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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 평면에서 바라보기 | ARTLECTURE

회화 평면에서 바라보기

-시선의 방향 - 2편-

/Artlecture/
by 학연
Tag : #회화, #평면, #사진
회화 평면에서 바라보기
-시선의 방향 -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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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지난번에는 연극과 영화에서의 시선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이번에는 평면 회화와 사진에서의 시선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지난 게재 글

지난번에는 연극과 영화에서의 시선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이번에는 평면 회화와 사진에서의 시선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여러 그림이 걸려 있는 전시 공간을 상상해 보자. 여기에서 우리는 보통 벽에서 50cm 정도 안쪽에 그어진 가상(혹은 실제)의 선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시선을 옮긴다. 대부분이 눈높이 정도에 걸려 있기 때문에 고개를 위로 치켜들거나 눈을 아래로 내리깔아야 하는 일은 잘 없다.

 


 

이 그림들은 평면에 남긴 자국처럼 보이지만 그 안의 세상을 보여주는 창이기도 하다. 각각의 그림 표면 안쪽으로 존재하는 세상들이 투사된 상을 우리가 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네모난 공간 안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여러 개의 우주들이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우리가 이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달리 보면 다수의 우주가 작은 공간 안의 우리를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큐브 형태의 전시 공간이 일종의 4차원적 구조물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발상은 꽤 오래전의 그림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그림 시녀들(1656)이 가장 잘 알려진 예시다.

 


Las Meninas , Diego Velazquez, 1656

 


중앙에 있는 마르가리타 공주와 그 주변의 시녀들이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그림 속 공주의 시선이 우리를 향하고 있다. 재미있는 이스터에그도 있다. 왼편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는 벨라스케스 본인인데,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300년 전에 그림을 그린 화가와 눈이 마주친다. 이 화가는 무엇을 그리고 있을까? 벽 뒤편의 거울을 보면, 우리가 보고 있는 공간의 앞쪽으로 국왕 부부가 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극 무대나 방송국의 세트장을 생각해 보면, 우리는 무대의 삼면만을 본다. 나머지 방향에는 관객들이 실제로 앉아 있거나 시청자의 시선의 방향에서 카메라가 촬영하고 있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인 투시로 그려진 그림에서는 우리를 향하는 한쪽 면은 볼 수 없지만 벨라스케스는 거울이라는 장치와 그림 속 인물들의 시선을 반사하며 공간을 확장했다. 우리 관람자들은 우리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를 보게 된다.

 


Olympia , Edouard Manet, 1863

 


보다 직접적으로 시선의 방향을 역전시키는 작품도 있다.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

 

살롱 전시 시대의 누드화는 신화 속 인물들만을 그릴 수 있었기 때문에 침대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매춘부를 그린 이 그림은 당시 사람들의 분노를 일으킬 정도로 적잖이 충격적이었다. 자신이 대상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 채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이 인물과 눈이 마주치지 않고서는 이 그림을 감상할 수가 없다. 회화 속 시선이 우리를 향하고 서로가 서로를 보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보인다.

 


Nan and Brian in Bed , NYC, Nan Goldin, 1983

 


낸 골딘의 사진들은 자기 자신이나 다른 이들의 개인적이거나 친밀하고 고통스러운 순간을 기록한다.

 

사진이란 사진가가 이 장면을 기록하여 보여주기로 했다는 점에서 사진가 자신의 시선을 공유하는 데 의의가 있다. 철학자 빌렘 플루서에 따르면 사진은 ‘4차원의 시간-공간 속에 있는 대상을 2차원 평면 위에 고정시키는 방법이다. 사진가가 대상 또는 장면을 관찰하고, 관찰한 것을 고정시킨다.

 

침대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브라이언과 그런 브라이언을 바라보는 낸의 표정이 보인다. 이 사진에서 낸 골딘은 스스로가 스스로를 관찰하고 고정시킴으로써 관람객들이 자신의 내밀한 부분을 들여다보도록 하는 시선의 흐름을 구성했다. 브라이언의 등 뒤에서 낸을 사선 방향으로 엿보는 우리를 낸은 인지하고 있다.

 

회화나 사진 속 다중의 공간, 여러 겹의 눈, 그리고 반사되어 엇갈리는 시선들의 흐름을 따라가보았다.

 

다음에는 이 시선의 방향이 사회에서 어떻게 권력과 연관되어 작동하는지 관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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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학연_예술과 사람과 세상에 진심을 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