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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분트 컬렉션 (Verbund Collection) | ARTLECTURE

페어분트 컬렉션 (Verbund Collection)


/World Focus/
페어분트 컬렉션 (Verbund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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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페어분트 컬렉션의 활동을 보면 작품 수집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시 기획 및 작품 대여 등을 통해 소장 작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작품을 수집해 예술가와 예술 생태계의 순환에 도움을 주고, 또한 작품을 수장고에만 두지 않고, 대중과 만나게 하면서 끊임없이 살아가게 합니다.

몇 달 전, 빈의 알베르티나 뮤지엄에서 열린 전시 《Francesca Woodman》에 다녀왔습니다. 스물두 살이라는 어린 나이로 생을 마감한 미국 작가 프란체스카 우드먼(Francesca Woodman)의 작품을 접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는데요. 작가가 생전에 남긴 빈티지 프린트와 독립 출판 작업, 사후 프린트까지 꼼꼼하게 분류하여 5개 부문으로 정리한 전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십 년이 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창작혼을 불태운 우드먼의 작품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걸 생각하면, 80여 점이나 되는 전시작을 볼 수 있던 것도 좋았습니다.




이미지 01. Francesca Woodman.



그러면서 자연스레 우드먼의 에스테이트 다음으로 많은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는 페어분트(Verbund) 컬렉션에 관심이 갔습니다. 전시의 부제가 “Works from the Verbund Collection, Vienna”인 만큼 전시된 모든 작품이 컬렉션에서 온 것이었는데요. 대체 어떤 컬렉션이기에 우드먼의 작품을 이렇게 수집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이미지 02. Francesca Woodman. From Space² or Space² from the Space² series, 1976. Posthumous silver gelatine print, 1997-99. 16,2 × 16,5 cm. VERBUND COLLECTION, Vienna © Woodman Family Foundation / Bildrecht, Vienna. 2025.



2024년에 설립 20주년을 맞은 페어분트 컬렉션은 명확한 목적을 갖고, 사진과 영상, 설치/개념 미술 작품을 컬렉션하고 있습니다. 페어분트 컬렉션이 제시한 컬렉션 주제는 크게 세 갈래입니다. 첫째는 “1970년대 페미니스트-아방가르드(Feminist Avant-Garde of the 1970s)”, 둘째는 “공간과 장소에 대한 인식(Perception of Spaces and Places)”, 그리고 마지막 셋째로 “성 정체성과 다양성(Gender Identity and Diversity)”입니다. 




이미지 03. Woodman’s work from Verbund Collection



이들의 수집 목적에서 짐작할 수 있듯 특히 여성 예술가의 작업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프란체스카 우드먼의 작업은 페어분트 컬렉션이 세워진 때부터 지금까지 이십 점의 빈티지 프린트를 포함한 82점의 작품을 사들였습니다. 그리고 컬렉션이 만들어진 후 제일 처음 구매한 신디 셔먼(Cindy Sherman)의 작업을 포함해 낸 골딘(Nan Goldin), 비르기트 위르겐센(Birgit Jürgenssen), 아네타 지지코브스카(Aneta Grzeszykowska) 등의 작업을 컬렉션 했고, 제프 월(Jeff Wall)과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의 작업도 있습니다. 




이미지 04. Verbund Collection



설립 이후 지금까지 이백여 명의 예술가 작품 천여 점을 모은 페어분트 컬렉션은 오스트리아 전력 회사 페어분트가 만들었습니다. 이 회사는 수력 발전을 중심으로 태양광, 풍력까지 재생 에너지 전력을 생산하고, 전력 판매 및 운영, 송배전망 운영을 하는 오스트리아 최대 전력 회사입니다. 빈에 본사가 있고, 오스트리아 정부가 51%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05. Verbund Collection



우드먼 전시를 보면서, 그리고 페어분트 컬렉션에 대해 찾아보면서 부러웠던 건 이처럼 한 회사가 주도적으로 예술 컬렉션을 만들고, 명확한 목적과 방향 의식을 갖고 오랜 기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국립 박물관이나 대형 미술관이 아닌 기업에서 이처럼 예술에 대한 의지가 있다는 점도 부러웠고요. 요즘 전 세계적인 K-컬쳐 붐이 놀라울 정도지만, 이런 면에서는 유럽이 과연 예술, 문화 선진국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미지 06. Verbund Collection



페어분트 컬렉션의 활동을 보면 작품 수집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시 기획 및 작품 대여 등을 통해 소장 작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작품을 수집해 예술가와 예술 생태계의 순환에 도움을 주고, 또한 작품을 수장고에만 두지 않고, 대중과 만나게 하면서 끊임없이 살아가게 합니다.



이미지 07. Verbund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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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를 만나며 떠오른 감정과 생각을 글로 풀어내고 있다. 사진을 찍는 것보다 보고 읽는데 흥미를 갖고 있으며, 뉴욕의 사진 전문 갤러리 탐방기인 『뉴욕, 사진, 갤러리』(2021)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