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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의 역사, 생명의 역사, 여성의 역사 | ARTLECTURE

뿌리의 역사, 생명의 역사, 여성의 역사

-김인순 컬렉션 《일어서는 삶》, 서울시립미술관-

/Art & Preview/
by 이정현
뿌리의 역사, 생명의 역사, 여성의 역사
-김인순 컬렉션 《일어서는 삶》, 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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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서울시립미술관은 김인순 컬렉션 《일어서는 삶》을 2025년 2월 23일까지 서소문본관에서 개최한다. 김인순(金仁順, 1941~)은 여성의 삶과 사회현실에 주목하여 여성주의 미술을 작업했다. 본 전시에는 대표작 20점과 작가 인터뷰, 아카이브 150여 점이 공개되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김인순 컬렉션 일어서는 삶2025223일까지 서소문 본관 2층에서 진행된다. 김인순(金仁順, 1941~)은 여성의 삶과 사회현실에 주목한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주의 미술가이다. 그는 1962년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생활미술과를 졸업한 직후 가정을 꾸려 전업 주부가 되었다. 40, 불혹을 넘긴 나이에 김인순은 작가로 사회에 서게 된다. 1982년 김인순은 주부 작가들과 함께 소묘 11인전에 참여하였고, 1984년 관훈미술관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이듬해인 1985, 그는 동년배인 윤석남, 김진숙과 함께 시월모임을 결성하게 되는데, 이들은 제1시월모임(1985) 그리고 한국 최초의 페미니즘 전시라 일컬어지는 제2시월모임-반에서 하나로(1986) 등을 개최했다.



전시 전경



시월모임이 결성된 19985, 김인순은 민족미술협의회(이하 민미협’)의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1986년 민미협 산하의 여성미술분과 위원장으로 선출되었고 1987년에는 여성미술분과로 한국여성단체연합에 가입했다. 이후 그는 민미협 산하 노동미술위원회 위원장(1990), 민미협 공동대표(1991),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 이사(1993), 여성문화예술기획 이사(1995), 민족미술인협회 공동회장(2001) 등을 역임하며 왕성한 활동을 전개했다.




김인순, 엄마의 대지, 1994, 캔버스에 아크릴릭, 119.7x180cm



일어서는 삶여성이란 이름으로’, ‘움켜지는 아름다움’, ‘생명, 빛의 여정으로라는 3개의 섹션 아래 김인순이 2020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한 작품 중 대표작 20점과 작가 인터뷰, 150여 점의 아카이브를 관람객에게 선보인다. 김인순의 다양한 작품 중 가장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엄마의 대지>(1994)이다.

 

땅 밑에서 웅크린 채 젖먹이를 안고 있는 젊은 여성. 대지 위에서 자욱한 연기를 내뿜는 공장의 모습은 노동자이자 어머니로서 그의 삶의 무게를 보여주는 듯하다. 일견 절망스러운 상황처럼 보이지만 아이를 향한 여성의 강인한 눈동자와 함께 땅 밑에서 자라난 빛이 대지에서 새싹을 틔운 모습 등은 이들의 내일에 희망이 있음을 보여준다.

 

작가는 <엄마의 대지>가 생명을 기르는 여성의 생명력과 대자연의 어머니인 대지의 자정 능력을 연결했다고 소개했다. 이와 같은 작가의 해설은 전시장 한편에 적힌 그의 글 뿌리와 함께 깊은 울림을 준다.


뿌리의 역사는 생명의 역사이고 여성의 역사이다.

남성들이 기술한 역사에서 인류의 존속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여성의 역사는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멋진 나무만 보고 그 뿌리는 보지 않는 것과 닮아있다.

나는 뿌리를 그리면서 생명의 소리를 듣는다.

대지의 거대한 자궁 속에서 뿌리는 수분과 자양분을 찾아 끊임없이 잔뿌리를 늘려간다수많은 잔뿌리로 양분을 흡수하여 위로 빨아올리는 힘은 여성이 아기를 낳을 때 배속에서 밀려오는 파도같은 힘과 흡사하다.

뿌리는 나무를 키우고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만들면서도 자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뿌리가 그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뿌리가 상처받았을 때이다.”

김인순뿌리

(전시장 벽면에 적힌 글)



김인순, 「뿌리」



미술이란 무엇인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필자에게 미술이란 동시대에 대한 작가 개개의 사유이자 목소리이다. 정도의 차이일 뿐 미술은 시대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김인순이 그의 작품을 통해 오늘날 여성주의 미술이라 일컬어지는 뿌리의 역사를 가시화했듯 말이다. 김인순의 뿌리는 비록 현실의 문제에 상처받았을지언정 특유의 강인함을 바탕으로 내일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소간의 변화는 있을지언정 김인숙이 제시하는 굳건한 강인함과 내일에 대한 믿음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현실에 멈추지 않고 일어서 나아가야 한다, 우리 모두.


참고자료

이인재(14) 김인순 다시 읽기교차된 관점에서서울아트가이드(https://www.daljin.com/?WS=33&BC=cv&DNO=18198, 2024.12.10. 접속)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https://sema.seoul.go.kr/)



all images/words ⓒ the artist(s) and organization(s)

☆Donation: https://www.paypal.com/paypalme/artlecture

글.이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