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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의 중세: 기사문학의 공포와 판타지의 만남 | ARTLECTURE

게임 속의 중세: 기사문학의 공포와 판타지의 만남


/Insight/
by 김태은
Tag : #게임, #중세, #공포, #판타지
게임 속의 중세: 기사문학의 공포와 판타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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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중세 기사문학의 고유한 특성은 현대 게임 속 판타지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중세의 미지의 세계와 공포 요소는 게임에서 흥미롭게 재탄생되며 플레이어에게 새로운 경험과 긴장감을 제공한다. 비현실적인 무기와 마법, 그리고 괴물과 드래곤 같은 초현실적 존재는 플레이어에게 더 깊은 몰입감과 참여의 기회를 제공한다.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는 자신만의 중세 기사처럼 여정을 떠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며 보상을 얻게 된다. 이러한 판타지 세계의 매력은 현대인들이 탈출하고자 하는 포스트모던의 특성과도 연결된다. 게임을 통해 우리는 과거의 중세 세계에 잠시 동경하며, 자연과 초자연이 공존하는 그 시대의 미스테리와 모험을 체험하게 된다. 그렇다면 게임이 기사문학을 차용하게 되는 것에는 어떠한 요소들이 작용하는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관계가 비단 기사문학에만 국한 된 것인가?

기사문학은 중세시대의 기사의 이야기를 다룬 문학으로 십자군이 나서던 시기인 12세기에 프랑스에서 탄생하여 전유럽에 전파되었다. 현대 대중 매체에서도 자주 다루어지며, 기사문학의 각종 클리셰는 현대 서양 판타지의 기원이 되었다. 


게임에서 중세를 다룰 때 빠질 수 없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로써 기사의 이야기는 메인 중심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 기사는 어떠했으며 이러한 기사를 왜 기사문학이라는 장르로써 재편했는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중세 봉건시대의 기사는 고귀한 귀족이 소유한 영지를 보호하며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원래는 농민과 같은 존재에서 시작하였으나 그들의 군사적 능력과 권력을 인정받아 귀족들의 핵심 군사력으로 사용되어졌다. 십자군 전쟁 시기에 기사들은 더욱 큰 권력을 갖게 되었는데, 이런 역사적 시기의 전환된 기사의 특성은 게임의 주인공 캐릭터와도 잘 어울리는 매력적인 소재가 된다. 기사들은 미션 수행능력이 뛰어나고, 그들의 업적들은 문학에서도 자주 다루어졌다. 군주를 보호하는 기사의 이야기가 마법이나 괴물을 물리치는 역할을 통해 자연스럽게 판타지 요소로 장식화되는 변화과정을 거친다.


영화 "킹덤헤븐"에서도 볼 수 있듯이, 기사의 삶에는 신앙과 충성, 그리고 사랑을 향한 높은 헌신이 담겨 있다. 이러한 테마는 현대의 한국 드라마에서도 자주 재현되는 소재이기도 하다. 아래 그림을 통해 볼 수 있는 갑옷을 입은 기사의 모습은 실제 중세 기사의 일상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영화Kingdom of Heaven 메인 포스터



사실, 중세 초기의 기사들은 "밀레스"라는 용어로 불리며 귀족에게 봉사하는 기병이었다. 초기에 그들은 멋진 갑옷을 입은 전사가 아니라 귀족이나 군주를 위해 일하는 하인이나 농민에 가까운 존재였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12~13세기를 거치며 기사 계급은 점차 귀족과 가까워졌고, 14세기에는 둘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기까지 했다. (1)



전투를 벌이는 트랜지셔널 아머 시대의 기병들을 묘사한 14세기 후반 그림 (출처: 나무위키)



중세 봉건시대의 기사는 국왕, 공작, 백작 같은 권력자들과 함께 무력을 행사하며 그 영지를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들은 단순히 역사적 사건에서의 주권을 보호하는 집단이 아니라, 철저한 신체적, 정신적 훈련을 거쳐 기사 서임식이라는 의식을 통해 완성된 무인이었다. 이는 일본의 사무라이나 한국의 화랑과 같은 전통적인 무사집단과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사들에 대한 이야기는 신비로운 요소와 결합되면서 일반 사람들의 마음 속에 깊게 자리 잡게 되었는데 드래곤과 같은 가상의 존재를 도입해 기사를 공공의 적을 무찔러 넣는 유일한 영웅으로 설정함으로써 그들의 통쾌한 승리를 통해 국민들은 기사를 공경하게 된다. 이런 구조는 현대 게임의 구조와도 비슷하여 게임 내에서도 자주 활용되는 원인이 된다.


귀족은 태어나면서부터 그 지위를 가질 수 있었지만, 기사는 그렇지 않았다. 기사는 훈련을 통해 만들어지며, 이는 기사도의 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2) 


게임 속에서는 기사가 군주에게 헌신하고, 대가로 사랑을 받는 구조가 자주 등장한다. 군주가 기사에게 공주를 상으로 주는 것은, 그 시대의 문학구조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특징인데. 이런 구조는 단순히 기사가 무엇을 극복해야 하는지, 그 대상이 무엇인지를 반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문학에서 기사가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 가상의 괴물인 드래곤이 되는 것이다. 아무도 본 적이 없어 정보가 없으므로 구전되어지는 대상에 대한 공포심리는 무척 컸을 것이다. 이러한 대상과 마주하는 기사에 대한 존경과 동경은 자연스럽게 판타지를 만들어내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중세시대의 활자이전의 문맹은 드래곤에 대한 정보없음과 동일한 조건이었을 것이 된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절대악'의 대표로 바다속의 괴물이나 요괴가 등장한다. 일본은 자주 태풍에 시달리는 섬나라로, 바다로부터의 위험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은 일본의 애니메이션에서도 자주 등장하며, 수퍼로봇이 요괴나 괴물을 물리치는 테마로 활용되었다.


서양의 드래곤, 곧 곱게 머리가 달린 용은 인간의 일반적인 능력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초월적인 악을 상징한다. 이 악을 정복하는 히어로는 바로 기사이다. 기사문학의 주요 구조는 악 (용, 마법사, 침략자)이 사회를 위협하게 하고, 기사가 나타나 모험을 떠나 그 악을 물리치기 위해 모험을 떠나 결국 그를 패하고 명예와 사랑을 획득하는 것이다. 모험을 떠난다는 것은 문학에서 여정, 타임라인을 만들어 플롯구조를 설계하기위함이고,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스테이지를 올리면서 지속적으로 게임을 할 수 있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사는 반드시 물리칠 적에게 금방 다가서서는 안 된다. 산넘고 물건너 긴 여정의 모험을 떠나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타워즈"의 첫 번째 영화도 이런 전형적인 기사문학의 구조를 따르며, 이러한 구조는 서양에서는 클리셰로 간주될 정도로 흔히 사용된다. 전형적인 서부영화의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넓게 보면 스타워즈 1편은 중세 기사문학에서 인용된 퀘스트 네러티브의 형식과 유사한 진행을 보인다.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면 리워드를 주는 구조이다. (3) 


게임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engage' 형태로 나타나게 되며, 플레이어는 게임 속에서 기사가 되어 이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것이다.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는 목표를 달성하고, 그 대가로 reward(리워드)를 획득하는데, 이 리워드는 대부분 사랑과 명예를 의미한다. 특히, 게임의 주 캐릭터인 기사는 주로 젊고, 강하며, 멋진 남성으로 설정되며, 그의 보상은 아름다운 여성과의 사랑으로 매칭이 되는 것이다. 사랑, 즉 리워드는 게임에서 달성한 목표에 대한 보상과 연결되어 있다. 게임에서의 이 목표와 보상은 중세 기사문학의 일과 보상 구조와 같아, 게임에서 중세 판타지 소재가 자주 사용되는 근본적인 이유가 되는 것이다.


중세 문학에는 머리가 아홉 개 달린 기괴한 괴물 같은 존재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괴물은 실제로 누구도 본 적 없는, 보이지 않는 공포의 대상일 것이다. 그 결과, 사람들의 공포는 더욱 증폭되기 마련이다. 현대 게임에서 이러한 존재들은 주로 'Evil'이나 'Monster'로 표현된다. 현대 미디어는 다양한 방법으로 이런 괴물을 표현할 수 있지만, 미디어의 부재 속 중세에서는 괴물에 관한 이야기가 주로 그림이나 소문을 통해 전해졌다. 이러한 드래곤과 같은 미지의 존재들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무찌르는 방법 또한 검증 된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미지의 존재를 물리칠 수 있는 전설 속의 영웅, 즉 기사가 이야기에 등장하여 이 모든 의혹과 공포를 없애준다. 



Illustration of a winged dragon by Friedrich Justin Bertuch, 1806.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이러한 영웅, 혹은 기사와 동일한 존재가 되어 그 공포를 물리치게 되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초자연적인 능력이나 무기는 현실성에서 벗어난 것일지라도, 그것은 게임의 몰입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러한 비현실적 요소는 게임의 기술적 특징과도 잘 어울리며, 이러한 이유로 중세 테마와 아이템들이 게임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되는 것이다. 


게임에서 주인공 혹은 적들이 초현실적인 능력을 지니는 것은 플레이어에게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이런 특별한 능력, 예를 들면 게임에서 언급되는 '파티클' 같은 에너지는 그 모양과 발생시기가 과학적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비논리성을 지니고 있으나, 그것이 바로 게임의 매력을 형성하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중세의 판타지적인 아이템이나 설정이 게임에서 큰 인기를 끄는 이유 역시 이러한 비논리적 설정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게임 속 캐릭터의 묘사는 때로 과장될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기사의 갑옷과 무기는 현실적인 물리의 법칙에서는 불가능할 정도로 과장되어 표현되곤 한다. 여전사들의 경우에는 섹슈얼리티와 실제 전투 능력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난감함이 없지 않지만 이와 관련된 여성 캐릭터의 성적 표현에 대한 논의는 다른 연재에서 상세히 다루기로 하겠다.


또 한 가지가 이런 과장된 표현의 중심 축 중에 하나가 바로 좀비 설정이다. 게임에서 인기있는 좀비 설정 역시 이런 과장된 표현의 연장선에 있다. 좀비는 사실상 서양에서 창조된 가상의 괴물이지만, 공포를 감각적으로 느끼게 하는 대상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특히 최근 한국 영화에서도 좀비가 등장함에 따라 동양인들에게도 좀비에 대한 공포와 흥미가 커지고 있다. 게임 내에서 좀비를 제거하는 행동은 도의적으로 부담스럽지 않게 플레이어에게 통쾌한 경험을 제공하며, 이렇게 봤을 때, 좀비는 게임 속에서 중세 판타지의 괴물과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된다. 



게임에서 중세 소재가 자주 쓰이는 이유는 다양하고 몇 가지 원인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중세의 비현실적 존재들은 미지의 세계에서 왔다는 설정만으로도 공포와 흥미를 끌어낼 수 있다. 이렇게 알려지지 않은 무언가에 대한 공포는 게임을 진행하는 주된 동기가 된다. 게임의 주적은 곧 그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둘째, 중세는 현대에 비해 정보가 제한적이다. 숲, 골짜기, 지도의 한계 등이 정보의 제약을 초래하는데, 이는 게임에서의 미스터리나 탐험 요소로서의 재미를 높인다. 불확실한 정보와 모험은 결국 미스터리 공포물의 문법과 유사한 흥미로운 게임 경험을 제공한다. 셋째, 현실에서의 제약을 뛰어넘는 게임의 특별한 능력이나 무기는 비현실적인 적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 된다. 이것은 플레이어에게 새로운 전략과 방법론을 탐구하게 만든다. 게임 속의 초자연적인 요소들은 플레이어의 전투력을 증가시키며, 이는 게임 내에서의 성취감을 더욱 향상시킨다.


마지막으로, 현대인들은 종종 현대 문명에서의 탈출구를 찾는다. 중세는 근대 이전의 동경할 만한 시대로 인식되며, 그 시절의 모험과 귀족 문화, 그리고 자연과 초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세상은 게임에 깊은 영감을 제공한다. 이렇게 중세는 현대의 테크놀로지와는 다른,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로써 게임 속에서 그 가치가 빛을 발한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현상은 포스트모던적 현상의 일부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전통적인 메타 내러티브나 거대서사를 거부하고 어떤 현상이나 사건에 대한 절대적인 진실과 해석을 부인하기 때문이다. 게임에서 중세이 사건이나 캐릭터, 문화를 현대의 눈으로 재해석하고, 때로는 판타지 요소를 섞어 새로운 스토리를 구성한다. 그럼으로써 현실과 픽션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든다. 이러한 점은 게임에서 중세의 실제 역사적 사건과 판타지적 요소가 혼합되어 표현되는 것과 부합된다. 또한 대중문화의 재샹산을 중요시 여겨 중세를 소재로 한 게임은 대중문화에서 인기 있는 요소를 지속적으로 재생한 해내어 이를 통해 게임의 인기를 유지한다. 게임 플레이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게임의 스토리나 세계를 경험하게 되며, 이는 포스트모던의 다중성의 원칙과 일치하는 지점이다. 이처럼,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공포대상을 만들고 이를 무찌르는 각종 장치들을 만드는 것. 이것은 메타피직스와 가상현실이 대체현실로 치환되는 요즘에 다시 고찰해봐야할 이유이다. 스팀펑크, 사이버펑크 등의 펑크 컬쳐 시리즈는 위에서 언급한 개념들이 해체되고 제조립되면서 개념과 개념 사이의 간극을 더 벌리고 있다. 그것이 벌어질수록 펑크의 효과가 커지게 되고 펑크컬쳐들은 계속 재생산되는 것이다. 활자시대 이후, 디지털 하이퍼 텍스트가 난무하는 이 시기에 정보의 양은 많지만 그 정보들 조차도 하나의 허구일 수 있다고 미루어 본다면, 우리는 다시 문맹이 보편화된 중세시대로 거슬러 올라 갈 수도 있을 것이다. 


(1) 콘스탄스 브리텐 부셔, 강일휴 옮김, [중세 프랑스의 귀족과 기사도], (서울: 서신원, 2005) 13-46쪽

(2) 콘스탄스 브리텐 부셔, 강일휴 옮김, [중세 프랑스의 귀족과 기사도], (서울: 서신원, 2005) 13-46쪽

(3) https://www.medievalists.net/2019/12/the-medieval-world-of-star-w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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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태은_김태은 작가는 미디어아티스트이자 영화감독이다. 가상현실과 테크놀러지를 활용한 콘텐츠 분야에서 활동중이다. (www.iir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