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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후의 사진 | ARTLECTURE

사진 이후의 사진

-사진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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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후의 사진
-사진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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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사진을 찍는 것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하루 이틀 안 찍었다고, 아니 일 년을 안 찍는다고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찍는 일이 아니다. 스스로 다짐하고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그래 바보야, 찍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야.' 맞다. 인생을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중요한 것처럼 사진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는 일이 찍는 것보다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다. 눈에 띄는 사진책이면 번역서든 원서든 가리지 않고 사들였다. 짬짬이 유명 사진가들을 만나서 그들이 배운 혹은 생각하는 사진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열심히 전시장을 찾아다니면서 다른 사람들의 사진을 둘러봤다. 그러면서 단순히 밖의 세계를 기계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사진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   이미지 01. 『사진 이후의 사진』 표지

사진 평론가이자 기획자인 최건수 선생님의 글을 처음 접한 건 『사진 직설』(다빈치, 2014)이었습니다. 일종의 자기반성이기도 한 글에서 작가는 자신을 포함한 기획자들이 가진 문제를 고백했습니다.


어떤 전시가 되었든 전시가 돋보이는 경우는 두 가지 요소를 만족시켰을 때다. 첫째, 기획 의도가 선명해야 한다. 좋은 기획은 그 시대보다 기획 의도가 반걸음쯤 앞서갈 때 빛이 난다. 감추어진, 보이지 않은 반걸음이 핵심인데, 이거야말로 어렵다. 기획자 스스로 시대나 예술 상황을 읽고 있는 눈이 반걸음쯤 앞서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현역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다시 반걸음 앞선 흐름을 읽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진에서 눈에 띄는 좋은 기획전이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안전 운행을 염두에 두다보니 전설이 된 옛 작가들의 모둠전이거나 최근 뜨는 작가들에만 눈길을 주는 것이 기획전 목록이다. 그리하여 그 밥에 그 나물인 전시가 갤러리를 바꾸어가며 부끄러움 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나 역시 기획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비난으로부터 자유스럽지 못하다. 시대를 읽는 안목도 없고, 작가들의 스펙트럼은 빈약하고, 새로운 작가 발굴에는 인색하고 게으르다. 너무 허술한 기획 의도, 어떤 각성도 줄 수 없는 기획전 안내만 우편함에 쌓인다.” (『사진 직설』, p. 230)


십 년 전의 반성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후로 최건수 선생님의 글과 가끔 올리는 유튜브의 작가 열전을 관심 있게 봤습니다. 이런 자기 고백을 할 수 있는 이라면, 그가 하는 얘기 또한 귀담아들을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올해 최건수 선생님의 새 책 『사진 이후의 사진』(눈빛, 2024)이 출간되었습니다. ‘사진’이란 무엇이며, 사진으로 예술을 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사십 년 동안 사진에 몰두해 온 작가의 생각을 정리한 글은 읽는 것만으로도 독자를 일깨워 주는 듯합니다.


이번 글은 책에서 발췌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긴 시간 사진에 천착한 작가의 생각을 엿보며, 사진에 대해, 사진을 하는 자세에 대해 곱씹어 보는 기회를 가져 보시길 바랍니다.


“첫 질문은 예술이란 무엇인가로 시작한다. 사진이 무엇인가에 앞서 예술을 묻는 의도는 사진이 예술 속에서 논의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답을 구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예술의 얼굴이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예술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기는 하지만, 미래의 얼굴은 가늠이 안 된다. 그렇다면 예술이 무엇이냐를 묻는 일은 잘못된 질문임이 분명하다. 꼭 물어야 한다면 예술은 무엇이었는지, 과거형으로 물어야 한다.”(『사진 이후의 사진』, p. 15~16, ‘사진이란’)


“이제 사진 이후의 사진이 전면에 등장할 때이다. 기록과 재현의 시대는 끝났다. 쏟아지는 수많은 뉴스에 가짜 뉴스가 얼마나 많이 섞여 있는가? 아직도 사진이 진실과 사실을 전하는 매체라고 믿는 사람들은 순진하다. 지금은 '눈'보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어느 때보다 존중받는다. '눈'에서 '머리'로의 대이동이 시작됐다. (중략) 따라서 사진에서 이미지로의 변화를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 한 사진가 아니 예술가로서의 위치가 정해진다. 꼰대 찍사로 남을 것이냐 아니면 이미지 창조자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할 것이냐에 대한 선택을 해야 하는 때가 왔다. 어쩔 것이냐?” (『사진 이후의 사진』, p. 25~26, ‘사진이란’)


“사진의 모호성은 흥미롭지만 해석에서는 치명적이다.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이 복수(연작) 사진이다. 의도적으로 유사 사진을 반복해 보여줌으로써 해석의 모호성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 이 역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반복적 유사 사진은 익숙해질수록 충격이 약해지고 진부해지기 때문이다. 익히 아는 포르노 사진, 여행 사진, 다큐멘터리 사진의 치명적 약점이다. 좀더 자극적인 신선한 사진을 찾게 된다. 그렇다. 그것이 선전, 기록, 광고를 목적으로 하지 않은 한 이미지는 모호할수록 흥미롭다. 예술에 접근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모호함에서 온다. 기의는 보는 사람에게 위임하고, 의미의 층이 두터울수록 사진은 재미있어진다.” (『사진 이후의 사진』, p. 39~40, ‘사진의 특성’)


“그러므로 '사진은 사진이어야 한다'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사진은 이미지'라는 말에 힘이 실린다. 이제 사진은 거대한 이미지의 바다에 떠 있는 작은 배와 같다. 흔들리면서 자신이 정한 목적지를 향해 가야 한다. 사진이 '이미지'가 됐다는 의미는 모든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는 것을 뜻한다. 확장된 사진, 지평을 넓힌 사진으로 변신이 가능해졌다. 이전에도 이미지의 바다에서 보는 사진의 일종의 이미지였다. 지각적 인상을 포괄하는 감각을 기계를 이용한 사진으로 보여준 사례는 많다. 그러나 '사진은 이미지'라는 생각은 사진을 '추상적 관념'이나 '개념'으로까지 밀고 올라갈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한다.” (『사진 이후의 사진』, p. 47~48, ‘이미지로서의 사진’)





“미술도 사진도 시와 통한다.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사진은 특별한 노력이 없이도 읽을 수 있는 김소월의 시와 같다. 조금 어려운 사진들은 사진을 통해서 바깥 세상을 말하는 사진이다. 신동엽의 시처럼 거리의 노숙인 혹은 노동 현장, 혹은 촛불집회를 찍거나 하는 것들이다. 사회의 좋은 것과 나쁜 것을 찍어 기록해 두는 사진가들은 뭔가 역사적 소명의식이 있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정부가 주도하는 일에 참여하기도 하고, 때로는 어떤 단체의 주문에 의해서 찍기도 하고, 또는 순수한 개인적인 관심을 드러내는데 사진을 쓰기도 한다. 그것은 그것대로 남겨 두자. 이런 사진이 '사회적 사진'이다. 특징은 찍는 자의 어떤 목적성을 강하게 드러낸다. 사진의 내용이 모호할 때는 글의 도움을 받아 책이나 잡지 같은 대량생산이 가능한 지면과 결합하기도 한다. 갤러리나 미술관 같은 화이트 큐브에서 발표하는 형식은 아니다.


현대사진의 황병승의 시처럼 누구의 이해를 바라거나 설득하려고 찍지 않는다. 순수한 자신의 내적 감정을 사진이라는 시각적 형태를 통해서 드러내고 싶은 욕망이 사진을 만드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어떤 주장이나 해결책을 구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순수한 개인적 감정의 시각적 토로다. 이런 사진은 무엇을 찍느냐보다도 그것을 찍음으로써 어떤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느냐가 중요시된다. 한 장의 사진으로는 좀처럼 그런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불가능할 때는 연작 사진의 형태로 반복해서 유사 이미지를 만들게 된다.


이제 결론을 말하자. 현대사진의 자기만의 독창적 언어로 이제까지 없었던 사진을 만들어 가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러니 사진가만이 쓰는 고유 언어를 제삼자가 이해하는 일이 쉬울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언제까지 서정시나 사랑시와 같은, 감정에 호소하는 사진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사진은 하나의 기계적 이미지이면서 독특한 사진가의 언어이기도 하다. 모든 언어가 그렇듯이 언어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배우고 익혀서 알아가야 한다.” (『사진 이후의 사진』, p. 61~62, ‘사진 언어’) 


“예술에 편입된 사진이 대접받기 위해서는 탄탄한 자신의 논리가 필요하다. 사진은 자체적인 이론과 논리에 취약했다. 깨지기 쉬운 유리처럼 외부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치열한 투쟁도 논쟁도 없었다. 최근에야 이런 결핍을 채우기 위해 긴급 수혈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그마저 철학이나 미학의 단편적 견해를 금과옥조처럼 받들고 있는 형편이다. 롤랑 바르트, 발터 벤야민, 수전 손택, 피에르 부르디외, 빌렘 플루서 등의 책에 밑줄을 치고 내면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물론 읽어야 한다. 그래야 무시당하지 않는다. 사진이 무엇인지, 어떤 특성이 있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래야 설득력이 있고, 자신의 사진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생긴다. 지나온 사진의 역사와 거기에 따른 미학 이론을 찍기 전에 챙겨야 한다.” (『사진 이후의 사진』, p. 67, ‘우상의 파괴’)


“사진을 찍는 것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하루 이틀 안 찍었다고, 아니 일 년을 안 찍는다고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찍는 일이 아니다. 스스로 다짐하고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그래 바보야, 찍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야.' 맞다. 인생을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중요한 것처럼 사진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는 일이 찍는 것보다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다. 눈에 띄는 사진책이면 번역서든 원서든 가리지 않고 사들였다. 짬짬이 유명 사진가들을 만나서 그들이 배운 혹은 생각하는 사진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열심히 전시장을 찾아다니면서 다른 사람들의 사진을 둘러봤다. 그러면서 단순히 밖의 세계를 기계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사진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사진 이후의 사진』, p. 93~94, ‘사진, 어떻게 할까’)


“보통 사진을 재현이라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천만의 말씀이다. 3차원의 세계를 2차원의 종이에 담았을 때 오는 빈약함을 한두 번씩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여름날 설악산의 대청봉에서 밀려오는 구름을 찍다가 이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좋은 카메라 혹은 렌즈를 가지고 눈앞의 풍광을 찍어도 사진은 늘 빈약했다. '좋은 것은 찍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라는 어느 영화의 대사가 떠올랐다. 그래서 다시 질문을 이어갔다. 그렇다면 '사진은 뭘까?' 이제까지 사진을 해오면서 얻은 나름의 결론은 이렇다.


사진도 하나의 이미지의 일종이기에 예술의 일원이 될 충분한 자격이 있다. 그렇다면 사진보다 상위 개념인 예술 속에서 사진을 바라보고 생각해야 한다. '예술 속에서의 사진'이다. 폴란드 작가 포레브스키의 예술에 대한 정의를 만나면 참 아득해진다. 그는 예술을 정의하기를 "관심을 끄는 능력이 있다면 어떠한 것도 예술작품이다"라고 했다. 참 급진적인 말이다. 동의할 수 없다. 모든 것이 예술이라면 모든 것이 예술이 아닐 수 있으니, 이것은 예술 무용론과 무엇이 다른가. 그러나 중요한 깨달음은 준다.” (『사진 이후의 사진』, p. 101~102, ‘사진의 처방전’)


“사진을 계속할 수 있는 조건은 세 가지이다. 첫째가 열정, 둘째가 타인에게 보여줄 만한 작품, 마지막으로 자금력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열정이다. 열정이 있으면 두 번째, 세 번째 문제는 해결이 된다. 무엇보다도 열정은 순수해야 한다. 대가를 바라는 열정은 쉽게 사라진다. 그건 열정이 아니다. 맹목적 열정이 열정이다. 한번 열정이 식은 사람에게는 열정은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사진 이후의 사진』, p. 118,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참조.

최건수 사진직설 유튜브: https://www.youtube.com/@user-qh8fr6sg6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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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다운은 이미지를 만나며 떠오른 감정과 생각을 글로 풀어내고 있다. 사진을 찍는 것보다 보고 읽는데 더 큰 흥미를 갖고 있으며, 뉴욕에 있는 사진 전문 갤러리 탐방기인 『뉴욕, 사진, 갤러리』(2021)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