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의 깊은 물 속, 수영복과 꽉 끼는 수영모를 착용한 세 명의 여성이 보인다. 아래로 향한 머리와 주변의 황금색 물거품은 이 여성들의 막 입수한 모습을 나타낸다. 화면 위쪽에는 금빛 물결이 일렁이고, 은은한 햇빛이 세로로 비춰지고 있다. 위 그림은 영국의 서머셋 출신 작가 낸시 파머 (Nancy Farmer)의 수영 페인팅 시리즈 중 <(수요일 수영) The Wednesday Swimmers> 이다.
Nancy Farmer, <The Wednesday Swimmers>, 2018 (https://waterdrawn.com/2018/08/20/the-wednesday-swimmers/)
작가는 주얼리 디자인과 금속 보존을 공부했으며 1999년도부터 회화 작업을 시작했다. 수채화와 전공을 살려 금이나 은 가루로 텍스쳐를 더하는 낸시 파머의 작품 속 주제는 야외 수영과 물이다. 프리랜서 주얼리 디자이너로 일하던 작가는 차가운 영국 겨울의 호수 수영을 즐겼다. SNS 홍보와 일에 대한 고민이 있던 작가는 어느 날 자신과 같이 추운 날씨에도 수영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파머는 같이 수영하는 친구들의 모습과 스스로의 경험을 넣은 작품을 만들었고, 이 작품들은 영국의 수영 협회와 수상레저활동을 즐기는 이들의 환영을 받았다. 작품 속의 물빛, 하늘의 표현과 인물들의 움직임은 현장의 기온, 습도, 피부에 닿는 물의 느낌까지 전한다. 작가는 수채화나 과슈로 브리스톨 해협의 황갈색 물, 서머셋 호수의 회색빛이 도는 물 등 장소의 특징을 살리고, 메탈 가루로 물에 반사되는 빛을 강조한다. 작가는 자신처럼 자연 속에서 수영하는 이들이 보는 아름다움과 기분을 전달하고자 한다.
Nancy Farmer, <Two Point Five Degrees>, 2017
두번째 작품 <2.5도(Two Point Five Degrees)>에서 작가는 영상 2도 밖에 안되는 차가운 겨울의 물을 표현하고자 했다. 탁하게 보이기도 하는 물의 냉랭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은색 가루로 물결을 장식했다. 노란 수영복을 입은 인물의 어깨는 올라가있고, 등과 허리는 움츠러들어 있다. 수면 위를 내다보는 얼굴의 입은 동그랗게 오므라들어 숨을 내쉬고 있다. 그러나 밝은 색감과 여성의 표정 속에는 추위의 괴로움 보다 수영의 즐거움이 더 엿보인다. 작가는 남들이 꺼려할수도 있는 겨울 수영의 매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낸시 파머의 또 다른 특징은 작가의 웹사이트에서 발견할 수 있다. 작가는 웹사이트 내에서 블로그를 운영하는데, 각 작품의 배경 설명과 관련 이야기가 자세히 쓰여있다. 첫번째 그림 <수요일 수영>의 블로그 포스트를 보면, 인물들의 이름이 샐리, 웬디, 세실리이며 작가와 자주 수영하는 친구들이라 적혀있다. 그리고 작가는 이 친구들과 함께 싱크로나이즈 수영을 따라하며 장난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친구들은 적극적으로 작품의 모델이 되어줬고, 자료 사진을 찍는것도 도와주었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기까지 있었던 일화나 작업 이야기를 읽다보면 작가는 야외 수영에 대한 열정도 넘치지만 같이 수영하는 친구들과 커뮤니티에 대한 큰 애정이 느껴진다. 작가의 작품 속에는 물과 자연에 대한 존경, 야외 스포츠를 하면서 겪는 부상과 치료 등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래서 웹사이트의 이름도 물이 그렸다는 뜻이 되는 ‘Water Drawn’ 으로 지은 것으로 추측된다. 작가는 오늘도 물이 보여주는 아름다움과 수영을 통해 만난 인연들을 즐거움을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