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지 기리(Luigi Ghirri)는 자신의 저서 <사진 수업Lezioni Di Fotografia>에서 사진에 대해서 “특별한 것 없는 보통의 이미지”를 언급했다. 우리 주변에서는 멋지고 잘 찍은 사진들과 그렇지 않은 사진들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진을 보고 평가를 하는 두 종류의 사진은 이렇게 구분된다. 멋지고 훌륭하고 예쁜 사진(소위 잘 찍은 사진)과 그저 그런 사진(평범한 사진, 특별할 것 없는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사진)이다.
4--Alto-Adige-1972-75_60__Luigi Ghirri
<사진 수업> 첫 장에서 보듯이, 그의 사진 경험은 이미지에 대한 관심과 ‘아마추어적인 열정’에서 비롯되었다. 그의 흥미를 끄는 건 언제나 일상적이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었는데, 그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대상, 즉 출근길 거리에서 마주치는 것들이나 책이나 지도, 버려진 신문,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 등을 찍었다. 그의 사진은 극히 평범해 보일지도 모르는 세상의 이미지에서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그에게 평범함이란 무엇일까.
반드시 응답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닐지 모르지만, 사진에는 아직 이 위대한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인생에서 외부 세계와 관련되면서 바로 이 방향을 향해 걸어왔습니다. 결코 물음의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물음표를 던지는 것을 그만둘 생각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이것이 이미 하나의 대답 형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루이지 기리(Luigi Ghirri), <사진 수업Lezioni Di Fotografia> -자신을 잊는다 中에서-

- 12--Bologna-1973_50__Luigi Ghirri
- https://www.archivioluigighirri.com/
그의 질문은 자신의 내면에서 시작된다. 두 번째 장은 ‘자기 자신을 잊기’이다. 자신의 내면과 외부세계와의 대화는 그의 사진의 균형을 이야기한다. 그는 수수께끼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세계와의 대화를 시도한다.
“네, 그래요. 매우 강력하지만 연금술에 가까운 작업을 거쳐서, 사진가의 내면과 외부세계 간의 균형을 찾는다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해, 인격체를 지닌 사진가로서의 내면과 사진 촬영을 끝낸 후에도 여전히 존재하게 될 외부세계의 평형을 이루는 것이죠.” (자기 자신을 잊기, P23)
동시에 사진은 특성상 언제나 완벽한 이중성을 지닙니다. 사진에는 음(negative)과 양(positive)이 존재합니다. 바로 빛과 어둠 사이의 관계죠. 또한 보여야 할 것과 보이지 말아야 할 것 사이의 적절한 균형이기도 합니다.
사진을 찍을 때 우리는 세계의 한 부분을 바라보고 나머지를 지웁니다.
사진과의 정확한 관계는 아마 지속적인 변증법의 개념에서 생각해야 할 겁니다. 최근에 어느 철학자의 기사를 읽었는데, 사진에 관한 그의 시선이야 말로 어쩌면 이전에 들어 본 적 없는 가장 아름다운 정의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죠. “사진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닌 하나의 수수께끼이다. 문제는 해결책을 갖고 있지만, 수수께끼는 해결책이 없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 말은 사진에 관한 정의가 아니라 말장난으로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 수수께끼라는 표현에서 앞서 말한 완벽한 이중성과 일치하는 점들을 발견했습니다. 이 말은 사진의 지속적인 대립 관계와 극단적인 섬세함까지도 충분히 설명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신을 잊기, P25)
9--Brest-1972-Luigi Ghirri
세 번째 장은 ‘탐색’이다. 작가에 의해 탐색된 세계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보여진다. 그것은 다시 관객들에게, 전달되어진다. 루이지 기리에게 사진은 ‘어떤 정의도 필요로 하지 않는’ 새로운 이미지였으며, 도상학적 전통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방식으로 가능성을 탐색해 가는 수단이자 도구인 셈이다. 결국 그가 말하는 것은 중요한 건 대단한 장소나 좋은 조건이 아니라, 평범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이다.
“제가 볼 때, 동시대성과 현대성은 각각의 예술 장르가 지닌 특징을 이해하고 다른 예술 언어 간의 상호작용을 이해할 때 훨씬 더 드러납니다. 한 언어를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의 메커니즘을 시도하는 겁니다. 이미지, 사진, 노래, 문학, 영화와 같은 장르들은 사실상 의미들이 서로 연결된 별자리와 같습니다.” (탐색, P5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