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꽃이 핀 것으로 이른 봄이 찾아왔음을 알려주는 제주도는 까만색의 돌과 바다 내음을 간직한 바람, 어딜 가나 열려있는 감귤나무들로 익숙한 듯 따뜻하게 맞아준다. 애월 쪽에서 주로 머물렀던지라 이번 여행에선 성산일출봉과 우도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성산일출봉 아래, 우도로 가기 위한 선착장 가는 길에는 노란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고 사람들은 유채꽃밭에 파묻힌 채 추억을 남기고 있었다. 노란 유채꽃이 완연하게 피지는 않았지만 봄이 오는 설렘을 느낄 수 있을 만큼 피어있었기 때문에 2월의 제주도 모습이 푸른 하늘빛에 노란 점들이 가득한 봄으로 기억되었다.

우도에서는 아직 남아있는 해녀들의 물질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푸른 바다와 오름과 동일한 선에 위치한 우도의 집들이 해녀들의 배경이 되어 든든하게 그들을 지켜주고 있다.

자연의 모습 그 자체뿐만 아니라 돌집, 초가집, 미니멀한 건축물들이 한라산과 오름들 사이에 존재하기 때문에 더욱 조화로운 제주도에는 예술가들의 건축물 또한 자리하고 있다. 우도에는 ‘훈데르트바서 파크’가 위치해있는데, 이곳은 오스트리아 국적의 화가이자 건축가 프리드리히 스토바서(Friedrich Stowasser, 본인 스스로 개명하여 훈데르트바서)의 건축 스타일이 재현되어 있다. 훈데르트바서는 구스타프 클림트와 함께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직선으로 파괴된 건축을 치유하는 건축가이며, 자연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꿈꾸었던 환경운동가다.
잘 보이지 않지만 왼쪽에 위치한 곳이 훈데르트바서 파크다.

자연과의 공존을 꿈꿨던 그는 1981년에 독일 TV 매거진인 [호르츠]와 함께 세계적인 자연보호단체의 독일 지부인 ‘노아의 방주 2000’을 위한 포스터를 제작하고 수익금을 기부했다. 훈데르트바서의 포스터는 하나의 아이콘으로서 전 유럽적인 차원의 환경보호 캠페인을 미디어를 통해 널리 알렸으며, 포스터 판매에서 얻어진 수익은 캠페인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Arche Noah 2000 You are a gurdt of nature – Behave, 1981, 2023 Namida AG, Glarus, Switzerland
‘인간과 자연의 조화’라는 확고한 주제 의식 아래 탄생한 그의 친환경적인 작품들은 미술을 비롯해 건축, 디자인,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큰 영향을 주었고 그의 회화 작품은 다채로운 색채와 자연적인 형태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특히나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훈데르트바서 하우스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인간적인 건축을 가장 잘 보여준다. 비엔나 시 당국으로부터 공공주택 설계를 의뢰받은 훈데르트바서는 벽돌로 건물을 짓고 14개의 크고 작은 녹지 공간과 나무 세입자들이 공존하게 만들었다. 건물 건축 때문에 자연에서 빼앗은 것을 옥상에 다시 복원하였고 자발적인 초목을 위해 일부 테라스를 남겨두기도 하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었다.
‘우리는 자연에 초대된 손님입니다. 자연에 예의를 갖추십시오.(You are a guest of nature-Behave.)’
생전 그는 인간은 자연에 초대된 손님답게 행동해야 한다고 자주 말하며 그의 건축물에는 환경운동가로서의 철학이 녹아들어 있고 자연보호와 산림운동, 반핵운동을 적극적으로 주도하며 오스트리아 하인버스 원자력발전소 건립 반대 운동을 이끌어 공사를 중단시키기도 했다. 원래 우도에 파크가 들어선 땅은 대형 리조트가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난개발 우려가 제기되었고 우도 주민들 또한 리조트 건설을 반대하게 되면서 예술과 환경보호 철학을 주제로 한 훈데르트바서의 테마파크가 대신 설계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먼 우도 땅에 오스트리아 출신의 건축, 예술가이자 환경 운동가였던 그의 파크가 자리하게 된 것이다. 사실 우도의 자연과 건축물과는 조금은 색다른 모습을 한 파크이기 때문에 관광객들에게 어색하게 다가올 수 있지만, 훈데르트바서의 예술철학을 생각해 본다면 우도와 꼭 맞는 파크이지 않나 싶다.




‘기존의 합리 위주의 인간미 없는 건축물 대신에, 자연과의 조화가 이루어진 건축물이 창조의 정신을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는 밋밋한 우리의 도시를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의 환경과 예술에 대한 철학이 가득 담긴 훈데르트바서 파크는 우도에서 이국적인 모습으로 우도를 찾은 관광객과 주민들을 맞이한다. 평화롭고 따뜻한 우도의 모습과 닮아있는 그의 예술 세계는 파크 안에 있는 박물관에서 또한 느껴볼 수 있다. 순환하는 생명 지구를 위해 우도 또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개인 차량의 입도를 제한하고 있는데, 이러한 세심한 부분 하나하나가 모여서 우도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듯이 자연과 환경을 고려하는 예술의 형태도 하나 둘 모여서 자연 그 자체를 사랑할 수 있는 아름다운 예술로 발전하기를 바라본다.