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셔널 갤러리 앞의 긴 줄, 2024 ㅣ 사진출처 필자 Ayla J.
대영박물관은 1753년에 고대 조각상과 주화, 공예품 등 유물을 중심으로 설립되었지만, 당시 영국에는 회화 중심의 국가 소유 미술관은 없었다. 1823년, 미술품 컬렉터였던 조지 보몬트(Sir George Beaumont, 1753-1827) 경이 영국 최초의 국립갤러리 설립을 위해 자신의 소장품 중 16점을 기증하겠다고 제안하면서, 두 가지 조건을 내건다. 첫째, 대중이 즐길 수 있도록 그림을 전시할 공간을 마련할 것. 둘째, 당시 금융계 거물이었던 줄리어스 앵거스타인(John Julius Angerstein, 1735-1823)의 컬렉션을 정부가 매입할 것. 줄리어스 앵거스타인은 미술품을 후원하고 수집했던 런던의 사업가이자 로이드 보험의 인수자였다. 추측으로는 그가 1823년 사망하면서 1824년 미술품 컬렉션이 그의 재산에서 매각될 것으로 예측했던 것 같다. 당시 국왕이었던 조지 4세와 총리였던 리버풀 경은 국가를 위해 그의 그림을 매입한다.
다른 유럽 국가들은 보통 왕실 컬렉션을 국유화하여 대중을 위한 미술관을 설립했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영국에서는 국가가 줄리어스 앵거스타인의 컬렉션 38점을 매입하면서 내셔널 갤러리가 탄생한다. 이후 2년 뒤, 조지 보몬트 경이 기증한 작품들도 컬렉션에 추가되었다.
내셔널 갤러리 기둥 사이로 본 트라팔가 광장, 2024ㅣ 사진출처 필자 Ayla J.
현재 내셔널 갤러리 건물은 런던 중심부 웨스트민스터 시의 트라팔가 광장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영구적으로 소장품을 전시할 적합한 장소를 찾기 전, 첫 전시는 런던 폴 몰에 있는 앵거스타인의 집에서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앵거스타인의 집이었던 런던 Pall Mall 의 첫번째 내셔널 갤러리 ㅣ 사진출처 National Gallery
내셔널 갤러리가 현재 있는 트라팔가 광장으로 이전한 것은 1838년이다. 1831년 트라팔가 광장에 새로운 건물을 세우기로 결정되었고, 건축가 윌리엄 윌킨스(William Wilkins, 1778-1839)가 설계를 맡아 갤러리 건물이 완성되었다. 당시 트라팔가 광장 일대는 왕실 마구간과 동물원이 있던 곳으로 그 부지를 개조하면서 갤러리를 설계해야 했고, 초기에는 예산 문제로 내셔널 갤러리는 왕립 예술 아카데미와 건물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후 여러 차례의 증축과 개조를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왕실 마구간으로 활용되었던 트라팔가 광장 ㅣ 사진출처 National Gallery
건물의 리모델링 공모는 약 28년 후인 1866년에 있었는데, 당시 에드워드 미들턴 배리(Edward Middleton Barry, 1830-1880)가 윌킨스의 오리지널 디자인을 확장하면서 1876년까지 8개의 새로운 갤러리 공간이 추가 되었다. 돔 형태의 방을 포함한 이 8개의 공간은 배리의 이름을 따서 '배리 룸(Barry Rooms)'으로 불린다. 그 중 32번 방은 배리 룸 중 가장 큰 공간이며, 각 룸의 인테리어는 크레이스 형제가 반짝이는 금박과 화려한 색채에 세심한 조각들까지 디자인했다고 한다.
내셔널 갤러리에서 미로 같은 방들을 헤매며 그림을 감상하다가 건물의 역사를 알게 되니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내셔널 갤러리의 규모는 사실 다른 유럽 미술관들에 비해 크지 않다. 면적으로는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의 27,090m²에 비해 13,000m²로 작고, 소장품도 2,400여 점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그러나 이곳에는 13세기 중반부터 1900년대에 이르는 서양 회화의 핵심 작품들이 모여 있으며, 현재 컬렉션의 약 2/3가 초대 관장 찰스 록 이스트레이크(Charles Lock Eastlake)와 개인 기부에 의해 형성되었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와 가치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내셔널 갤러리 내부 입구, 2024ㅣ 사진출처 필자 Ayla J.
돔 형 배리 룸 36 Barry Room, 2024ㅣ 사진출처 필자 Ayla J.
내셔널 갤러리 Room 41, 2024ㅣ 사진출처 필자 Ayla J.
참고: https://www.nationalgallery.org.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