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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 예술 세계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 ARTLECTURE

지방은 예술 세계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Site-specific / Art-Space/
by 아치
지방은 예술 세계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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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얼마 전, 한 미술 웹진의 편집자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이것저것 많은 이야기가 오고갔지만 대화 중 단연 자주 등장한 키워드는 '지방의 (혹은 시골의) 예술신' 이었다. 내 주위의 많은 동료 예술가들과 문화계 종사자 지인들 중 살인적인 물가를 감당하지 못하고 런던을 떠난 사람들이 많다. 그 중에는 좀 더 싼 대도시, 예를 들어 베를린, 암스테르담 등으로 이주해 간 친구들도 있으나, 자신의 고향 마을로 돌아가거나 런던 교외로 이주해 간 사람도 있다. 시골로 이주한 나의 동료들, 그리고 그들의 지역 동료들은 어떤 방법으로 예술 활동을 영위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그들과 더불어 대도시에 집중하는 문화 중심주의를 거부하는 사람들, 지역사회의 예술활동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이 사는 지역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지역사람들이 함께 일구어낸 미술신들은 어떤 식으로 존재하고 있을까?


View of the Hauser and Wirth Sommerset, image provided by Hauser and Wirth, 2023

 


2015년, 스위스 출신 유명 다국적 갤러리 하우저 앤 워스(Hauser & Wirth)는 부르턴(Bruton)이라는 런던 근교의 작고 예쁜 마을에  ‘하우저앤워스 소머셋(Hauser & Wirth Sommerset)’을 개관했다. 부르턴에 25만 평 규모의 농장을 매입, 5개의 전시장과 교육장, 예술 정원, 아티스트 레지던스 등을 갖춘 광대한 복합문화기관으로 재탄생시켰는데, 영국의 유명한 정원디자이너인 피트 아우돌프가 디자인한 아름다운 예술정원이 특히 유명하다. (피트 아우돌프는 뉴욕의 하이라인, 배터리파크등 굵직한 공공정원 프로젝트를 디자인해온 영국 출신의 정원 디자이너로, 영국 특유의 자연스러운 정원 감성을 잘 표현하는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낡은 농가를 개조해 만든 '아트호텔', 농장 부지에서 생산되는 신선한 식재료를 파는 상점,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와 연계된 교육 프로그램과 더불어 지역 학교들을 대상으로 하는 워크샵 또한 활발하다. 이것은 도시 외부로의 영향력을 확장하고자 하는 하우저 앤 워스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며 2024년 현재까지도 훌륭하게 운영되어오고 있다. 시골, 혹은 오프그리드에서의 예술 경험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그림 같은 풍경과 어우러지는 문화 경험에 대한 로맨틱한 관심은 분명히 미술 시장의 트렌드 중 하나이다. 예술 관광을 원하는 일반인들, 그리고 수집가나 예술 애호가들의 이러한 수요를 영리하게 파고든 하우저 앤 워스 소머셋 갤러리는 성공적인 전략적 성과물로도 볼 수 있을것이다*.  


A view of Lawson Park from their impressive gardens. Image Courtesy of Grizedale Arts, Photo by Rachel Hayton

 


아름다운 휴양지로 유명한 레이크 디스트릭트(Lake District) 지방에 위치한 그리즈데일 예술센터 (Grizedale Arts) 또한 현대 미술의 농촌 지역, 작품 및 땅과의 관계에서 이론을 정립하고 실천적 전시를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으로 2013년 프랑스 출신 작가 로라 프로보스트(Laure Prouvost)에게 터너상을 안겨준 비디오 인스톨레이션 작업 'Wantee'가 바로 이곳, 그리즈데일 예술센터 레지던시에서 탄생했다. (video link: Laure Prouvost - Wantee


Setting the Table_ Village Politics, Myvillages at Whitechapel Gallery, London, England, 2019. Photo by Wapke Feenstra


 

영국 외부로 눈을 돌리자면, 서유럽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마이빌리지(Myvillages)'라는 단체를 소개하고 싶다. 2003년에 카트린 벵, 와프케 펀스트라, 안티 쉬퍼 세 사람에 의해 설립된 미술단체로, 러시아 지비치에 소규모 도자기 생산 시설을 설립하는 협력 프로젝트나, 네덜란드와 미국 농부들 간 지식 교류를 촉진하는 등 세계 곳곳의 농촌 지역과 협력하여 활동하는 예술단체이다. 런던의 화이트채플갤러리(Whitechapel Gallery)에서 2019년에 개인전을 가졌으며, 화이트채플갤러리와 MIT 출판의 유명한 예술담론책 시리즈인 'Documents of Contemporary Art' 중 '농촌(The Rural)'을 마이빌리지가 집필했다*. 농촌과 미술에 관련한 다양한 비평적 글과 실천적 프로젝트가 담겨있으니 이 주제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 읽어봄직 하다. 이들은 한 도시, 국가, 혹은 거대 세력에 의한 문화적 지배에 대해 비판하며 농촌의 다양성과 동적인 면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한다.


이 외에도 수 없이 많은 갤러리, 예술단체, 개인 예술가들이 도시 외부에서 담론을 형성하며 활동하고 있다. 물론 거대 갤러리나 기관이 아니고서야 이 모든 것들이 쉽지만은 않다. 빠른 지역 소멸로 인한 학교 및 대중교통과 같은 인프라의 부족, 투자의 부족은 작은 단체들에게 심각한 도전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공공펀딩의 축소 또한 이들에게 타격을 입히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이들을 방문하고 응원하고 있으며 필자 또한 그 중 한 사람이다. 휘황찬란한 도시의 예술세계에 맞서는 대안적 예술신, 지방의 예술신에 주목해보기를 제안하며 이번 기고를 마친다. 


참고문헌

Countryside, The Future | The Guggenheim Museums and Foundation

Countryside, The Future is "nothing to do with architecture" says Koolhaas (dezeen.com)

MyVillages.org

CAMPLE LINE – Arts Organisation in Nithsdale

Countryside: The Future (oma.com)

How Hauser & Wirth Took Over the World | Frieze

Is the Countryside the Future of the Art World? | Frieze

하우저앤워스의 30년 여정은 어떻게 유일무이한 메가 갤러리를 만들어냈을까 | StyleCho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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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아치_전시 기획도 하고, 작업도 하고, 밭도 갑니다. 공간에 관심이 많으며, 현재 런던에 거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