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eze 2023, 공공프로그램을 말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런던 프리즈 위크(Frieze week).

2003년 런던에서 영국의 현대미술 작가들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던 프리즈 아트페어는 올해도 역시 6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다녀가며 여전한 영향력과 티켓파워를 증명해냈다. 흔히들 프리즈 하면 메인 이벤트인 '프리즈 런던' 과 '프리즈 마스터즈'를 떠올리지만, 오늘은 프리즈가 운영하는 공공 프로그램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비록 상업적인 행사인 아트페어이지만, 국제 미술계 인사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담론 형성을 위해 프리즈는 중요한 퍼블릭 프로그램들을 운영한다.

대표적 프로그램은 프리즈 마스터즈 토크 (Frieze Masters Talk)인데, 올해는 내셔널 포트레이트 갤러리 관장인 니콜라스 컬리넌(Nicholas Cullinan)이 감독을 맡아 토마스 프라이스(Thomas J. Price)같은 (비교적) 젊고 주목받는 작가부터 레이첼 화이트레드 (Rachel Whiteread), 사라 루카스(Sarah Lucas), 브라이어니 퍼(Briony Fer)와 같은 미술사에 중요한 쟁쟁한 작가, 미술사학자들의 세미나, 토크를 기획했고, 미술 담론을 생성하고 토론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 

또 다른 프로그램은 프리즈 조각공원 (Frieze Sculpture Park) 이다. 첫째날 티켓이 40만원을 훌쩍 넘는 프리즈 아트페어와 달리 조각공원은 리젠트 파크(The Regent's Park)에서 무료로 관람 가능한 프리즈의 공공조각 전시이다. 올해는 터키 출신 독립  큐레이터 파토쉬 우스텍 (Fatoş Üstek)이 큐레이션을 맡았고, 9월 29일에서 10월 29일까지 한 달간 총 21명의 작가들이 작품을 선보였다. 

Yinka Shonibare CBE RA, Material (SG) IV, 2023, Stephen Friedman Gallery. Frieze Sculpture 2023. Courtesy of Linda Nylind / Frieze

다만 기획 방향에 있어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데 대해 약간의 첨언을 하자면, 조각공원에 들어간 21개의 작업에 대한 조사를 해 본 결과*, 각 작가들과 함께하는 갤러리들 중 13개의 갤러리가 2023년 프리즈에 참가하는 갤러리들이었다. 나머지 8개의 갤러리 중 상당수가 예전 프리즈 아트페어, 혹은 올해 프리즈 뉴욕, 프리즈 서울에 참가했던 갤러리들이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 런던, 혹은 그 주변 지역 갤러리들이었으며, 어떤 카테고리에도 속하지 않는 갤러리는 단 두 개, Helsinki Contemporary(핀란드)와 BüroSarıgedik(터키) 였다. 페어기간동안  만난 페어 관계자, 몇몇의 큐레이터, 마케터등 미술계 종사자들과 이 주제로 이야기를 해 본 결과, 공통적으로 나온 이야기들은 다음과 같다. "공공조각은 회화, 비디오 작업보다 훨씬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기도 하거니와, 지난 몇 년간 끝도 없이 치솟은 화물 운송비용 또한 부담을 더한다. 따라서, 프리즈 조각공원에 들어가는 작업은 프리즈에 참여하는 갤러리들의 소장작품, 혹은갤러리를 낀 작업들로 선정되며, 판매를 목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페어는 기본적으로 '미술품을 사고 파는 행사' 이기에, 이것은 야외 조각의 전시,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조각공원 프로그램의 한계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료로 대중에게 공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조각 공원이 운영된다는 데에 있어 높은 점수를 주고싶다. 

마지막으로, 영국 국립 아트펀드(Art Fund)의 역할 또한 빠질 수 없다. 아트펀드의 옛 이름은 'National Art Collections Fund'로, 주로 국민의 미술 소양을 높이기 위한 컬렉션 구입을 목적으로 하는 펀드이다.* 아트 펀드는 프리즈라는 플랫폼을 통해 작품을 구입하고, 또한 아트펀드에서 구입한 작품으로 이루어진 컬렉션을 연구하는 기회를 만든다. 그저 미술품을 사는 일방적이고 일시적인 지원이 아니라, 작품에 대한 후속 지원과 작업, 작가에 대한 연구 지원을 통해 작품을 더욱 살아있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큐레이터와 미술사가들이 새로운 해석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국민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또한 아트펀드 장학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의 큐레이터중 열 명을 선발해 프리즈에서 이틀동안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 또한 제공한다.  

내년에 다시 돌아올 프리즈에서는, 메인 페어 이외에 진행되는 다양한 공공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프리즈를 더욱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