷기의 기록예술적미학적이라기보다 다큐멘터리와 같은 형식을 담는다.

 

롱의 작품은 또한 흔적이다발자국 흔적을 반복해 가면서 길을 만들어발자국이 없는 길을 완성한다롱은 이렇게 말한다. “도로란 대지 표면의 인간 역사와 지리적 역사의 수많은 쌓임 위에 놓인 또 하나의 층의 표시이다.”

 


리처드 롱 <A WALKING AND RUNNING CIRCLE> 마하라슈트라 인도 2003 ⓒ Richard Long


 

롱의 대지에서 걷기는 미술관미술가작품이라는 형식과 물질 고리에 메인 현실을 벗어나려는 시도였다물질성과 영속성이라는 모더니즘 미술 형식을 벗어나는 도전이었다.

 

추상화가 파울 클레는 추상화는 세상의 실제 공간 위에 놓인 것이 추상화라고 했다롱의 작품은 파울 클레나 몬드리안의 추상화가 대지 위에 펼쳐진 듯하다동그라미가 미술관 밖 대지위로 펼쳐졌다.




리처드 롱 <ROAD STONE LINE> 중국 2010 ⓒ Richard Long


 

이 작품은 돌들을 하나씩 가져와 길 끝과 평행선에 맞춰 또 하나의 길을 만들었다롱은 자연 속 흙과 물질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사용한다자연을 존중하는 것. 그것이 그의 예술 출발이다인간과 자연이 함께 사는 세상걷기를 통해 자연 속 미술관을 찾아내 우리에게 보여준다.


 

<White Light Walk>


Red Leaves of A Japanese Maple

Organge Sun AT 4 Miles

Yellow Parships AT 23 Miles

Green River Slime At 45 Miles

Blue Eyes of a child At 56 Miles

Indigo Juice of A Blackberry At 69 Miles

Violet Wild Cyclamen At 72 Miles

-리처드 롱 Avon England 1987 -

  

참고문헌

Anne Symour and Hamish Fulton, Richard Long: Walking in Circles, New York: George Braziller, 1991, p.51

John Beardsly, Earthworks and Beyond, New York: Abbeville Press, 1989, p.42


all images/words ⓒ the artist(s) and organization(s)

☆Donation: https://www.paypal.com/paypalme/artlecture

글.정유진  Gravity Effect 2020 4회 미술비평공모 수상

https://brunch.co.kr/@arts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