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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비디오 아티스트_에이샤 리사 아틸라 | ARTLECTURE

핀란드 비디오 아티스트_에이샤 리사 아틸라

-에이샤 리사 아틸라 Eija Liisa Ahtila-

/People & Artist/
by 정유진
핀란드 비디오 아티스트_에이샤 리사 아틸라
-에이샤 리사 아틸라 Eija Liisa Ahti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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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아틸라의 비디오 작품은 과거와 현재 시간이 함께 공존한다. 역사, 과거 이미지들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든다. 한 가지 고정된 프레임으로 세상을 담는 캔버스에서 벗어나 일상적 행위 시도로 다른 시각을 필름에 담아내고 있다.

1950년생 에이샤 리사 아틸라(Eija Liisa Ahtila)는 핀란드 출신의 비디오 작가이다. 그녀는 스토리텔링이 있는 필름, 영화 스크린 등 설치 미술을 하고 있다.

아틸라는 핀란드 국민 작곡가 시벨리우스의 고향으로 유명한 헤멘린나에서 태어났다. 헬싱키 대학, 런던 프린팅 대학, 미국 영화 연구소,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공부했다.


에이샤 리사 아틸라 ⓒ modernamuseet.se/stockholm

 

아틸라는 전 세계 미술관에서 개인 전시, 국제적인 그룹 전시를 했다. 1999년,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작품을 출품했고, 2018년에는 시드니 비엔날레에 참가했다. 장르를 넘어서, 아틸라의 작품은 베를린 선댄스 필름 페스티벌, 베네치아 필름 페스티벌, 오버하우젠 필름 페스티벌 등에도 참가했다. 2011년에는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었다.

 
아틸라 작품은 필름, 연극, 예술사, 시, 철학, 생물학, 일상생활, 그 경계를  넘나들며 서로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


아틸라는 미대를 졸업했지만, 회화보다 움직이는 이미지에 관심이 많았다. 아틸라의 비디오 작품 속 모든 이미지는 우리를 둘러싼 주변을 말한다. 아틸라가 오랫동안 관심 있었던 것은 우리가 현재 가진 어떤 이미지에 관한 것이다. 그 이미지는 어떤 이야기의 부수적인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Where is where?

six-screen installation with eight channel sound -53분 43초(2007년)

 
<Where is where?>은 스크린 여섯 개를 설치한 프로젝트 작품이다. 한 전시실 안에 스크린 네 개가 있다. 방 전체를 둘러싸 하나의 전시 공간을 만든다. 스크린 속 이야기는 계속 진행되는 영화처럼 상영된다.

알제리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각기 다른 시선으로 찍어 보여준다. 관객들은 네 개 스크린 가운데 서 있게 된다. 한 화면에 배우가 다른 화면에 배우에게 말을 건다. 관객의 공간은 스크린을 넘나드는 새로운 공간이 된다.

 

<Where is where?>는 1950년대 후반 알제리에서 일어난 소년들의 실제 사건으로 시작한다.

 
이 시기 알제리는 프랑스 통치하에서 오랜 독립 투쟁을 하고 있었다. 암살 시도가 반복되고 저항 운동에 폭탄 공격이 있었다. 프랑스 정부의 가혹한 압박으로 상황은 매우 폭력적이었다. 알제리 소년 두 명이 친구였던 동갑내기 프랑스 소년을 살해한다. 프랑스가 알제리인들에게 행한 난무했던 폭력, 그 시대 알제리 상황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에이샤 리사 아틸라 <Where is where?> 2008, 53분 43초, 6개 스크린 프로젝트, 8개 채널 사운드, 핀란드어와 영어 자막 ©Crystaleye.fi

 

한 소년이 말한다.

"어느 날 우리는 그 아이를 죽이기로 했어요. 왜냐면 유럽 사람들은 모든 아랍인들을 죽이기를 원하니까요. 우리는 어른을 죽일 수 없어요. 하지만 그 아이는 우리와 같은 나이였고, 우리는 그 정도 작은 몸집인 사람은 죽일 수 있으니까요."

소년의 말은 자막으로 다른 스크린들에 동시에 나온다.

 

한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식민주의와 두 개의 다른 문화 존재를 보여준다. 소년들이 저지른 살인 사건은 문화적 갈등을 역사적 시각 안으로 끌어들여 비춰보려는 시도였다. 역사적 사건을 어떻게 그려내는가 하는 방법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에이샤 리사 아틸라 <Where is where?> 2008, 53분 43초, 6개 스크린 프로젝트, 8개 채널 사운드, 핀란드어와 영어 자막 ©Crystaleye.fi

 

 
과거 죽음의 사건을 현재 시점으로 본다.

 
에이샤 리사 아틸라 <Where is where?> 2008, 53분 43초, 6개 스크린 프로젝트, 8개 채널 사운드, 핀란드어와 영어 자막 ©Crystaleye.fi

 

1830년 프랑스는 알제리를 침공해 식민 지배를 시작했다. 100여 년 세월 동안 알제리 북부에서 서북 아프리카로 세력을 확장하며 알제리 전역을 식민지화했다. 1945년 이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알제리에서 독립운동이 일어났다.

프랑스군은 독립운동 하는 알제리인들 오천여 명을 향해 발포했다. 이때 '알제리 학살 사건'이라고 불리는 12세 소년 사망 사건이 일어났다. 소년의 죽음으로 인해, 알제리 독립운동은 더 거세게 일어났다. 인구 천만 명 정도였던 알제리 인구는 1954년부터 독립운동 이후 150만 명이 사망했다. 프랑스군은 잔혹한 무기로 알제리인들을 학살했다.


에이샤 리사 아틸라 <Where is where?> 2008, 53분 43초, 6개 스크린 프로젝트, 8개 채널 사운드, 핀란드어와 영어 자막 ©Crystaleye.fi

 

<Where is where?>에 등장인물은 아델, 이스마엘, 살인을 저지른 소년, 40대 유럽 여성 시인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검은 망토를 뒤집어쓴 죽음의 사자가 여성 시인의 집에 들어가는 장면이다. 시인은 죽음의 사자와 대화하기 위해, 단어의 도움을 받는다. 무슨 일이 일어났고, 무엇이 폭력적 행위를 초래했는지 명확하게 이해하려고 한다. 살인 사건은 현재 시간 속으로 들어온다. 시인의 집 뒷마당에 안개가 걷히고, 작은 수영장에 아델과 이스마엘이 앉아 있는 보트가 보인다. 카메라 초점은 시인에게서 소년들로 이동한다. 소년들이 말하는 인과관계와 그들이 저지른 살인사건 속으로 이야기는 흐른다.

죽음은 공간에 존재하고, 공간은 항상 시간 안에 존재한다. <Where is where?>에서 죽음, 공간, 시간 사이 연결은 현재 어느 유럽 도시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보여준다. 한 여성이 이 사건을 본다. 그녀는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 적는다.

아틸라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현재 시각 안에서 한 사건이 어떻게 보이고, 이해될 수 있으며, 누가 이 사건에 대해서 해석할 권리가 있는가? 역사책 읽듯이 스크린을 본다.



수태고지(The Annunciation)


<수태고지> 필름 작품
1개 스크린 필름: 28분 25초 HP/DCP 핀란드어와 영어 자막
3개의 이미지 스크린 필름: 33분 55초 HD/DCP 핀란드어와 영어 자막

 

아틸라는 종교적이며 영적인 순간인 누가복음서에 나오는 <수태고지 The Annunciation> (2010년)을 필름으로 만들었다. 수태고지 이야기를 영상으로 재현했다. 스크린 세 개 프로젝트로 보여준다. 이미지들은 피터 그린너웨이(Peter Greenaway) 회화 작품을 연상케 한다. 가브리엘 천사가 처녀인 마리아에게 나타나 예수를 잉태했으니 구 개월 후 출산할 것이라고 전한다. 예수가 마리아 몸으로 들어오는 '순간'을 '말'로써 알려야 하는 것이다. 신비한 것이기 때문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수태고지> 1472, oil on wood, 90x222cm, 우피치 미술관 소장 ©Crystaleye.fi

 

신이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날 것을 알리는 중요한 순간이다. 수태고지에서 마리아는 교회 안에 있고 천사는 창밖에서 들어온다. 때로는 어디서 들어왔는지 모르게 갑자기 나타난다.

 
에이샤 리사 아틸라 <수태고지> 2010, 28분 25초, 핀란드어와 영어 자막 ©Crystaleye.fi

 


르네상스 시대에 수태고지 회화는 기적의 순간, 신비로운 순간이라는 것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그렸다. 자궁으로 예수의 영이 들어가는 신성한 순간이라는 것이었다. 르네상스 시기 많은 사람은 글을 읽을 줄 몰랐다. 성당 스테인드글라스에 그려진 그림은 종교 교리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그 시대 예술은 종교 지도자가 대중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았었다.


수태고지 안에는 불안 요소가 있다. ‘이 천사는 나에게 나타나 뭘 하려는 것일까?’ 하는 놀람과 불안함이다. ‘나는 남자를 모르는 처녀인데 어떻게 갑자기 나타난 당신은 나에게 임신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인간이 아닌 타자 세계의 존재, 즉 신을 한 몸 안에 담을 수 있을 수 있는가 하는 의심이었다.


에이샤 리사 아틸라 <수태고지> 2010, 28분 25초, 핀란드어와 영어 자막 ©Crystaleye.fi

 
천사는 메시지를 전하고 떠난다. 그리고 마리아는 자궁으로 예수 영혼이 들어오는 순간을 인식한다.

신이 여성 몸 안에 들어왔다는 것은 큰 의미였다. 르네상스 시대 여성은 남성과 같은 지위가 아니었다. 여성보다 남성이 좀 더 이성적이고 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렇기에 신이 여성 몸에 들어왔다는 것은 종교적으로 중요한 의미일 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중요한 능력을 갖춘다는 의미였다.

 
프라 안젤리코 Fra Angelico <수태고지> 1438-1445, 230x321cm, 피렌체의 산 마르코 San Marco 교회 2층 벽화 ©Crystaleye.fi

 

아틸라의 <수태고지>는 현재 시간으로 흘러간다. 2010년 서리가 내린 겨울 남부 핀란드 아울랑코 자연 보호구역에서 촬영했다. 아틸라의 스튜디오와 수태고지의 장면을 묘사한 세트장에서 촬영했다.


에이샤 리사 아틸라 <수태고지> 2010, 28분 25초, 핀란드어와 영어 자막 ©Crystaleye.fi

 

두 명의 비전문 배우를 제외하고, 모두 연기자들로 구성했다. 이들 대부분은 헬싱키(Helsinki Deaconess Institute) 사람들이었다. 그 외에 훈련된 까마귀, 당나귀 두 마리, 새 농장에 비둘기 떼가 출연한다.


에이샤 리사 아틸라 <수태고지> 2010, 28분 25초, 핀란드어와 영어 자막 ©Crystaleye.fi

 

미리 대본을 만들고 촬영을 시작했지만, 촬영하는 동안 배우들 대화와 역할 또는 갑작스러운 행동들은 각각의 상태에 맞게 조정했다. 아틸라 작업은 사람들 몸을 대상화하고, 경험을 영상으로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었다. 캔버스 회화처럼 한 장면만 재현하는 것에서 벗어나 여러 개 스크린을 통해 이미지들을 강조, 변형한다. 관람객의 인식을 확장한다.

 

에이샤 리사 아틸라 <수태고지> 2010, 28분 25초, 핀란드어와 영어 자막 ©Crystaleye.fi

 

수태고지는 서로 근본적으로 다른 두 존재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틸라의 이 관점은 에스토니아 생물학자 야코프 폰 윅스귈(Jacob von Uexhull, 1864-1944)의 다른 세상 속에 모든 살아있는 존재는 동시에 존재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이 작품은 우리의 인식, 지식의 가능성, 기적의 본질에 대한 연구 과정을 보여준다.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은 신과 동물들을 통해서 인간을 재정의하는 과정에 참여한 것이다.
 


에이샤 리사 아틸라 <수태고지> 2010, 28분 25초, 핀란드어와 영어 자막 ©Crystaleye.fi

 

아틸라의 비디오 작품은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함께 공존한다. 역사, 과거 이미지들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이미지들을 만든다. 그녀의 비디오 아트 속 몸은 편집을 통해 내면적 지각을 드러내기도 한다. 몸의 행위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심점에 있다. 또한 스크린 여러 개를 이용해 시각적으로 새롭게 재현된 이미지를 보여준다. 한 가지 고정된 프레임으로 세상을 담는 캔버스에서 벗어나 일상적 행위 시도로 다른 시각을 필름에 담아내고 있다.



참고문헌
- http://crystaleye.fi/eija-liisa_ahtila/installations/fishermen
- frieze.com
- Eija-Liisa Ahtila | Marian Goodman Gallery
- https://www.mariangoodman.com/artists/eija-liisa-ahtila

참고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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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정유진  Gravity Effect 2020 4회 미술비평공모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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