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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체로서의 여성과 섭식장애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접근 | ARTLECTURE

객체로서의 여성과 섭식장애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접근

-Lee Price의 Women and Food Series-

/Artist's Studio/
by 밀라
객체로서의 여성과 섭식장애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접근
-Lee Price의 Women and Food Se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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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미국의 여성 작가인 리 프라이스Lee Price는 20여 년간 음식과 여성을 한 작품 안에 그려오고 있다. 그의 대부분의 작업들은 자화상이며, 그는 부감법(俯瞰法, Bird’s Eye View)을 이용해 개인적인 공간에서 음식들을 늘어놓고 탐닉하는 여성의 모습을 극사실화법으로 묘사해낸다....

최근 한 SNS에서 프로아나에 대한 문제가 불거진 적이 있었다. ‘프로아나, 찬성인 Pro와 거식증의 anorexia의 합성어로, 마른 몸을 찬양하고 거식증(신경성 식욕 부진증, Anorexia Nervosa)에 걸린 상태를 동경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신조어이다. 서양에서는 이들의 존재와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이전부터 있어왔지만, 한국에서 이 심각성을 인지하고 매스컴에서도 다룰 정도로 관심이 집중된 것은 굉장히 최근의 일이다. 이들은 보통 젊은 층의 여성이며, 십대에도 많이 분포해있고 결집력이 강해 급식을 버리는 법, 음식물을 씹고 뱉기, 수월하게 토하는 법 등의 팁을 공유한다. 더구나 하제, 이뇨제의 복용, 기형적으로 마른 신체에 대한 동경과 찬양으로 왜곡된 신체인식을 서로 장려하고 심지어 부추기기도 하는 활동으로 우려를 낳고 있다.


2007년의 연구에 따르면, 9,282명의 영어를 사용하는 미국인 중 0.9%의 여성과 0.3%의 남성은 신경성 식욕 부진증에 걸리며, 1.5%의 여성과 0.5%의 남성은 신경성 과식증(Bulimia Nervosa), 그리고 3.5%의 여성과 2%의 남성이 폭식장애(Binge eating disorder/Compulsive Eating Disorder)에 걸린다. 이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보다 섭식장애에 대한 발병률이 높음을 알 수 있다. 섭식장애의 발병 이유 중 생물학적·유전적 요인을 제외한 나머지 이유가 날씬한 신체상에 대한 사회적 압력, 낮은 자존감과 충동 조절에 대한 실패임을 고려했을 때에, 위 통계결과로 사회적으로 여성에게 요구되는 미의 기준이 남성의 경우보다 엄격하다는 사실을 확인가능하다.

 

미국의 여성 작가인 리 프라이스Lee Price20여 년간 음식과 여성을 한 작품 안에 그려오고 있다. 그의 대부분의 작업들은 자화상이며, 그는 부감법(俯瞰法, Bird’s Eye View)을 이용해 개인적인 공간에서 음식들을 늘어놓고 탐닉하는 여성의 모습을 극사실화법으로 묘사해낸다. 프라이스는 자신의 Women and Food 시리즈가 자신이 오랫동안 앓아왔던 섭식장애와 관련이 있다고 말해왔다. 그는 수십 년간 폭식장애에 시달렸으며, 대학시절부터 당근 더미를 들고 있는 여성, 창가에 바나나와 함께 앉아있는 여성 등 음식과 여성을 함께 그렸다고 한다.


프라이스의 작업은 그가 지속적으로 말해온 것처럼, 자신의 폭식장애와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은“the more personal, the more universal”이라는 구절을 좋아한다고 하며, 자신의 작업이 다른 여성들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준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작업이 동시대 미국 여성들의 문제와 맞닿아있고 이러한 문제를 꺼내는 일은 그들을 이어줄 수 있는 계기임을 피력한다.


프라이스의 Women and Food 시리즈는 그자신이 자화상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작가의 자전적인 일화, 그리고 병증과 연관이 있다. 하지만 이 시리즈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밝은 색감과 아름다운 디저트, 조용하고 개인적인 공간에서 음식을 섭취하는 여성의 모습은 표면적으로 보았을 때에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이기도 한다. 이에 작가의 성장배경, 여성으로 살아왔던 삶, 그리고 그가 오랫동안 앓아왔던 폭식장애에 대해 정신분석학적 방법론으로 접근이 이 시리즈에 대한 이해를 도우리라 생각한다.


 

1. 여성으로서의 삶: 억압된 욕망과 대상화

프라이스는 홀어머니 밑에서 2명의 언니들과 함께 자랐다고 한다. 그의 할아버지 두 분은 모두 프라이스가 태어나기 전에 죽었기에 가족 구성원은 모두 여성이었다. 그가 기억하는 어머니는 풀타임 미술교사로 일하며 육아를 하고, 폭풍우 속에서도 창문을 가는 여성이었다고 한다. 프라이스는 이러한 성장 배경에서 여성이 할 수 없는 일은 없다는 것을 자연스레 익혔고, 이러한 생각이 자신의 작업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여자대학교에 진학한 그는 친구들을 모델로 그리며 작업을 시작했고, 그림을 그리는 당시에는 눈치 채지 못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았을 때 자신의 작품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낸 것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십대 때부터 오랜 폭식장애로 고통받아왔으며, 초등학생 때 반에서 가장 키가 크고 마른 학생이 계속해서 다이어트를 하는 모습을 아직 기억한다고 한다.


여성으로만 구성된 성장배경과 여자대학교로의 진학은 작가 주변의 여성과 여성의 주위를 둘러싼 사회 속 권력 구조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In regard to women/food issues, I think that many women are brought up, both through our immediate families and through society, to nurture others at the expense of our own needs. We hide our appetites, not just for food but in many areas of our lives, and then consume in secret. In some of my most recent works the women seem to be coming out of the closet, eyeing the viewer - not censoring their hunger.”


 

현대 사회 속 여성들은 그들이 원하는 것에 반하여, 자신의 필요와 욕구를 희생하여 다른 이들을 위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희생적 양육자, 어머니의 역할로만 축소시킬 수 없다. 여성이라는 존재가 대상화 되는 사회에서 여성들은 보기 좋은 모습을 강요당하고 그들의 욕구를 제지당하거나, 참고 있다. 이는 비단 식욕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성적욕구 등 다른 종류의 신체적·사회적 욕망과도 관계한다.


레나타 살레츨은 프로이트와 라캉의 통찰을 이용하여 불안을 탐구한 그의 책에서 오늘날의 문화에서의 불안에 대한 원인으로 사회적 역할, 정체성을 바꾸려는 끊임없는 욕망, 그리고 행동의 지침이 되는 본보기의 부재와 관련해 사람들이 겪는 문제를 꼽은 바 있다. 이 중 사회적 역할과 정체성에 대한 욕망은 오늘날의 여성들이 갖는 욕망과 맞아떨어진다. 여기서 발생하는 욕망은 프로이트의 방법으로 읽어냈을 때, 외부 세계와 관련되어있는 현실 불안, 이드와 관련된 신경증적 불안 그리고 사회의 기준치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의 처벌을 두려워하는 양심 불안이 뒤섞인 것으로 읽어낼 수 있다.


 

2. 정신분석학으로 섭식장애 읽기

불안이라는 개념은 정신분석학에서 꾸준히 연구되어온 주제이며 주창자 프로이트를 거쳐 여러 후대 철학자들에 의해 연구되어왔다. 정신분석학에서 신경증은 불안에서 비롯된 비정상적인 상태이며 강박증은 신경증의 하위 집단에 소속한다. 섭식장애 환자는 특정 생각과 행동에 집착하며, 이를 계속해서 반복한다는 점에서 강박증을 앓는 주체이기도 하다.

 

1) 불안과 방어기제

프로이트의 불안개념은 크게 신경증적 불안과 현실적 불안, 그리고 도덕적 불안으로 나뉘는데, 현실적 불안은 외부 세계와 현실적 위험에 대한 반응이다. 신경증적인 불안은 알지 못하는 위험에 대한 것이며 이드와 관련되어 있는 내부적인 문제이다. 후에 추가된 도덕적 불안은 초자아와 관련된 것이며 박해, 처벌에 대한 불안이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불안 개념에서 주체에게 문제는 대상의 결여가 아닌 대상의 상실이며, 불안은 대상 상실의 위험에 대한 특정한 반응이다. 주체는 대상에 대한 상실을 걱정하지만, 주체가 지키고자하는 대상-리비도-은 사실 주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멜라니 클라인은 거세위협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프로이트의 불안 개념을 발전시켜 죄책감과 공격성을 불안에 연결하고 지형학적 개념을 사용하여 프로이트의 구강기와 항문기에 해당하는 기간을 각각 편집-분열성 자리(the Paranoid-Schizoid Position)’우울적 자리로 재정립한다. 그의 불안 개념은 박해불안우울불안으로 나뉘며 각각 편집-분열성 자리우울적 자리에 속하게 된다. 편집적인 불안에서는 대상이 나쁘거나 공격하는 것에 관심을 둔다면, 우울불안에서는 대상이 좋은 상태로 남아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공격 받는 것보다 좋은 대상을 잃는 것에 더 관심을 둔다. 편집-분열성 자리에서 좋고 나쁜 대상을 분류하는 과정은 방어기제 중 투사’, ‘내사’, 그리고 분열과 관련되어있다. 특히 음식물의 섭취는 투사/내사와 관련된다고 볼 수 있다. 유아들은 좋고 나쁜 것을 가려내며 외부 대상에서 가져오거나 던져버리는데, 섭식장애 환자들의 경우 자신의 공격성이나 내/외부의 나쁘다고 생각되는 특징을 투사하거나 내사한다고 볼 수 있다. 신경성 과식증의 경우 나쁜 것들을 토해내고 나면 일시적으로 만족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방어기제를 사용한다는 사실만으로 주체 안의 분열이 진행되기에 안정이 오래갈 수 없다. 실제로 폭식장애를 가진 환자는 폭식 상태를 회고 할 때에 자신이 분열되어있는 느낌, ‘내가 나 같지 않은느낌이었다는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2) 강박적 증상으로서의 섭식장애

프로이트는 1894년에 히스테리와 함께 강박증을 가장 중요한 신경증의 한 형태로 분류했다. 강박장애(Obsessive-compulsive disorder)는 원하지 않는 생각과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불안장애를 가리킨다. 강박증의 주된 증상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의식에 반복적으로 침투하는 고통스러운 생각, 충동, 심상 등을 가리키는 강박사고’(obsessions)이며, 다른 하나는 불안을 감소시키고 두려운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강박행동’(compulsions)이다. 거식증과 과식증, 그리고 폭식장애는 강박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강박사고는 살이 찌는 것, 사회의 미적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 될 수 있으며, 강박행동은 음식을 거부하거나, 평소 제한을 두고 있던 음식을 많은 양으로 먹어치우거나 행동을 꼽을 수 있다.


섭식장애를 앓는 환자들은 구강충동을 가진 이드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 증상은 프로이트가 제시한 방어기제 중 하나인 보상을 사용하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이는 자신이 가진 열등한 부분을 다른 수단, 음식에 대한 탐닉으로 해소하는 방법이다. 구강충동은 가장 18개월까지의 구강기, 가장 어린 시절 나타나는 충동으로 그 시기를 지나면 어머니의 가슴은 억압되어 그 자리를 대신할 무언가를 찾게 된다. 대상은 담배나 음식이 될 수 있으며 대체된 것을 탐닉하며 쾌락을 느낀다.


과식증이나 폭식장애를 가진 환자가 폭식을 할 때에 입과 목구멍을 자극하는 많은 양의 음식들은 허무를 대신하는 역할을 하며, 보상 행동으로 손가락을 이용하여 목구멍을 자극하며 넘어오는 토사물 또한 구강충동을 만족시킨다. 이는 충동에 대한 압도로, 일시간의 만족을 준다. 하지만 이 모든 행동은 주체가 진실로 원하던 어머니의 가슴이 아니기에, 그와 비슷한 음식을 탐닉하지만 그 끝에는 결국 허무만이 남을 뿐이다.


 

. Women and Food 시리즈 속 주체성의 문제

프라이스는 Women and Food 시리즈를 제작할 때에 처음 머릿속으로 구상한 장면을 위해 자그마한 디테일을 바꾸면서 원하는 컷이 나올 때까지 몇 시간이고 수백 장의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 전문 사진가의 손을 빌린 사진을 밑그림으로 제작되지만, 사진가는 단순히 사진을 위한 기계적인 역할만 할 뿐이다. 작품을 위한 구도, 포즈와 배경 및 디테일을 구상하고, 찍힌 사진을 선택하며 그림으로 옮겨 그리는 주체는 프라이스 자신이다. 작가는 시선의 대상을 자처하여 모델로 서지만, 그림을 구상하는 단계에서부터 작가는 이미 주체성을 획득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DSM-5에 기재되어있는 과식증이나 폭식장애에 대한 진단 문항과 같이, 섭식장애를 가진 이들은 폭식을 하는 데에 부끄러움을 느껴 개인적인 공간에서 홀로 음식을 먹는다. <도피 Refuge>(2009)와 같은 장면에서 보이듯, 작가는 개인적이고 평화로운 공간에서 통제할 수 없는, 제정신이 아닌 여성의 모습이 강박을 극대화하며, 이것이 부조리임을 말한 바 있다.


페미니즘 이론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진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성적인 모습으로 읽힐 수 있는 가능성에 우려를 표한다. 그의 작품 속에 있는 여성들, , 작가 자신은 모두 나체나 편한 차림으로 욕조나 침대 같은 개인적인 공간에 있는 모습이다. 그는 장면을 구성할 때에 혼자 있는 여성의 모습의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생각하며 촬영에 임하고, 관람자가 보는 장면은 개인적인 공간에서 홀로 있는 통제 불가한 상태의 여성이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성적 대상화와 물화된 여성 신체에 대한 가능성을 닫는다.


Lee Price, <도피 Refuge>, 2009, Oil on Linen, 44 x 64 inch



Women and Food 시리즈는 작가의 출현이라는 특징 외에도 부감법의 사용이라는 특징을 보인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내가 부감법을 사용하는 의도는 보통 관음증적이거나 전지적 조망으로 읽힌다. 하지만 둘 다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이 부감법을 이용하는 이유를 주체가 자신을 내려다보는, 자기 자신이 강박적인 행동을 하고 있음을 완전히 알고 있음에도 멈출 수 없는 행동을 보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앞서 언급했듯, 폭식장애를 가진 환자들은 자신이 폭식을 할 때에 몸에서 유리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작가 또한 이러한 강박적 행동이 마약 중독과 비슷하게 몸에서 떨어져나간 듯한, 분리된 듯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그는 강박이라는 심리가 어떻게 우리를 현실에서 동떨어지게 하는 지에 대해 언급하며 이를 다시금 부조리라고 정의한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관람객은 화면 속 주체인 여성이 자신을 관찰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시선의 문제에 관하여, <간식 Snack>(2009), <일요일 Sunday>(2007)과 같은 작품들은 고개를 숙인 자세로, 화면 쪽을 쳐다보지 않는다(3, 4). 그들은 묵묵히 자신의 음식을 탐닉하는데, 관람객은 그들을 둘러싼 방종의 표상-디저트와 과자류-의 양에 놀랄 것이다. 물론 부감법을 사용한 작품에서 화면 속 인물이 누운 자세가 아님에도 화면 밖을 바라보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하지만 이 시선의 문제에서 작품 속 인물들의 이상행동이 섭식장애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며, 그들이 개인적인 공간에서 수행하는 일임을 고려했을 때에 우리는 보이지 않는 그들의 표정을 읽을 수 있다. 그것은 수치심일 것이다.


Lee Price, <간식 Snack>, 2009, Oil on Linen, 52 x 40 inch

Lee Price, <일요일 Sunday>, 2007, Oil on Linen, 48 x 60 i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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