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크로스 재생 프로젝트는 25년간 런던 시장이 5번 바뀌는 동안 굳건하게 대원칙을 유지해가며 진행되어왔다. 오래된 건물과 장소들을 밀어버리지 않고 훨씬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을 감수하며 옛 건물과 역사를 보존하여 활용하는 방법적 접근은 인상깊었다. 장장 353회에 걸친 놀라운 주민 공청 횟수와 그것을 통해 4년간 대 원칙을 세운후, 계속적인 소통을 통해 지역사회를 적극적으로 포함했다는 점 또한 이 프로젝트가 자랑할 만한 성과이다
어린 해리 포터가 호그와트에 가기위해 9와 3/4 승강장에서 기차를 타는 장면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마법사들만 이용할 수 있는 이 승강장은 어린 해리가 마법의 세계로 건너가기 위한 관문으로 상징적 의미를 가지는 곳이지만, 우리같은 머글들에게도 그 못지않게 중요한 곳이다. 킹스크로스 기차역(King’s Cross Station)은 유로스타의 출발지이자 종착역으로, 영국 북부 지역의 대표 산업 도시와 통하는 연결로이자 1800년대 중반 산업혁명의 상징인 증기기관차의 발착지이기도 했던 역사적인 장소이다. 그 당시 기차 운송의 폭팔적 성장에 힘입어 킹스크로스는 급속하게 팽창했으나, 산업혁명의 시대가 저물며 주변 상하차 부지(약 25만㎡)과 각종 공장, 창고들은 점차 버려진 땅이 됐다. 당연하게도 지역은 쇠퇴의 길을 걸었으며, 지인의 어머니에 따르면 그 동네는 매춘과 범죄로 뒤범벅이 되어 돈을 줘도 못 살 동네 라고 했으니 킹스크로스 암흑기의 수준을 짐작할 만하다.
A picture postcard of King's Cross in 1906. Courtesy of the London Transport Museum collection.
킹스크로스 재생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1996년, 세인트 판크라스 역에 LCR (런던 & 컨티넨털 철도) 종착역이 들어서기로 확정되면서 부터였다. 킹스 크로스 역세권 재생사업 대상지역은 킹스 크로스역을 시작으로 뒤편 리젠트 운하까지 연결되는 1㎞ 구간을 포함한 전체 약 27만㎡의 토지와 낙후된 건물들이었다. 1997년에 킹스크로스 관할구청이었던 캠든, 런던 컨티넨탈 철도 (LCR), 킹스크로스 파트너십이 프로젝트의 비전과 방향을 담은 보고서를 만들었고, 그 이후 약 4년간 어떤 방향으로 재생 프로젝트를 만들 것인지 방법을 찾기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2001년, 마침내 킹스크로스 도시재생사업 공모가 이뤄졌고, 부동산 전문 개발사 아전트(Argent)가 제안서를 제출했는데, 그들은 버밍험에서 대규모 운하 주변 낙후지역 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프로젝트의 핵심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제안서를 제출했다. 그것은 장기간 진행될 대형 프로젝트에 철저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 보다 모든 이해관계자가 재생사업 계획에 합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대원칙과 과정을 제시하겠다는 것을 골조로 했다고 했으며, 인간을 위한 도시의 기준 (Principles for a Human City)라는 보고서에서 이를 잘 확인할 수 있다. *
아젠트를 사업자로 선정한 이후, 2006년까지 공청회와 워크숍, 길거리 미팅, 이벤트 등 353회에 걸친 만남에 7500여명이 참여하는 대단한 소통의 과정을 거쳤다.* 그 과정에서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 등 6가지 합의 내용을 담은 마스터 플랜을 만드는데 합의했는데, 주거, 비즈니스, 환경, 지역 커뮤니티 차원의 이슈를 복합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접근법을 택하고 있다. 또한 이 마스터플랜에서는 전체 개발 지역의 약 80%만을 구체화하고 20%는 남겨두었다고 하는데, 이것은 긴 재생사업 기간을 고려해 여백을 남겨두어 다음 세대가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한것이다. 그때 당시에는 상대적으로 적게 논의되었던 탄소배출, 넷제로 (NetZero)가 지금은 재개발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으니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이라고 하겠다. 보통 대형 사업들이 이미 마스터 플랜이 확정된 상태에서 탑다운 방식으로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라면, 이렇게 킹스크로스 재생 사업은 전혀 다른 과정을 밟으며 진행되었다.
King's Cross Central Masterplan, image credit: RIBA
장기간에 걸친 회의와 소통 끝에 2006년, 허가가 떨어졌다. 이어 공공영역에서 철도역 주변의 토지 매입을 시작으로 재생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기존 철도부지를 중심으로 교통인프라의 복합적 활용과 주변지역과 연계한 재생사업, 시민친화적 공간 조성에 나섰다. 전체 면적 중 40%를 공원과 광장 등 공공의 공간으로 계획하고, 주거, 상업, 업무, 숙박, 문화, 주거 등 다양한 기능을 도입해 낙후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했다. 주민과 상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10개의 공원과 광장, 20개의 거리, 3만여 평의 공공공간을 목표로 제시했다*. 킹스크로스 사이트 전체에 걸쳐 섹션 위치별로 상인과 주민들이 실제적으로 필요한 공간을 전문가들과 논의와 협의를 거쳐 디자인했으며, 이는 킹스크로스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대중에게 프로젝트가 공개된 현재, 면적 8만㎡ 규모 커뮤니티 시설에서는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이 열리며 거의 매일 전시·공연·문화 행사가 개최된다. 그래너리 광장(Granary Sqaure)의 거대 분수를 비롯한 공원과 볼거리도 다양하다.
이 지역은 낙후되었으나 텅 비어있던 부지는 아니었다. 앞서 말했듯 산업혁명기를 거치며 생겨난 오래되고 낙후된 건물들이 가득 차있는 곳이었는데, 이러한 기존 건물을 전부 철거하는 대신 역사적 건물은 보존하면서 새로 짓는 건축물들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을 선택했다. 빅토리아 시대에 지어져 물품 상하차장으로 쓰이던 그래너리 빌딩( Granary Building)은 보수 과정을 거쳐 센트럴 세인트 마틴(Central Saint Martins) 미술대학 캠퍼스가 이전해 왔다. 지상 11층짜리 오피스 건물 '랜드스크래퍼(Landscraper)'에는 구글의 영국 본사가 입주했다. 그 외에도 패션 브랜드 루이비통, 유명한 영국 디자이너 톰 딕슨(Tom Dixon), 유니버설뮤직을 이 구역으로 모셔온 것은 예술과 창조산업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이미지 메이킹과 경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킹스크로스에 적극적으로 영입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부였다. 영국의 유명한 건축 디자이인 헤더윅(Heatherwick)이 리모델링한 콜 드롭스야드(Coal Drops Yard)에 조성된 쇼핑몰, 카페, 레스토랑과 킹스블루바드 거리(King's Boulevard)에 조성된 쇼핑 거리는 런던을 대표하는 제일 큰 산업 예술 상업 복합지구가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는 킹스크로스 일대에 새로운 사업 기회와 일자리를 창출했고, 그에 따른 경제적 성과 또한 엄청나다. 또한, 앞서 말한 몇 개의 상징성 있는 건물이 있기는 하지만 무려 3조원이 투자된 이 프로젝트를 대표하는 공간이 무엇일지 선뜻 이야기하기 쉽지 않은데, 이것은 킹스크로스를 재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독보적 랜드마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여러개의 다른 성격을 지닌 각각의 공간과 건물들이 한데 조화를 이뤄 주변의 공간과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 민,관의 의지가 담긴 것이다.
킹스크로스 재생 프로젝트는 25년간 런던 시장이 5번 바뀌는 동안 굳건하게 대원칙을 유지해가며 진행되어왔다. 오래된 건물과 장소들을 밀어버리지 않고 훨씬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을 감수하며 옛 건물과 역사를 보존하여 활용하는 방법적 접근은 인상깊었다. 장장 353회에 걸친 놀라운 주민 공청 횟수와 그것을 통해 4년간 대 원칙을 세운후, 계속적인 소통을 통해 지역사회를 적극적으로 포함했다는 점 또한 이 프로젝트가 자랑할 만한 성과이다. 런던은 산업혁명의 발상지로 근대적 의미의 도시가 제일 먼저 발생한 곳이며 따라서 노후 도시 재개발과 도시 재생에 있어 유럽 내에서도 제일 먼저 논의가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킹스크로스의 성공적인 도시재생은 영국의 도시재생에 대한 국가적 관점과 방향성이 담겨있는 소중한 자산이며 나아가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한국의 도시들에게 좋은 벤치마킹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참조문헌:
King’s Cross railway lands: A “good argument” for change?, The Bartlett, UC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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