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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되는 예술의 장, 순회전 | ARTLECTURE

공유되는 예술의 장, 순회전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 빛, 바다를 건너다>를 중심으로 -

/Art & Preview/
by YOON
공유되는 예술의 장, 순회전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 빛, 바다를 건너다>를 중심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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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과거에는 해외 거장들의 작품을 보기 위해 직접 해외로 가야 했지만, 이제는 국내에서도 다양한 해외 미술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전시는 순환전시(Traveling Exhibition) 형태로 진행되며, 여러 국가와 기관 간 문화 교류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한국과 일본에서 열린<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에서 보았던 각 나라의 전시 방식과 관람 문화의 차이를 보고자 한다.

과거우리는 서양 미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해외 거장들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는 루브르박물관대영박물관, MoMA, 구겐하임미술관처럼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곤 했다그러나 최근 우리는 비행기를 타지 않고작품을 국내에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1952년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렸던<벨기에현대미술전>을 시작으로 영국미국프랑스 등 서구권과 중국러시아 등 구 공산주의 국가들 심지어 북한 미술까지 확대되며 한국에서도 다양한 예술 사조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국내에 소개되는 해외미술품들은 순환전시(巡環展示, Traveling Exhibition)의 형태로 대중에 다가오고 있다순환전시는 많은 국가 및 예술기관들은 높은 문화적 가치를 지닌 소장품을 더 많은 사람들이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전시를 진행하는 다양한 국가도시기관과의 협력 및 교류를 통해 문화적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순환전시의 예로는 지난2021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되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이건희 컬렉션을 꼽을 수 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서울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국립중앙박물관을 시작으로 대구미술관울산시립미술관경기도미술관 등 전국10곳의 미술관을 순회하며 약 72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또한 이 전시는 올해 말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스미소니언 박물관을 시작으로 해외에도 소개될 예정이다.

 

한국 전시 포스터 일본 전시 포스터

 


순회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전시되는 공간에 따라 규모관객 특성 등이 다르기 때문에 각 국가지역을 반영한 전시 구성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나는 최근<인상파모네에서 미국으로바다를 건너다>라는 전시를 도쿄와 서울 두 곳에서 관람하며 순회전의 특징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이 전시는 미국 우스터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인상파의 유화 작품 53점을 소개하며 파리에서 인상파를 접한 화가들이 미국으로 확산되며 나타난 새로운 표현 기법과 미술사에 끼친 영향력에 주목한다모네르누아르세잔쿠르베 등 유럽의 대표적인 인상파 화가뿐만 아니라 시슬레피사로하삼 등 미국의 인상파 화가까지 총39명의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소개하고 있다전시 작품을 소유하고 있는 우스터미술관(Worcester Art Museum)부터 템파미술관(Tempa Museum of Art), 도쿄도미술관(Tokyo Metropolitan Art Museum), 도쿄후지미술관(Tokyo Fuji Art Museum) 등을 거쳐 현재 더현대 서울에서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전시된 작품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시간의 흐름 순대로 공간을 구성하여 인상파가 미국화되어 가는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고 있다. 1860년대 파리의 화가들이 주도하기 시작한 인상주의(impressionism) 또는 인상파(印象派)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여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을 포착했다이를 실현하기 위해 화가들은 전통적인 회화 기법에서 벗어나 색채색조질감이 가진 효과를 이용해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모습을 그려내고자 했다풍경을 만들어 내는 감각을 작품 속에 담는 인상주의는 빠른 경제 성장으로 문화에 대한 갈망이 있던 미국인들을 매료시켰고 미국 미술계에도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이러한 문화의 흐름 속에 전시된 작품 중에서 인상 깊었던 작품들을 뽑아 간략히 소개해 보고자 한다.



줄리앙 뒤프레<건초 만드는 사람>,1886, 캔버스에 유채, 79.1x64.1 cm

가운데차일드 하삼<프랑스 정원에서 꽃 따기>, 1888, 캔버스에 유채, 71.1x55.1 cm

프랭크 웨스턴 벤슨<나탈리>,1917, 캔버스에 유채, 79.1x64.1 cm


 

첫번째로 줄리앙 뒤프레의<건초 만드는 사람>을 소개하고자 한다파리에서 태어난 줄리앙 뒤프레는 보석상이었던 부모님의 뒤를 이으려 했으나1870년에 발발한 전쟁으로 가게를 닫게 되었다이후 예술학교에서 야간 수업을 듣기 시작한 뒤프레는1876년 파리 살롱에서 첫 그림을 전시하며 작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보였다그는 프랑스의 시골 풍경을 탐구하며 이전 시절에 대한 향수를 담아 이상화 된 농촌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건초 만드는 사람>은 마치 부부로 보이는 한 쌍의 남녀가 너른 들판에서 건초들을 만드는 모습을 선명하게 그려내고 있다특히 비가 올 것 같은 구름이 잔뜩 낀 하늘과 대조되는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여성은 농민 특유의 강인함과 생동감을 내뿜고 있다마치 혼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듯이 강조되고 있는 여성이 쓰고 있는 붉은 두건과 푸른 치마는 프랑스 국기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시골을 주제로 하는 그의 작품에서 여성이 자주 이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미국 인상파의 작품으로는 차일드 하삼의<프랑스 정원에서 꽃 따기>를 볼 수 있다차일드 하삼은 주로 도시 풍경과 인물 풍경을 다루며 밝고 화사한 색채를 사용해 미국의 일상 생활을 표현하는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클로드 모네(Claude Monet)<수련>(Water Lilies)과 함께 전시의 대표 작품으로 소개되고 있는 이 작품은 흰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정원을 가득 채우며 흐드러지게 핀 장미꽃을 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전형적인 미국 저택의 모습을 띈 작품은 뒤프레의 작품처럼 목가적이진 않지만 평화롭고 이상적인 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특히 하삼은 이 작품에서 을 중요시 여기는 모습은 프랑스 인상파에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1900년대의 미국 인상파 작품들 중에서 프랭크 웨스턴 벤슨의<나탈리>는 인상파의 미국화가 잘 드러나는 작품이라 생각된다벤슨은 메사추세츠주 출신 미국 예술가로 사실주의 초상화와 인상파 그림수채화 그림으로 잘 알려져 있다. 17세기거장 요하네스 베르메르와 디에고 벨라스케스 그리고 클로드 모네의 영향을 받은 벤슨은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처럼 빛을 포착하는데 집중하고자 했다또한 벤슨은 미국 인상주의의 리더로서 교사예술가예술가를 위한 전문 조직 등을 통해 미국 인상파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야외에서 제작된 이 작품은 벤슨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냈던 폴리 헤밍웨이의 요청으로 그려졌다작품에 그려진 인물은 모자로 머리카락을 모두 가리고 헐렁한 셔츠와 붉은 스카프를 걸치고 있어 언뜻 보면 성별을 구별하기 어렵도록 그려져 있다오로지<나탈리>라는 제목에서 그림 속 인물이 여성이라는 점을 알아차릴 수 있다. 20세기 초중반은 여성의 지위가 가장 급격하게 변화하던 시기로 여성 참정권 운동과 같이 여성이 사회로 나아가던 때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홀로 당당하게 서 있는 나탈리의 모습은 독립적이고 현대적인 미국 여성상을 드러내고 있다.


<인상파모네에서 미국으로>를 처음 관람했던 곳은2024년 벚꽃이 막 피려고 하는 도쿄였다여행을 할 때마다 유명하거나 큰 미술관을 꼭 둘러보기에 도쿄를 여행 중이었던 나에게 도쿄도미술관은 꼭 방문해야 하는 장소였다이 전시는 도쿄도미술관에서20241월말부터4월초까지 진행되었는데 내가 방문했던3월 중순에는 전시가 끝나기 전 작품을 보기 위한 관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한국과 동일하게<인상파모네부터 아메리카까지(印象派モネからアメリカへ)>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전시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전시 관람문화를 잘 느낄 수 있었다. 1년만에 다시 마주한 전시이기에 세세한 지점들이 모두 떠오르진 않지만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은 전시의 모습을 설명해 보고자 한다일본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작품을 불편 없이 보도록 심혈을 기울인다는 점이다이를 위한 조처 중 한국과 큰 차이점을 보이는 것이 작품 사진 촬영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많은 전시장들은 작품의 저작권 보호와 카메라에서 발생하는 광선으로 인한 손상을 막기 위해 관람객의 촬영을 제한하곤 한다그러나SNS 및 인터넷을 통한 홍보가 중요해지고 있는 요즘많은 공간에서는 플래시 사용을 금지하거나 초 고화질로 촬영할 수 있는 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등 다양한 규정을 이용해 다수가 작품을 보호하는 선 안에서 촬영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도쿄도미술관에서는 전시장 입구에 있는 안내요원이 핸드폰을 들고 있는 관람객에게 작품 사진 촬영이 불가하며 전시장을 이동하는 중 만날 수 있는 포토존에서만 촬영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해 주었다. <인상파모네부터 아메리카까지뿐만 아니라 당시 방문했던 도쿄국립신미술관의<Henri Matisse - Formes Libers> 전시에서도 특정 구역의 작품들만 촬영이 가능했던 점으로 보아 작품의 저작권 외에도 관람객이 유명한 작품 앞에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몰리는 현상과 같은 불편함을 최소화 시키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이처럼 관람객이 자신이 어떠한 작품을 보았는지 기록할 수 있는 수단이 최소화되어 있는 만큼일본은 전시장에 입장하기 전부터 많은 정보를 얻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한국에서 팜플렛은 주로 전시 명전시 장소 등 전시 자체에 대한 기본적 정보와 전시 소개 글전시장 내 가장 유명하거나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작품들 몇 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일본에서 만난 이 전시에서는 기본 팜플렛 외에도 전시된 작품 전체의 제목과 작가명이 적힌 팜플렛을 제공한다는 것이다사진으로 기록할 수 없는 관객들에게 작품 리스트를 제공함으로써 도록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마음에 들었던 작품을 다시 한번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일본 전시 당시 제공한 작품 리스트가 적힌 팜플렛 중 일부(출처도쿄도미술관)


 

작품 외에도 전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기념품 역시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이 있었다가장 기본적인 기념품이라고 할 수 있는 도록엽서자석과 같은 물품을 제외하고 이야기해보려 한다한국에서는 주로 복제된 작품인형인테리어 소품과 같이 일상 생활에서 내 주변에 두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나 스카프머리 끈 등 패션 아이템을 기념품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일본에서 진행된<인상파모네에서 아메리카까지>에서는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기념품을 찾을 수 있었는데 바로 식품이었다대표적으로는 사브레 쿠키가 들어간 캔과 우스터전 소스였다사브레 쿠키는 자유의 여신상개선문 등 미국과 프랑스를 떠올릴 수 있는 모양으로 제작되어 모네 작품이 프린팅 된 틴 케이스에 들어있었다사실 일본에서 본 전시 기념품 중 가장 인상에 남았던 것이 바로 이 우스터전 소스였다우스터 소스는 영국의 우스터셔주에서 유래한 것으로 샐러드 드레싱스테이크 및 햄버거 소스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이후 일본에 전파된 우스터 소스는 점도에 다양한 변화를 주며 돈가스야키소바타코야키 등 다양한 음식들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조미료가 되었다우스터미술관은 미국 매사추세츠에 위치한 우스터(Worcester)라는 도시에 위치해 있는데 이 도시의 이름은 우스터 소스의 고향인 영국 우스터셔주에서 유래했다일본에서는 관객들에게 친숙한 우스터 소스를 이용한 말 장난을 통해 전시에 대한 즐거운 기억을 각인시키고자 한 것이 아닐까.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우스터미술관의 작품을 최초로 공개하는 이 전시는 두 국가에 잘 소개되지 않았던 미국 인상파의 매력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있다전시의 작품 구성분위기 심지어 기념품까지 조금씩 다른 지점을 보다 보면 똑같은 주제를 말하고 있더라도 다른 문화권의 특징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이처럼 순회전시는 같은 전시라 하더라도 개최되는 국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기획되고각기 다른 문화적 특성을 반영해 색다른 감상을 제공한다이를 통해 우리는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전시가 이루어지는 방식과 관람 문화를 비교하며 더욱 폭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자료 출처

도쿄도미술관: https://www.tobikan.jp/kr/exhibition/2023_worcester.html

더현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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